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케미칼-GM,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 합작법인 설립 [사진: 포스코케미칼]
포스코케미칼-GM, 전기차 배터리 소재인 양극재 합작법인 설립 [사진: 포스코케미칼]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K배터리 3사와 완성차 업체간 미국 현지 투자 속도가 빨라지자 배터리 협력사 진출도 늘고 있다. 특히 배터리 양극재·음극재 소재기업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양극재는 배터리의 용량과 평균 전압을 결정하는 소재다. 배터리 원가 비중의 40% 가량을 차지한다. 에너지밀도가 높은 니켈 함량을 높인 하이니켈(High-Ni) 배터리가 대세가 되자 양극재 가치는 더 높아졌다. 기존 양극재 시장은 벨기에 유미코아, 일본 니치아와 중국 업체의 점유율이 컸지만, 하이니켈 대세화 이후 국내 양극재 기업들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최근 양극재 시장은 리튬·니켈·코발트 등 핵심 원자재 수요가 급등하면서 가격이 급등했다. 향후 공급부족까지 예상돼 배터리 셀 업체는 물론 완성차 업체까지 원료 확보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7일 포스코케미칼은 미국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북미 양극재 합작법인 얼티엄 캠(Ultium CAM) 설립을 위한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3억2700만달러를 투자해 1단계로 연산 3만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을 캐나다 퀘벡주 베캉쿠아에 짓는다. 얼티엄 캠에서 생산되는 양극재는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북미 현지 배터리 셀 법인인 얼티엄셀즈(Ultium Cells)에 공급한다.

포스코케미칼과 GM의 합작사 설립은 안정적인 소재 공급망 확보의 일환이다. GM은 확대될 전기차 시장에 발맞춰 배터리 제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양극재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 전략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이번 합작사 설립으로 니켈 80% 수준의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양극재를 GM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를 시작으로 향후 90% 이상 NCMA와 단결정 양극재도 단계적으로 공급할 것으로 관측된다.

레드우드 머티리얼즈 네바다주 공장 조감도 [사진: 레드우드 머티리얼즈]
레드우드 머티리얼즈 네바다주 공장 조감도 [사진: 레드우드 머티리얼즈]

엘앤에프는 미국 업체와 협력을 통한 북미 진출에 한발짝 다가섰다. 이와 관련 최근 자사주 매각을 실시하고 지난해 10월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던 미국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레드우드 머티리얼즈에 3000만달러(한화 379억원)을 투자했다.

레드우드는 테슬라 최고기술책임자(CTO)였던 J.B. 스트라우벨이 설립한 업체로 엘앤에프와의 제휴를 통해 미국·유럽 내 양극재 공급망 구축을 꾀하고 있다. 엘앤에프는 레드우드와 협력해 북미와 유럽 현지에서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배터리 고객사 및 테슬라 등 전기차 업체에 직접 양극재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코프로비엠도 미국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주력 고객사인 SK온이 포드와 합작법인 설립에 집중하고 있고, 삼성SDI도 스텔란티스와 합작법인을 출범했다. 업계는 에코프로비엠이 주력 고객사 투자에 따라 연내 유럽 진출을 계획하고 있어서 미국 진출도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내 지어질 공장 후보지로는 캐나다 온타리오주나 미국 조지아주가 언급된다. 온타리오주는 삼성-스텔란티스 합작법인이, 조지아주는 SK-포드 합작법인이 들어서는 지역이다. 배터리 생산 규모 면에서는 조지아주가 온타리오주보다 클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 역시 미국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후보지로는 캐나다 온타리오주가 꼽힌다. 온타리오주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스텔란티스와 합작한 법인이 들어서는 지역이다. 이에 따라 LG화학 양극재 공장이 윈저시에 지어질 수 있다. 다만 지역 외신 등에서 윈저시가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보도한 바 있어, 온타리오주 내 다른 지역에 건설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전체적으로 북미로 향하는 양극재 업체 진출 러시가 두드러진다. 포스코케미칼, 엘앤에프, 에코프로비엠, LG화학 등은 유럽에도 진출 예정이지만, 현재까지 에코프로비엠 외에는 구체적인 유럽 투자 계획이 나오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 연합뉴스]

국내 양극재 업체들이 미국행을 서두르는 이유는 신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의 존재가 크다. USMCA에 따라 2025년 7월부터는 전기차 부품 75% 이상을 북미(미국·캐나다·멕시코) 현지에서 생산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공장 건설과 설비 도입, 양산 안정화 등 과정은 2년 정도 걸린다. 따라서 안정적으로 북미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 지금부터 준비해야만 한다.

전동화가 느렸던 포드,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합작과 투자에 적극적인 것도 이점이다. 유럽은 노스볼트, ACC 등에 투자하면서 자체적인 배터리 공급망 구축에 힘쓰고 있다. 반면에 미국업체들은 전동화가 늦은 만큼 스타트업 등이 성장해주길 기다릴 여유가 없다. 기술적으로 입증 받은 K배터리 3사와 배터리 소재업체를 끌어들이는 게 가장 빠른 셈이다.

미국 진출을 서두르는 건 양극재 업체 뿐만이 아니다. 포스코케미칼은 GM과 합작법인을 통해 음극재를 공급하는 방안도 준비 중이다. 음극재를 감싸는 구리동박(Elecfoil)을 생산하는 솔루스첨단소재, SK넥실리스(SKC 투자사)도 북미 진출을 꾀하고 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캐나다 퀘벡주에 과거 CFL 부지를 매입하고 오는 7월 중 착공을 시작할 예정이다. SK넥실리스는 1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내 미국 내 부지 선정을 완료하고, 연내 착공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영상=디지털투데이 모빌리티 디퍼뉴스 데일리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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