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중대형·전기차 배터리 현지 법인 현황 [디자인: 디지털투데이 송성원 담당]
삼성SDI 중대형·전기차 배터리 현지 법인 현황 [디자인: 디지털투데이 송성원 담당]

[디지털투데이 고성현 기자] 삼성SDI 올해 실적은 상승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전자재료와 소형전지가 호재를 보이고 전기차향 원통형 전지도 마찬가지로 상승곡선을 탔다.

SNE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SDI(이하 삼성)는 올해 1월~8월 누적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 기준으로 글로벌  6위다. 올해 성장률이 77.9%로 지속적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삼성은 전기차 배터리 생산기지를 울산과 헝가리, 중국에 두고 있다. 주요 고객사인 BMW와 폭스바겐 등의 배터리 물량을 여기에서 공급하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전동공구용 소형 배터리와 원통형 배터리는 천안과 중국 텐진, 말레이시아 법인에서 생산한다.

삼성은 전기차 수요의 급속 증가로 헝가리 법인의 생산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다. 증설 규모와 시기 등 관련 내용을 함구하고 있지만, 연간 생산능력을 기존 30기가와트(GWh)에서 50GWh로 60% 이상 늘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원통형 배터리21700(위)와 전기차용 각형 배터리(아래) [사진 : 삼성SDI]
 원통형 배터리(위)와 전기차용 각형 배터리(아래) [사진 : 삼성SDI]

 

◇3분기 실적,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주춤'...젠5 등에 기대

삼성의 중대형 배터리 실적은 크게 개선됐다.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수요가 유럽과 미국 중심으로 늘어서다. 3분기 실적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기대에 못미쳤다. 하지만 차세대 배터리 '젠5(Gen 5)' 양산과 미국 리비안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 수출 등 호재가 이어지고 있다.

삼성은 전기차 배터리 가운데서도 각형 배터리 기술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주로 폭스바겐그룹, BMW, 볼보 등 유럽 완성차기업에 각형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전환을 선도하는 폭스바겐은 노스볼트에 투자, 각형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진입장벽이 높아 폭스바겐의 단독 배터리 내재화는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삼성과의  협력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삼성은 새로운 공정을 적용한 젠5를 지난달부터 양산에 나섰다. 각형 배터리 기술력을 한층 강화한 셈이다. 기존 각형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를 20% 높이고 원가를 20% 이상 낮췄다. 젠5는 BMW가 출시할 전기차 i4와 iX 등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젠5는 양극판과 분리막, 음극판을 말은 젤리 롤(Jelly roll)을 셀 내부에 넣는 와인딩(Winding)방식에서 스태킹(Stacking) 공정으로 바꿔 에너지밀도를 높였다. 말아넣은 젤리롤은 사각형 배터리 내부의 각진 귀퉁이에 빈 공간이 생겨 밀도가 낮지만, 스택형은 쌓아올려 내부를 채우는 만큼 빈틈없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여기에 니켈 함량을 88%까지 끌어올리고 코발트 비중을 줄인 차세대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로 성능 향상과 함께 가격 절감도 해냈다. NCA 양극재에는 기존에 들어가던 망간 대신 알루미늄을 넣어 안정성을 갖췄다. 실리콘 함량이 높아진 음극재로 충전시간 감소와 에너지밀도를 높인 점도 긍정적이다.

김광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지난해 젠3 이상 배터리 비중은 50%에 못 미쳤으나 젠5는 젠2 이하 배터리 비중 축소와 겹치며 70%를 상회하는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기차용 원통형 배터리 수주 증가도 희망적이다. 삼성은 지난 4월 미국 리비안이 첫 출시한 전기트럭 R1T에 21700(지름 21mm, 높이70mm) 원통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향후 출시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R1S에도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SDI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진 리비안 R1T 전기 픽업트럭 [사진: 리비안]
삼성SDI 원통형 배터리를 탑재한 것으로 알려진 리비안 R1T 전기 픽업트럭 [사진: 리비안]

◇양극재 내재화 추진...소재 확보에 협력사와 관계 강화

삼성은 양극재 내재화와 협력사를 통한 소재 확보에도 적극 나섰다. 

삼성은 지난 7월 자회사 에스티엠(STM)에 양극재 제조 설비 매입과 운전 비용 확보를 위한 출자를 공시했다. 분산된 양극재 생산라인을 통합해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기존 양극재 공급사인 에코프로비엠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에코프로비엠과 합작 양극재 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여기에서 생산된 양극재는 삼성SDI에 단독 공급된다. 

삼성은 각형 소재·장비업체와 해외 동반진출 등 협력 관계를 두텁게 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유럽과 미국 등 해외에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 삼성SDI를 최대 고객사로 둔 동박 생산업체 일진머티리얼즈는 국내와 말레이시아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다. 올해 헝가리에 연산 1만톤(t) 규모 동박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다. 

삼성은 배터리 부품을 생산하는 협력업체와도 긴밀한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상신이디피와 신흥에스이씨는 삼성SDI에 각형·원통형 배터리 용기(CAN)와 캡 어셈블리(배터리 뚜껑·배터리 내 가스를 방출하는 역할)를 공급한다. 이 기업들은 말레이시아와 헝가리, 중국 등에 삼성과 함께 진출해 있다. 

삼성은 협력사와의 R&D를 통한 차세대 소재 및 배터리 개발도 순조롭다. 지난해에만 R&D 비용만 8000억원을 투자했다. K배터리 3사 가운데 가장 많은 투자비다. 젠5에 들어갈 실리콘 음극재에 적용한 실리콘 탄소 나노복합재료(SCN) 기술 역시 협력사와의 R&D를 통한 결과물이다.

삼성은 실리콘 함유량 2%가 첨가된 음극재를 중국 BTR에게 전수하고 꾸준히 공급받고 있다. 젠5에는 5% 내외 함량을 가진 실리콘 음극재가 투입될 전망이다. 실리콘 음극재 공급업체로는 엠케이전자와 동진쎄미켐, 한솔케미칼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공급업체 선정은 밝힐 수 없다"면서 "어떤 제조사든 한 곳에서만 원재료를 공급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가 일리노이 주 배터리 공장 건설 검토한다는 소식을 전한 딕 더빈(Dick durbin) 미 상원의원 [사진: 로이터]
삼성SDI가 일리노이 주 배터리 공장 건설 검토한다는 소식을 전한 딕 더빈(Dick durbin) 미 상원의원 [사진: 로이터]

◇더 늦추기 어려운 미국 투자 결정 시기

소재 공급망 확보와 R&D 등 내실을 다져온 삼성의 눈은 미국을 바라보고 있다. 잠재력이 큰 미국 전가차 시장은 놓칠 수 없는 노다지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올해 안에 미국 투자를 확정하지 못하면 경쟁에 뒤처질 수 있는 상황이다. 여전히 향후 계획에 대해서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반도체 투자와 맞물려 조만간 계획이 나올 것으로 보여진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자국 완성차기업 중심의 전기차 생산 공급망 확보에 힘쓰고 있다. '바이 아메리칸'정책으로 부품 현지 생산 비율을 높이고 있다. 여기에 미국·멕시코·캐나다 3국간 협정(USMCA)으로 2025년 7월부터는 미국 현지 생산 비중이 75%인 제품만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미국 전기차 시장 공급망에 들어가려면 빠른 투자 결정이 시급하다. 전기차 배터리 공장은 준공에 1년에서 2년정도가 필요하다. 양산에 돌입하는 시기를 감안할 때 올해를 넘기면 미국 시장 진입은 더욱 까다로워진다.

삼성은 지난 7월 컨퍼런스콜을 통해 미국 투자를 가시화하며 투자 검토에 들어갔다. 생산기지로 일리노이주와 미시간주가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미시간주는 삼성의 전기차 배터리 팩 조립 공장과 합작 가능성이 있는 스텔란티스의 크라이슬러 생산공장이 있다. 일리노이주는 딕 더빈 미국 연방 상원의원이 "삼성이 일리노이주 중부 노말에 배터리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유력 후보지로 떠오르기도 했다.

삼성은 미국 완성차기업과의 합작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미국 정부가 자국 완성차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어서 합작사 설립이 장기적 협력과 공급망 진입에 유리하다는 관측에서다. 

삼성은 지난 2019년 전영현 사장이 제시한 '질적 성장과 수익성 증대'라는 목표 아래 배터리 기술력 확보와 성장을 이어왔다. 해당 목표는 전기차 시장 확대에 따른 고객사 수주 다변화, '젠5'를 비롯한 배터리 경쟁력 확보라는 결실을 맺었다. 지난달에는 BMW그룹의 롤스로이스 전기차 배터리에 삼성SDI가 낙점됐다는 소식이 들렸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다시 재편구도에 들어갔다. K배터리 3사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고, 반값 배터리 등 업계 생존을 건 치킨게임 경쟁 시기도 다가오고 있다. 미국 시장을 향한 K배터리 진출도 분명해지고 있는 가운데, 아직 투자 시기를 밝히지 않은 삼성SDI의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SDI 관계자는 "NCA 양극재와 전고체 등 차세대를 이끌어갈 배터리 개발과 R&D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질적 성장 기조에 발맞춰 배터리 기술 선도기업 입지를 다져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