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지난해 말 SK텔레콤에서 인적분할된 투자전문회사 SK스퀘어의 자회사 중 첫 IPO(기업공개) 주자였던 SK쉴더스가 상장을 철회했다. 최근 약세인 해외 증시 상황과 함께 지난 3~4일 진행된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에서 흥행이 기대보다 저조해 IPO를 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모가가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됐다는 평가도 저조한 흥행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SK쉴더스 당초 희망 공모가 상단인 3만8800원 기준 기업가치는 3조5000억원인데, 이는 보안업계 1위 업체인 에스원(약 2조5000억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SK쉴더스 상장 철회는 이번 달 상장을 앞두고 있는 원스토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우선 SK쉴더스 IPO 상장 철회에 대한 악영향으로 SK스퀘어 주가는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다.  

SK쉴더스는 지난 6일 상장 철회 신고서 제출 관련해 “지난 수 개월간 상장을 추진하면서 글로벌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심화되어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며 “이로 인해 상장을 철회하고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기업 가치를 온전히 평가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점에 상장 추진을 검토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SK쉴더스는 국내 사이버보안 1위인 SK인포섹이 물리보안 대표 기업 ADT캡스와 흡수합병해 지난해 10월 출범했다. SK스퀘어의 자회사 중 첫 IPO 사례로 주목을 받았으나 일단 상장을 철회했다. 상장 철회 전에도 SK쉴더스는 증권업계로부터 이미 여러 문제를 지적받아 왔다. SK쉴더스는 전체 매출 중 물리보안 매출 비중이 59%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만, 비교기업(피어그룹)에 물리보안 업체 2곳, 사이버보안 업체 3곳을 넣어 기업가치(EV)를 부풀리려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SK쉴더스 공모희망가 기준 시가총액은 2.8조~3.5조원이다. 이 분야 대표 업체 중 하나인 에스원 시가총액이 2.6조원 수준인 만큼, 일각에선 공모 가격이 높게 책정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SK쉴더스는 에스원 대비 높은 마진율, 사이버보안 등의 강점을 보유하고 있지만 매출 및 이익 규모에서 에스원에 뒤지는 상황이다.  

구주매출 비중도 IPO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구주매출이란 대주주나 일반주주 등 기존 주주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주식지분 중 일부를 일반인들에게 공개적으로 파는 것을 말한다. SK쉴더스 전체 공모 물량 가운데 46.7%가 구주매출로 구성돼 있다. 과거 SK텔레콤이 SK쉴더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함께 한 PE 구주 매출로 추정된다. 공모를 통한 현금 유입 중 절반이 회사가 아닌 PE 측으로 유입된다는 점도 멀티플(적정주가)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PE(Private Equity, 사모펀드)는 투자전문 운용사가 소수의 고액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금융기관, 기업 등 주식 및 투자증권에 투자하고 기업체질 개선 등을 통해 지분을 매각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장기투자 전문기구를 말한다. 결국 SK쉴더스는 이런 걸림돌을 뛰어 넘지 못한 것이다. 결국 SK스퀘어의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SK쉴더스 수요예측 경쟁률은 200대 1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장 마감 기준, SK스퀘어의 주가는 전일 대비 5.27% 떨어진 4만5850원이다. 이는 SK텔레콤에서 인적분할한 SK스퀘어가 지난해 11월 29일 분할 재상장한 이후 최저가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PE 투자가 5년 만기 계약 하에 이뤄진다는 점에서 상장은 2022년~2023년 사이에 재추진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SK스퀘어 순자산가치(NAV)는 22.5조원이다. 현재 SK스퀘어 시가총액은 NAV 대비 70% 수준에서 할인 거래 중이다. 할인율 기준 상단 수준이기 때문에 여러 부정적 가정이 대부분 반영된 주가로 보인다”고 말했다.  

SK쉴더스의 이번 사례는 앞으로 상장을 앞두고 있는 원스토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SK스퀘어 자회사 가운데 가장 먼저 상장을 추진했던 원스토어는 한 차례 일정을 연기한 바 있다. 원스토어는 지난달 15일 증권신고서 정정 제출을 하면서 4월 25~26일 예정된 기관투자자 수요 예측이 미뤄졌다. 증권 신고서 정정을 통해 비교 기업을 애플·구글에서 네이버·카카오 등으로 변경한 바 있다. 투자 위험 요소를 명확히 하는 차원이라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원스토어의 강점은 우선 빠른 성장(매출액 2020년 1552억원 → 2021년 2142억원)이다. 즉, 성공적 확장이 이뤄졌으며 대형 게임사와의 계약 추진도 장점이다. 약점은 적자 지속 및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미지수다. 원스토어 청약 결과에 따라 SK스퀘어 투자 심리가 좌우 될 것이라는 것이 증권업계의 중론이다. 

SK스퀘어는 두 회사 외에도 티맵모빌리티, 11번가, 콘텐츠웨이브 등의 자회사들도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IPO를 진행할 계획이다. SK스퀘어는 계열사 IPO 등으로 현재 26조원 규모인 순자산가치(NAV)를 2025년 75조원까지 키울 계획이다. 하지만 IPO 1호였던 SK숼더스 IPO가 암초를 만난 상황에서 목표한 대로 기업 가치를 키워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이재환 원스토어 대표이사는 지난 9일 열린 간담회에서 “같은 계열사(SK쉴더스)가 상장을 철회한 점은 안타깝지만, 원스토어는 전혀 다른 업이기도 하고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며 “증시 상황이 어려울 때 옥석이 가려진다. 우리는 스스로 늘 옥이라고 생각했고, 상장 계획을 쭉 밀고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SK스퀘어측 관계자도 “SK쉴더스는 기업가치가 3조원 이상이 되는 대어로 해외 투자를 받을 수 밖에 없어 해외 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지만, 원스토어는 기업가치가 1조원 정도로 국내 투자가 대부분”이라며 “SK쉴더스 상장 철회와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원스토어는 IPO를 통해 총 666만주를 공모한다. 상장 후 기업가치는 밴드 상단을 기준으로 약 1조1111억원이다. 9~10일 이틀 간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하고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 청약은 12~13일 진행한다.

대표 주관사는 NH투자증권, KB증권이다. SK증권은 공동 주관사를 맡았다. 하나금융투자와 대신증권은 인수회사로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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