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7월 세종특별자치시 세종파이낸스센터 과기정통부 기자실에서 열린'출입기자 간담회' 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과기정통부]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7월 세종특별자치시 세종파이낸스센터 과기정통부 기자실에서 열린'출입기자 간담회' 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과기정통부]

[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차기 정부 거버넌스 개편을 앞두고 방송‧통신 중심에서 포털 ‧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 메타버스 등 플랫폼 진흥·규제로 무게중심을 이동하고 있다.

플랫폼은 디지털 시대가 작동하는 기반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환으로 과기정통부는 현재 디지털플랫폼팀을 비공식팀(비직제팀)으로 운영 중인 상태다. (관련기사/[단독] 디지털 플랫폼 경쟁 우위 점한다...과기정통부, 전담팀 신설 추진)

다만 OTT 등 디지털 미디어의 경우 과기정통부가 정책만 발표하고 사실상 성과를 이뤄낸 것이 없어, 차기 정부 개편에서 OTT 등 디지털미디어 분야의 경우 과기정통부가 주도권 싸움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다. 플랫폼 진흥 및 규제 역시 과기정통부가 최소규제 원칙 입장만 밝힌 상황이라 차기 정부 개편에서 주도권을 갖기는 의지가 부족해 보인다는 의견도 있다. 

최근 국무총리실에서 부처합동으로 발간한 ‘정부 주요정책 추진현황 및 향후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과거 방송‧통신 중심에서 포털·OTT·메타버스 등으로 확장됨에 따라, 경제사회적 가치 창출과 이용자 보호를 강화한 조화로운 진흥‧규제가 필요하다고”고 설명했다. 가치 창출로는 마스크앱 개발, 백신예약시스템 개선, 초거대 AI 투자, 비대면서비스 제공 등을 예로 들었고, 보호로는 구글 인앱결제 강제, 알고리즘 윤리, 소상공인 갑질, 플랫폼 노동 등 대응을 설명했다. 기존(legacy) 통신·미디어 플랫폼은 새로운 성장기회 제공 위해 불합리한 규제를 완화하고, 필요부분에 대한 지원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망 투자 독려, 방송통신 서비스 질 제고 등을 예로 들었다. 

과기정통부는 디지털플랫폼 추진현황 및 성과로 작년 12월에 시행한 일명 넷플릭스 망무임승차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예로 들었다. 이는 구글·넷플릭스 등 대형 플랫폼이 이용자에게 안정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필요 조치사항을 의무화한 법안이다. 관련 법 대상은 부가통신사업자 중 일평균 국내 이용자수 100만명 및 국내 트래픽 1% 이상 사업자로 했고, ▲ 구글 ▲네이버 ▲페이스북 ▲카카오 ▲넷플릭스 ▲웨이브가 대상 사업자다.

이에 정부는 2020년 12월부터 지난 10월까지 구글,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의 서비스 장애 조치 및 재발방지 방안을 15건 마련했다. 또한 정부는 나아가 플랫폼 생태계의 공정경쟁과 혁신환경 조성 등 균형 잡힌 관점의 종합적 논의 위해 ‘디지털 플랫폼 정책포럼’을 지난 9월부터 운영 중이다. 주요 ICT 전문가 및 사업자, 소비자 단체 등 30여명으로 구성해 플랫폼 산업의 혁신과 성장, 유연한 규제체계방안, 사회적 책임 제고 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다. 

다만, 과기정통부 입장에서 분명 아픈 손가락도 있다. 국내 미디어 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글로벌 성장 지원을 위해 과기정통부 주도로 지난해 6월 마련했다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전략’이다. 이는 콘텐츠, 플랫폼, 기반조성, 공정·상생 환경의 4개 분야 55개 과제로, OTT에 대한 최소 규제와 진흥 기조를 명확히 함에 따라, 신규 OTT 출현 및 콘텐츠 경쟁력 강화 등 시장의 다양한 변화를 촉진하는 것이 목표라고 정부 측은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전략’은 시행 1년이 훌쩍 넘도록 사실상 아무런 성과가 없는 상태다. 

과기정통부는 자율등급제 도입도 이뤄지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온라인 비디오물에 대한 사전등급제를 유지하고 있고, 급변하는 미디어시장에 국내 플랫폼 기업들이 대응하기 위해서는 자율등급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더디게 움직이고 있고,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사실상 손놓고 있다고 업계는 지적한다.  

현행 역무 구분체계에서는 OTT 등의 인터넷기반의 동영상미디어서비스에 대응이 불가능하다. 최근 OTT를 ‘특수유형의 부가통신’으로 분류(전기통신사업법 개정)하거나 ‘온라인동영상콘텐츠제공업’으로 분류(영화 및 비디오물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하는 입법이 계속 계류 중이다. 

이에 웨이브, 티빙, 왓챠 등 국내 OTT 서비스로 구성된 OTT협의회는 OTT 지원 근거법에 해당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영상 등급 자율 심의를 도입하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영비법) 등 처리를 성명서를 통해 촉구하기도 했다. 협의회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사업자를 정의하는 방안이 있음에도 별도 지위를 신설하려는 건 부처 간 OTT 관할권 다툼으로 비춰진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내용 중 과기정통부는 향후 과제를 통해 IT벤처에서 시작해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포털, OTT 등)는 글로벌 경쟁상황을 감안해, 건전한 혁신‧발전과 생태계 조성을 지원하면서, 새로운 투자, 서비스 발굴, 일자리 창출 등을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사회적 영향력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을 독려하면서, 부작용 해소 및 경쟁 활성화를 위한 필요 최소한의 규제로 상생‧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자리 잡은 기존 플랫폼(통신, 방송)에 대해서는 경쟁을 활성화해 국민편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하겠다고 밝혔다. 

디지털 플랫폼 정책포럼 등 정부‧민간의 플랫폼 관련 논의에서 도출된 산업 혁신, 경쟁 활성화를 위한 정책과제를 이행하고, 데이터 기반 혁신 생태계 구축, 기술기반 혁신 플랫폼 역량 확보, 플랫폼 스타트업에 대한 체계적 지원 추진 등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문제나 부작용 해소 위해 AI 신뢰성 등 관련 제도 정비, 이해관계자 간 합의에 기반한 유연한 규제 및 필요 최소한의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미디어 구조 변화를 반영해 관련 제도정비 및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글로벌 업체와 경쟁 중인 국내 OTT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다시 밝혔다. 모든 방송사업자에게 동일한 공적의무를 부여하는 현 규제체계 개선, 공공과 산업영역으로 구분하고, 유료방송에 대해서는 규제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부합하는 ‘방송미디어 중장기 법제 정비방안’ 마련과 단기적인 ‘유료방송 규제개선 방안’ 마련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액공제, 자체등급제 등 OTT 업계가 필요로 하는 지원정책은 아직도 본격화되지 않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OTT 지원정책 추진시 필요한 지원대상 특정을 위해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해 OTT를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하기로 지난해 6월 합의한 바 있다. OTT 업계가 글로벌 서비스와 경쟁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정책은 보다 확대하되, 업계의 혁신과 투자를 저해할 수 있는 규제 신설은 지양하겠다는 것이 과기정통부의 입장이다. 최소 규제 원칙만 주장하고 있는 과기정통부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먼저 추진한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비해 정책이나 비전이 아직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정부 거버넌스 개편에 대해 지난 7월 열린 간담회에서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디지털 미디어는 하나의 부처가 아닌 방통위, 문체부, 과기정통부 등 여러 부처가 관련돼 있다. 적어도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산업이기에, 주무부처는 필요하다. 주무부처가 있고, 관련된 다른 부처와의 협력을 이끌어내서 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며 “앞으로도 디지털 미디어 관련 산업은 과기정통부가 주체가 되고, 다른 부처 협력을 이끌어내는 방향으로 산업 진흥시켜야 하지 않을까 한다. 법안도 여럿 발의돼 있고 추진전략도 여러 개 있다.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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