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파운드리 생산라인 전경 [사진: 삼성전자]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삼성전자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3분기 매출이 낸드플래시 매출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하지만 이는 반도체 수요 감소에 따른 매출 인식의 기간 차이로 발생한 것이라는 의견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3분기 매출은 55억8400만달러로 낸드 3분기 매출(43억달러)를 넘어섰다.

파운드리 매출이 낸드를 웃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2017년 시스템LSI 사업부로 독립한 이후 업계 1위인 대만 TSMC를 추격 중이다. 이후 선단 공정에서 수율 난항, 발열 등 문제로 위기를 겪었지만, 실적은 꾸준히 상승하면서 자체적인 현금 여력을 갖추는 등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파운드리 사업의 낸드 사업부 매출 역전이 어두운 메모리 시황으로 인한 영향으로 보고 있다. 겉면만 보면 파운드리 사업부 실적이 성장한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낸드 사업부 실적이 크게 하락하면서 파운드리 실적이 오른 것처럼 보인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트렌드포스가 집계한 삼성전자 3분기 낸드 매출은 전분기 대비 28.1% 감소했다. 파운드리 매출도 직전분기 대비 감소세를 탔으나, 0.1%에 그치며 낸드 매출을 앞지르게 됐다.

메모리반도체 산업은 소품종 대량양산으로 범용 규격의 제품을 시장 수요에 따라 판매하는 구조다. 고객사가 필요한 수량을 구매하는 형태라 반도체 업황 둔화나 수요 흐름에 즉각적으로 반응한다. 반면 파운드리는 수주 산업으로 6개월 정도 선주문을 넣고 향후에 물품을 공급받는 식이다. 고객사의 수요 영향이 실적에 반영되려면 일정 기간이 지나야하는 셈이다.

최근 반도체 산업은 시스템반도체·메모리 할 것 없이 수요 감소의 직격타를 맞고 있다. 전세계적인 경기침체와 고금리·고물가 기조, 러-우크라 전쟁 장기화로 촉발된 원재료값 인상 등이 업황 둔화를 부추기고 있다. 이 가운데 메모리가 수주산업인 시스템반도체 대비 수요 영향을 먼저 받게 되면서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분석이다.

낸드 시장의 경쟁구조와 가격 하락세도 낸드 매출 감소에 한몫했다. 메모리반도체 중 하나인 D램은 삼성전자가 업계 1위로 전세계 40%를 점유하고 있다. 반면 낸드플래시는 3분기 기준 삼성전자(31.4%), 키옥시아(20.6%), SK하이닉스(18.5%), 웨스턴디지털(12.6%), 마이크론(12.3%) 5개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사실상 독주 체제인 D램 대비 가격 경쟁이 치열한 데다, 고정거래가격 낙폭이 커지는 추세라 실적이 악화됐단 평가다.

파운드리 업황도 마찬가지다. 전세계 파운드리의 3분기 매출은 직전분기와 유사한 수준을 잇고 있으나 6개월 단위 선주문과 고객사 장기 계약 유치가 줄었다. 삼성전자의 3분기 파운드리 매출은 전분기 대비 0.1% 하락에 그쳤지만, 4분기와 내년 1분기를 지나며 그 규모가 커질 수 있단 의미다. 업계에서는 파운드리 시장이 내년 고비를 맞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내년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시스템반도체 모두 하락세에 접어들며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메모리반도체는 내년 하반기부터 상승세가 예고된 가운데, 주문량이 줄어든 파운드리가 어떤 방식으로 업황 둔화를 견뎌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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