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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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문정은 기자] 증권사들의 중장기 경쟁력이 '가상자산(암호화폐)' 사업 시행 여부가 좌우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또 은행이 증권사보다 빨리 가상자산 시장에 진출했지만 향후 가상자산 발행부터 유동화, 매매 등으로 업무가 확장되면 증권사가 더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최근 '증권업에도 스며드는 가상자산 물결'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그동안 증권사에서는 가상자산 및 NFT(대체불가토큰) 시장 자체를 분석하거나 해당 시장에 뛰어든 기업의 경쟁력을 다루는 보고서가 주를 이뤘다. 이와 다르게 NH투자증권은 증권사들의 신규 수익원 측면에서 가상자산을 60 페이지에 걸쳐 다룬 점이 눈에 띈다. 

우선 보고서는 현재 증권사들은 신규 수익원 발굴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증시 최대 호황에 힘입어 증권사 이익체력이 높아졌는데, 이는 코로나와 같은 특수한 사태로 중장기 실적까지 보장할 순 없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현재 증권사들의 투자 여력은 충분한데, 유의미한 신규 수익원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봤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 증권사들은) 5년 전 초대형 투자은행(IB) 지정을 목표로 증자 및 인수합병을 통해 자본을 적극 확충했고, 지정 이후 IB 업무에 더 많은 자본을 활용해 펀더멘털을 개선했다"면서도 "초대형 IB 지정 이후 한국금융지주, NH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 총 4개사가 신규 사업인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받았지만 아직 증권사 수익 내 기여도는 높지 않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핀테크 증권사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의 플랫폼화, 마이데이터 사업 등에서 돌파구를 찾았지만, 보고서는 이 사업 모델이 기존 증권업만큼이나 성장할지는 의문이라는 시각이다.

이에 보고서는 앞으로 시장 성장성이 높으면서도 기존 사업 모델과 연속성을 지닐 수 있는 신규 수익원을 '가상자산' 사업이라고 판단했다. 

전통 금융업 중에는 은행이 가상자산 사업에 먼저 진출했지만, 가상자산 관련 서비스가 기존 사업 모델과 연속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증권사가 은행보다 가상자산 사업에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실물자산이 가상자산으로 바꾸는 것뿐 증권사에서 제공해 온 서비스 형태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현재 4대 시중은행(KB국민은행·신한은행·NH농협은행·우리은행)은 합작법인 설립 또는 지분투자 형태로 가상자산 커스터디(수탁)업에 진출해있다. 이 가운데 KB국민은행이 해치랩스와 해시드와 함께 설립한 한국디지털에셋(KODA), 신한은행, NH농협은행이 각각 지분투자한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 카르도는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 수리를 받고 영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보고서는 "은행과 증권사는 다수의 투자자들을 확보하고 있고, 강력한 디지털 플랫폼(MTS)을 보유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향후 가상자산 발행, 유동화, 매매 등으로 업무가 확장될 경우 관련 서비스를 높은 수준으로 제공할 수 있는 조직은 증권사"라고 진단했다. 

예를 들어 기업공개(IPO) 등 주식 발행 노하우를 통해 토큰 발행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으며, 증권 수탁을 비롯 유가증권담보대출, 공매도 등의 운영 노하우는 토큰화된 자산 수탁, 가상자산 담보 대출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가상자산 수탁서비스 추이. [사진: NH투자증권]
글로벌 가상자산 수탁서비스 추이. [사진: NH투자증권]

윤유동 연구원은 "증권사는 상품 개발 및 판매 창구로써도 활용도가 높다"며 "JP모건,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은 이미 작년부터 비트코인 펀드 투자 및 자산관리 서비스를 개시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융당국이 가상자산을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아 당장 증권사들이 구체적 실현하기에는 제한적이다. 현재 가상자산 관련해서는 자금세탁 방지에 초점을 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정도다.

이에 증권사도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 가능성과 사업 확장을 고려해 '수탁 사업'부터 은행처럼 간접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윤 연구원도 "수탁은 가상자산 관련 모든 업무에 연계돼 있어 기본이 되는 필요한 분야"라며 "일부 증권사들은 관련 현황 파악 및 조직 구성을 통해 발 빠르게 사업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실제로 최근 채용 공고를 통해 미래에셋컨설팅이 자회사로 가상자산 수탁 서비스를 지원하는 디지털자산 전문회사를 설립한다는 내용이 공개됐다.

보고서는 또 가상자산시장의 업권법이 제정돼 가상자산 수탁업 수익을 증권사 실적으로 인식할 경우를 가정하면, 증권사 자기자본이익률(ROE)도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보고서는 미래에셋 등 자기자본 상위 5개사와 키움증권이 수탁 사업을 하는 경우를 고려해 수익 및 ROE 기여도를 분석했는데, 수탁사업을 통한 증권사 수탁수수료 수익은 단기적으로 2030년 4641억원, 중장기적으로 2040년 9332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윤유동 연구원은 "가상자산 시장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고, 지금은 시장 초기로 빠른 진입을 통한 선점효과가 극대화할 수 있는 시기"라며 " 증권사의 막대한 자본 및 네트워크, 강력한 MTS 이점을 활용할 수 있다면 중장기적으로 증권업의 구조적 성장 및 밸류에이션 확장이 돋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중앙화된 가상자산 서비스의 경우 증권사가 경쟁력이 있을 수 있지만 블록체인 기반 금융 생태계를 일컫는 '디파이' 분야는 다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디파이는 스마트 계약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활용해 금융기관의 중개 없이 P2P(개인간거래) 방식의 금융서비스를 말한다. 스마트 계약은 계약 조항들이 전산으로 프로그래밍 돼 있어, 이 조건이 충족됐을 때 자동으로 계약이 이행되는 '디지털 계약 방식'이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에서도 '디파이의 확산과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말 디파이 서비스 예치 규모가 약 862억 달러로, 전통 금융에 비해서는 미미한 상황이지만 빠르게 성장 중이라고 주목한 바 있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증권사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사업 모델에 강점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다만 네트워크 운영에 따른 보상을 지급하는 스테이킹이나 노드 운영방식에 따라 지급되는 다양한 상품군들은 기존 금융에서 맡기엔 생소한 분야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앞서 미래에셋그룹의 디지털자산 관련 태스크포스팀 관계자는 한 NFT 행사에서 "기존 금융회사들은 통제된 인터넷 플랫폼을 기반으로 경쟁상대를 금융회사로 보고 디지털 전략을 마련한다"며 "이보다 눈에 보이지 않은 크립토 네이티브(native)에 있는 서비스, 프로토콜 등이 훨씬 더 위협이 될 것으로 본다"고 진단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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