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애리조나 공장을 둘러보는 바이든 대통령 [사진: AP=연합뉴스]
TSMC 애리조나 공장을 둘러보는 바이든 대통령 [사진: AP=연합뉴스]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삼성전자와 대만 TSMC가 미국 투자를 본격화했다. 두 회사 모두 미국 본토에 공장을 짓고 있어서, 현지 주요 세트업체를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6일(현지시간) TSMC는 애리조나주 피닉스시 팹 1차 장비 입고행사를 진행했다. 이 공장은 120억달러(약 15조8000억원)를 들여 2023년 말부터 4나노미터(㎛) 수준의 첨단 공정 제품 양산에 나선다. 이날 TSMC는 애리조나주에 400억달러를 추가 투자해 2공장을 짓고, 2026년부터 3나노 공정 기반 제품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공식에 참석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애플이 모든 고성능 칩을 해외에서 구입했지만 이제 더 많은 공급망을 미국으로 가져오게 됐다"며 "이 상황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미국에 제조업이 돌아오고 있다"며 반도체를 비롯한 기업의 미국 투자를 환영했다.

이번 TSMC의 투자는 반도체 공급망이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미국은  코로나19 등으로 위기를 맞이하자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전략을 앞세워 반도체와 과학법을 제정하는 등 공급망 회귀 정책을 펼쳐왔다. 그 결과 삼성전자, TSMC 등 전세계 핵심 파운드리 업체 유치 및 추가 투자를 이끌어 냈다. 실제로 TSMC가 5나노 이하 초미세공정 거점을 해외에 두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TSMC의 추가 투자 영향은 기공식에서 나타났다. 기공식에는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리사 수 AMD CEO,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주요 고객사 대표가 참석했다. 주요 고객이 미국에 밀집돼 있고 TSMC가 전세계 과반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번 투자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중심지가 미국이 될 것임을 증명한 셈이다.

TSMC의 투자로 급해진 것은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달러 규모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고, 6월 3나노 공정 제품 양산에 성공, TSMC 추격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TSMC가 초미세공정 생산공장을 미국에 대규모로 짓기로 하면서 미국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공장 규모가 고객사의 수요를 미리 확보한 후 정해지는 특성상, 삼성보다 훨씬 큰 규모로 짓는 TSMC를 밀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사업 구조상 TSMC보다 고객사 확보가 어려운 점이 있다. 삼성은 종합반도체기업(IDM)이자 세트업체다. 파운드리 외 시스템·메모리반도체, 스마트폰 등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파운드리 고객사인 애플, 인텔 등의 잠재적인 경쟁자다. 이로 인해 애플은 삼성이 아닌 TSMC에서만 제품을 공급받아왔다. TSMC의  30여년 쌓아온 업력과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전략이 통한 것이다. 

반전 여지는 있다. 삼성전자가 먼저 진입한 3나노 공정이 기회다. 올해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에 차세대 기술인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선제적으로 도입, 초미세공정 경쟁을 예고했다. 3나노 고객사는 아직 중국 내 고성능컴퓨팅(HPC) 업체 뿐이어서 수요가 많지 않지만, 신 공정 노하우가 쌓이면 향후 2나노, 1.4나노 공정에서 우위를 잡을 수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과제는 초미세공정의 수율 향상을 통한 모바일·인공지능(AI) 반도체 고객사 확보다. 3나노 등 선단 공정은 대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개발하는 업체들이 선제적으로 사용한다. 이후 인공지능, GPU·CPU 등을 설계하는 팹리스들이 진입하는 구조다. 양산 단계에 오른 3나노의 수율 안정화와 발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향후 파운드리 경쟁을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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