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클라우드. [사진: 셔터스톡]
구글 클라우드.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구글이 은행들과 협력해 구글페이를 통해  사용자들을 상대로 은행 계좌 서비스를 제공하려 했던 플렉스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구글은 플렉스 협력 네트워크 밖에 있는 다수 은행들과 경쟁하기 보다는 다양한 은행들에게 자사 다른 제품들을 파는데 무게를 두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 외신들에 따르면 올해 4월 플렉스 프로젝트 지휘봉을 새로 잡은 빌 레디는 은행들과 경쟁하기 보다는 디지털 뱅킹이나 결제 생태계를 개발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고 이것이 결국 계좌 서비스를 제공하려던 계획을 중단한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CNBC 보도를 보면 지난 몇년간 은행 경영자들은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 시장 진출 계획을 공개할 때마다 상당한 부담을 느꼈다. 빅테크 기업들은 수억 명에 달하는 고객들과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역량이 있고, 이를 기반으로 미디어와 광고 산업은 이미 재편했던 터라 금융도 유사한 상황에 처하는 것을 우려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 시장 진출은 우려 만큼은 덜 파괴적이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CNBC에 따르면 2018년 아마존은 은행 계좌 서비스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까지는 현실화되지 않았고 우버는 지난해 핀테크 전략에서 한발 물러섰다. 글로벌 송금 및 이커머스 시장을 겨냥해 스테이블코인형 암호화페를 선보이려는 페이스북의 행보도 정부 규제 우려 속에 당초 계획에 비해 축소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구글의 방향 전환도 큰틀에서 보면 디지털 금융 사업을 직접 하려던 것에서 후퇴하는 행보로 볼 수 있다. 구글 대변인은 "금융 서비스 제공자 역할보다는 은행 및 금융 서비스 회사들에 디지털 인에이블먼트(enablement)를 전달하는데 우선 초점을 맞출 것이다"고 말했다. 은행들에게 필요한 기술을 파는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얘기다.

웰스파고 은행의 마이크 마요 애널리스트는 구글의 행보와 관련해 작성한 연구노트에서 "궁극적으로 클라우드 컴퓨팅을 포함해 다양한 비즈니스들을 위해 현재와 잠재 고객들에 적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가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고 CNBC는 전했다.

구글은 최근 몇 년 간 클라우드 사업에 많은 인력과 비용을 쏟아부었다. 구글 클라우드 사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음에도 시장 점유율만 놓고 보면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 여전히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 애저에 뒤져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구글 클라우드를 이끄는 토마스 쿠리안 CEO는 금융 서비스를 타깃 시장 중 하나로 주목해왔다.

피터 반네마허(Peter Wannemacher) 포레스터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은 탈금융중개화를 우려하고 있다. 구글 경영진들은 구글이 하려고 하는 일을 은행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란 신호를 포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서 "구글은 고객들에게 파는 것보다는 은행들에게 파는데 얻을게 더 많다는데 베팅했다"고 말했다.

규제 측면에서도 테크 기업들에게 금융은 부담일 수 있다. 물론 구글이 추진하던 플렉스 프로젝트에 대해 규제 당국이 불편해한 정황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일반인들을 상대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향후 규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반네마허 애널리스트는 "금융 서비스는 들어가기 어려운  영역이다. 모두가 이걸 알지만 금융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귀찮고 복잡한 것들이 얽히고 섥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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