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 디파이 시장 규모가 크게 증가한 동시에 플랫폼 주도권 경쟁도 더 치열해졌다. [사진: 셔터스톡]
지난 한해 디파이 시장 규모가 크게 증가한 동시에 플랫폼 주도권 경쟁도 더 치열해졌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문정은 기자] 지난 한해 탈중앙화 금융으로 불리는 '디파이'가 크게 성장했다. 동시에 여러 위험요인이 부각되면서 국제 사회에서는 규제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디파이는 전통적인 금융 서비스와는 달라 기존의 틀로 규제하기 까다롭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파이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상에서 은행이나 증권사 등 금융기관의 중개 없이 구현된 금융 서비스다. 누구든지 자신만의 서비스 규칙을 생성해 예금을 비롯한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해당 규칙에 동의하는 이용자들은 서비스 개발자의 허락을 받거나 별도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다. 

지난해 디파이 시장 규모는 크게 늘어난 동시에 신규 블록체인 성장도 눈에 띈 해였다. 디파이 정보 사이트 디파이펄스에 따르면 디파이 서비스에 예치된 가상자산 규모는 2020년 말 267억 달러에서 지난해 말 977억 달러로 3배 이상 급증했다. 

테라 TVL이 172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 디파이라마]
테라 TVL이 172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사진: 디파이라마]

이 과정에서 디파이 시장에서 블록체인 플랫폼 테라(Terra)가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특정 블록체인 플랫폼에 묶여 있는 고객 자산 총액(TVL, total value locked)을 기준으로 테라는 바이낸스 스마트 체인(BSC)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디파이 관련 데이터 정보 플랫폼 디파이라마(defillama)에 따르면 6일 기준 이더리움 TVL은 1510억달러로 여전히 압도적인 1위이며, 뒤를 이어 테라 TVL이 172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154억달러인 BSC를 앞선 규모다. 앵커프로토콜(ANC) 등 테라 기반 디파이 앱이 큰 주목을 받으며 테라의 TVL 상승을 견인했다. 

다만 시장에서도 이같은 성장세에 주목하면서도 그 이면에 존재하는 위험요인들로 인한 이용자 주의도 당부한다. 실제로 여러 보안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디파이에 대한 규제 요구는 커지는 상황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최근 '디파이의 위험요인과 국제사회의 규제 동향' 보고서에서 이를 구체적으로 다뤘다. 

보고서를 작성한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디파이 관련 가장 큰 위험은 보안 사고로 인한 피해 가능성이며, 그 밖에도 서비스 운영 주체에 대한 위험, 서비스 내 수요-공급량 조절 기능 상실 등에도 이용자들은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디파이 보안 사고로 인해 발생한 피해 규모 상위 10건에서 총 16억 달러에 달했다. 이는 주로 해커들이 서비스 프로그래밍 코드상의 취약점을 공격하거나 관리자 계정을 탈취하는 등의 방식이었다. 

지난해 디파이 관련 주요 보안사고 사례. [사진: 자본시장연구원]
지난해 디파이 관련 주요 보안사고 사례. [사진: 자본시장연구원]

디파이 서비스 운영 주체에 대한 잠재적 리스크도 존재한다. 현재 작동 중인 디파이 서비스들이 완전하게 탈중앙화돼 있지 않아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서비스 규칙을 기록한 프로그래밍 코드 안에 관리자 키 기능을 설정함으로써 서비스 개발자가 해당 서비스의 규칙을 변경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대개 서비스 규칙을 유지보수하거나 기능을 업그레이드하는 등 선의의 목적에서 활용되지만, 운영 주체가 권한을 남용해 상당수 이용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서비스 규칙을 중간에 변경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제 사회에서는 디파이에 대한 규제 요구가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등 규제당국에서는 디파이에 대한 규제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으며, 실질적인 규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지난해 10월 내놓은 가상자산 관련 새 가이드라인에서도 디파이를 다뤘다. 서비스 운영 방식이 탈중앙화인 것처럼 보여도, 이 과정을 통제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으면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같은 규제 움직임에도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디파이는 전통적인 금융서비스와 크게 다른 내용과 형식을 가지고 있어 기존의 틀로 규제하기가 까다롭다는 의견이다. 

구체적으로 그는 "예금 및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파이에게 은행에 적용되는 기존 유동비율 규제를 준수토록 하거나, 적합성 원칙 및 설명의무 등의 기존 판매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디파이 특성과 부합하지 않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이어 "디파이는 국경과 무관하게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설령 일부 국가에서 규제를 도입하더라도 실효성이 높지 않을 수 있다"며 "실제로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디파이 서비스들은 대부분 해외에서 유래된 것으로, 여기에 국내 규제를 적용하기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국제 사회에서는 디파이에 대한 규제가 심도 있게 진행되고 있기에 그는 "국내 정책 당국도 이를 주의 깊게 검토하고 정책 수립에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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