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중대형·전기차 배터리 현지 법인 현황 [디자인: 디지털투데이 송성원 담당]
SK온 중대형·전기차 배터리 현지 법인 현황 [디자인: 디지털투데이 송성원 담당]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SK이노베이션에서 물적 분할한 배터리 법인 SK온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SK온(이하 SK)은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이 연간 2.1기가와트(GWh)에 불과했다. 당시 LG화학(현LG에너지솔루션·3위)과 삼성SDI(5위)에 크게 뒤져 글로벌 10위에 턱걸이 했다. 

SK는 공격적인 증설과 투자로 1년이 지난 2020년에 글로벌 6위에 올라섰다. 올해 1~8월 누적 사용량에서 처음으로 글로벌 5위에 올라서 기염을 토했다. 누적 사용량이 8.8GWh로 지난해  연간 사용량 7.1GWh를 벌써 넘어설 정도로 뚜렷한 성장세다.

SK는 헝가리와 미국 등 해외 현지법인 신·증설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차와 폭스바겐, 포드, 다임러 등 수주 고객사 확보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SK그룹 내 배터리 수직계열화도 어느 정도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 

현재 SK의 연간 배터리 생산 능력은 40GWh 수준이다. 충남 서산 공장(4.7GWh) 헝가리 코마롬 1공장(7.5GWh), 중국 창저우 공장(7.5GWh), 혜주(후이저우·10GWh)와 옌청(10GWh)에서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SK는 더욱 공격적인 신·증설을 추진해 2025년 220GWh, 2030년 500GWh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헝가리에서는 올해 10GWh 규모인 2공장 건설에 이어 이반차 지역에 3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합작법인 창저우와 혜주(후이저우), 옌청 1공장 외에도 옌청 지역에 단독 공장을 지을 계획도 세웠다.

SK는 미국에서도 배터리 생산기지 신증설에 힘쓰고 있다. 포드와 합작한 '블루오벌SK'을 설립해 129GWh 규모 생산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포드의 전기차 생산공장과 함께 들어서는 테네시 공장은 연간 43GWh, 켄터키 공장은 86GWh(43GWh 2기)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이는 기존 생산계획 60GWh와 비교하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

SK는 합작공장 건설이 순조롭게 이뤄진다면 미국 진출 배터리 기업 가운데 최대 생산 기지를 갖게 된다.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단독 공장 두 곳을 포함하면 미국에서만 약 150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생산계획 약 140GWh보다 소폭 앞서는 규모다.

SK온이 건설 중인 미국 내 생산 기지 현황 [사진: SK온]
SK온이 건설 중인 미국 내 생산 기지 현황 [사진: SK온]

◇SK그룹 내 배터리 소재 수직계열화로 경쟁력 강화

SK그룹은 배터리 경쟁력 강화를 위해 공격적 투자에 나섰다. 소재 사업을 확대하고 수직계열화를 통해 안정적인 소재 밸류체인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SK아이테크놀로지(SKIET)와 SKC, SK머티리얼즈 등 그룹 계열사들이 소재 사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습식 분리막 글로벌 강자인 SKIET는 2025년까지 5조원을 투자해 중국 창저우, 폴란드 실롱스크 등에 생산공장 신·증설을 진행한다. 지난 6일에는 폴란드 실롱크스주에 제1공장 준공식을 갖고 유럽 시장 진출을 본격 알렸다.

SKIET는 글로벌 습식 분리막 점유율 2위, 최상위권(Tier1) 습식 분리막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전기차의 출력과 주행거리 확대를 위해 하이니켈 양극재 등 에너지 고밀도 수요가 증가하면서 SKIET의 분리막 기술은 더욱 빛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동박을 생산하는 SKC 투자사 SK넥실리스 정읍공장 [사진: SKC]
동박을 생산하는 SKC 투자사 SK넥실리스 정읍공장 [사진: SKC]

음극재를 감싸는 동박을 생산하는 SKC 자회사 SK넥실리스는 지난 7월 말레이시아에 공장을 착공했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 투자도 결정하면서 배터리 동박 시장 선두를 유지할 계획이다. 지난 1분기 기준 SK넥실리스 동박 판매량 시장 점유율은 22%로 1위다.

SK는 미국 배터리 소재 기업 '그룹14테크놀로지'와 합작해 실리콘 음극재 시장에 진출한다. 이를 위해 SK머티리얼즈는 지난 9월 양해각서를 체결해 실리콘 음극재와 원재료를 생산하는 공장을 설립한다. SK머티리얼즈는 고부가 배터리 소재인 탄소나노튜브(CNT) 도전재와 바인더, 첨가제 등으로 그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SK는 배터리 원가 비중 40% 이상을 차지하는 양극재를 협력사 공급과 일부 내재화로 공급망을 구축한다. 이를 위해 5월 중국 EVE에너지, BTR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하이니켈 양극재 등을 공급받는다.

SK는 기존 NCM(니켈·코발트·망간)기반 양극재 생산 기업과도 협력관계를 강화한다. 최근 에코프로비엠과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간 10조원 규모 양극재 공급계약을 맺었다. 에코프로비엠은 SK의 유럽, 미국 등 해외현지법인 인근에 양극재 생산 기지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SK는 양극재 확보와 함께 가격이 급등 추세에 있는 원재료를 직접 확보에도 힘쏟고 있다. 코발트 생산 세계 1위인 스위스 글렌코어와 2025년까지 코발트 3만톤(t)을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따라서 양극재 원료 가운데 가장 비싼 코발트를 당분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미국 조지아주에 SK battery America의 현장을 방문한 지동섭 SK온 대표이사(前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대표) [사진: SK이노베이션]
미국 조지아주에 SK battery America의 현장을 방문한 지동섭 SK온 대표이사(前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대표) [사진: SK이노베이션]

◇각형 배터리·LFP 등 배터리 라인업 다양화 

SK는 완성차기업 수요에 발맞춘 배터리 생산 라인업도 다양화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과 지동섭 SK온 대표는 지난 5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LFP 배터리는 중국 CATL과 BYD 등이 주력으로 채택한 배터리로, 배터리 3사가 채택한 NCM 삼원계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낮고 충전 시간이 길어 비교적 구세대 기술로 평가 받아 왔다.

그러나 삼원계 배터리의 원료 가격이 비싸고 화재 안정성 등의 문제로 완성차기업들이 LFP 배터리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테슬라와 BMW, 폭스바겐 등이 LFP 배터리 채택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규모가 커진 상황이다. SK의 LFP 개발 검토는 고객사들의 관심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기존 NCM 양극재 기반 하이니켈 배터리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현재 SK는 니켈 비중을 80%까지 끌어올린 NCM811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니켈 비중을 90%로 끌어올린 NCM9½½(NCM구반반) 배터리를 개발했다. 이를 내년 가동하는 미국 조지아주 1공장에서 양산할 계획이다.

SK는 각형 배터리 개발에도 관심이 크다. 주요 고객사 가운데 하나인 폭스바겐이 각형 배터리 비중 확대를 시사한 데 따른 조치다. 

SK의 주력 배터리는 파우치형이다. 파우치형은 에너지 밀도와 공간 효율이 우수하지만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각형은 에너지 밀도 등이 파우치형보다 낮은 대신 캔 케이스를 사용해 외부 충격에 강하고 대량 생산에도 적합하다. 

SK는 분리막 여러 장을 Z형태로 접어 양극과 음극을 순서대로 넣는 Z스태킹 방식을 파우치형 공정에 쓰고 있다. 이 공정을 각형 배터리에 맞춰 개발할 가능성이 높다.

SK온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중인 2공장 [사진: SK이노베이션]
SK온이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중인 2공장 [사진: SK이노베이션]

◇투자 로드맵 따른 재원 확보가 남은 과제

SK의 남은 과제는 시장 경쟁력 입증과 과감한 투자 계획 이행을 위한 재원 확보다.

SK는 올해 1000GWh가 넘는 수주잔고를 확보하며 장기적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포드와의 합작법인의 물량을 제외하고도 700GWh가 넘는 수치다. 그러나 생산능력은 약 40GWh에 그쳐 수주량에 한참 모자란다. 이른 시일 내 생산능력을 확보해 시장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

화재 안전성에 대한 확실한 검증도 필요하다. SK는 강한 분리막과 제조 공법 등으로 화재 안정성이 높다는 걸 강조해왔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국감 자료에 따르면 지금까지 화재 발생 건수는1건에 불과할 정도다.

그러나 화재 안전성을 완전히 극복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까지 SK가 생산한 전기차 배터리 물량은 30GWh 내외로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의 1~8월 탑재량(39.7GWh)에도 못 미치기 때문이다. 화재 안전성을 담보하기에는 시중에 풀린 SK 배터리 물량이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SK의 배터리 탑재량이 지난해부터 증가했다는 점도 지켜볼 만한 대목이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충·방전 횟수가 늘면 늘수록 불안정해지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장기간 사용에 따른 화재가 발생할 수도 있다. SK 배터리 물량 30GWh 가운데 절반이 지난해와 올해 생산됐다. SK 배터리가 화재에  강점이 있다는 판단은 잠시 보류가 필요해 보인다.

투자재원 확보도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다. 생산능력을 2025년 220GWh 가까이 끌어올리려면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보다 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하다.

게다가 포드와의 합작법인 규모가 커지면서 투자 금액도 늘어났다. 기존 블루오벌SK의 투자 계획은 약 60GWh 수준으로 SK가 약 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규모가 두배 가량 커지면서 SK의 투자 금액은 5조1000억원으로 늘어났다.

LG에너지솔루션과의 소송 합의금 2조원도 만만찮다. SK는 올해 재무제표에 1조원의 소송 합의금을 반영했다. 나머지 1조원은 2023년 이후 지급할 예정이다.

가장 확실한 재원 확보 방법은 SK온의 기업공개(IPO)다. 상장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불가피한 선택지로 보인다. 김준 총괄사장은 지난 달 임시주주총회에서 "배터리 사업이 스스로 증명하는 모습을 보여 '배터리는 이렇게 가겠구나'하는 시장의 확신이 있는 시점에 진행할 것"이라며 "IPO를 배제하고 있지는 않지만 다른 (재원)조달방안들도 많다"고 밝히기도 했다.

SK는 K배터리 3사 가운데 가장 과감하고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감행하고 있다. SK그룹은 배터리 사업에만 18조를 투자, 기업 핵심 성장동력으로 키울 계획이다. 폭스바겐과 포드, 기아차에 이어 현대차 아이오닉7의 수주 물량이 이어지면서 향후 전망도 밝다.

SK온은 배터리 사업 로드맵에 따른 외연 확장과 시장 경쟁력 확보가 성공 조건이다. 배터리 사업이 '미래 성장 가능성'을 넘어 그룹의 핵심사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