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라는 말은 나이가 많음을 바탕으로 두는 말이지만 요즘은 2030세대를 지칭하는 역꼰대, 영꼰대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요즘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이라면  절대 듣고 싶지 않은 단어가 있다. 바로 ‘꼰대’다.

물론 꼰대라는 말은 예전부터 있었다.  남자 어른을 지칭했던 이 은어는 최근 들어 나이만 내세우는 윗사람을 조롱하기 위한 단어로 자리 잡았다.

나이든 사람이 흔히 하는 ‘나 때는 말이야’란 말 때문에 ‘latte is horse’란 낮선 단어가 유행어로 자리 잡은지 오래다. 이 말은 윗사람의 다양한 부정적 상황(썰렁하다, 살짝 저질스럽다, 고집이 세다, 권위적이다, 이야기를 독점한다 등)을 설명하는 만능 키워드가 됐다.

아무튼 90학번, 그리고 나이에서 5자를 앞으로 놓은 5학년인 나는(나이를 학년으로 표시하는 건 100% 꼰대 수칙이다) 사회적 기준으로는 꼰대에 속한다.

꼰대라는 말은 기본적으로 나이가 들었음을 바탕에 두고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꼰대와 관련한 연관 키워드 분석 내용                           /출처: 헤일로에이트 AI Text 분석 솔루션 Luminoso
꼰대와 관련한 연관 키워드 분석 내용                           /출처: 헤일로에이트 AI Text 분석 솔루션 Luminoso

그런데 나이든 사람의 전유물이었던 꼰대라는 단어가 요즘은 '역꼰대', 혹은 '영꼰대'라는 이름으로, 꼰대스러움을 장착한 2030 세대를 지칭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젊은 꼰대란 말의 댓글을 분석해보면 강요, 자기중심, 가르치려고 한다, 고집불통, 간섭, 오지랖, 극혐이라는 연관 단어가 나타난다.

이는 유머처럼 떠돌지만 실은 팩트 가득한 꼰대의 6하원칙에서도 잘 나타난다.

 

또 자세히 들여다보면 꼰대라는 단어가 꼭 부정적인 감정으로만 쓰이는 것도 아니다. 분석 시스템은 글의 맥락을 감안해 감정의 정도와 빈도를 보여준다. 같은 단어라도 긍정적으로 쓰이면 긍정적 감정으로 파악하는 데 꼰대를 X축에, 좋다는 감정을 Y축에 놓고 보니 꼰대와 연관한 긍정적 감정이 보인다.

 

꼰대는 오지랖 넓어서 간섭도 하지만 동시에 필요한 정보를 준다는 것이다.

젊은 상사는 자료나 노하우 전수에 인색하지만, 오히려 나이 많은 분들은 아낌없이 퍼주는 편이다.

우리가 평소 ‘꼰대’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너그러움.

배우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다가선다면, 본인의 시간을 기꺼이 희생하고 밥까지 사주면서 본인의 노하우나 그간의 시행착오들을 공유한다.

모든 콘텐츠를 ‘유료화’하려는 지금의 트렌드에 역행하는 무료의 ‘꿀팁’인 것이다.

특히 일과 영업을 위해서 네트워크가 필요할 때, 꼰대에 대한 다른 시각을 가지는 계기가 된다.

경조사가 있으면 먼 곳까지 마다하지 않고 가서 밤을 새우고, 슬플 때나 기쁠 때나 술 마시고 형, 아우, 누나 했던 사이의 우정은 생각보다 끈끈해서 랜선으로 맺어진 친구 관계나, “이성적으로 일 얘기”만 한 건조한 관계로는 상상할 수 없는 의리가 있다.

중요한 것은 가치관과 판단이 상대방을 얼마나 고려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가치관과 판단이 상대방을 얼마나 고려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요즘 이야기하는 꼰대가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시행착오 속에 본인의 가치관과 판단이 세워졌다면 그 부분을 굳이 부끄러워할 필요가 있을까?.

다만 그 성향과 경향이, 그리고 가치관과 판단이 얼마나 상대방을 고려하고 어떤 콘텐츠를 담고 있는가가 더 중요할 것이다.

이런 것을 나는 바로 ‘꼰텐츠’라 부르고 싶다.

힘들어하는 자녀, 후배, 혹은 직원에게 그냥 ‘ 누구나 다 그래~ ’ , ‘ 그거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이런 일도 겪었다’고 얘기할 수도 있고, ‘ 나도 비슷한 일을 겪었는데 그때 난 이렇게 했어. 지금은 상황이 다르니 똑같이 적용할 수는 없지만 내 경험으로는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아’는 천지 차이다.

힘들어하는 누군가를 향해 무언가 조언하고 용기를 주고 싶은 마음은 같을 것이다.

과거의 경험을 얘기하는 것도 나이가 주는 당연한 행동이다.

다만, 모든 일의 가치와 결론이 과거에 머물러 버린다면 그건 나이 든 것이 아니라 낡은 것이 되는 것이다.

 

낡은 것이라는 건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도 아니고 미래도 없다.

자신을 꼰대라 비하하고, 그 규정안에 사로잡혀 꼰대인증자들끼리 과거의 영광에 머물러 있지 말고 동시대적인 ‘꼰텐츠를’ 가진 ‘꼰부심’ 가득한 꼰대.

이왕 ‘꼰’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했다면 긍정적 키워드를 잔뜩 붙여보고 싶다.

어찌 아는가. 우리가 노력한 만큼, 언론이나 시대가 꼰대를 긍정적인 맥락에서 다뤄줄지. 이를테면 ‘개멋짐’, ‘존맛탱’ 처럼 정말 좋은 감정을 일컫는 수식어로 말이다.

늙어가는 건 괜찮다. 하지만 낡지는 말자.

시간이 지나도 빛을 발하고 가치가 높아지는 상태 좋은 명품처럼.

신은주 헤일로에이트 대표
신은주 헤일로에이트 대표

신은주 (주)헤일로에이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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