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유림 기자] 네이버, 쿠팡, 배달의민족 등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규율하는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플법)이 다수 발의된 가운데,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한 공정거래위원회와 인터넷(플랫폼) 업계가 여전히 극명한 입장차이를 보이고 있다.

2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 공청회에서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은 “오프라인 환경에선 사업자와 입점 업체가 계약서를 서로 주고받을 수 있지만 온라인에선 이들이 1대1로 만나기 어렵기 때문에 이용 약관이 일종의 계약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며 “또 설령 계약서 내용이 문제가 된다고 해도 약관규제법 등 기존 법으로 규제가 가능한 만큼 새로운 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가 마련한 온플법은 플랫폼 사업자와 입점 업체 간 불공정행위를 막는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가 입점 업체(사업자)를 대상으로 계약서를 작성, 교부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온플법 6조 내용이다.

이에 대해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온플법 규제 강도가 다른 해외 사례와 비교해 크지 않다고 맞받아쳤다. 대표적으로 유럽연합(EU)이 온플법과 비슷한 법안을 앞서 마련한 바 있는데 규모 등에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계약서와 관련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단 것이다. 

사안에 따라서는 기업 결합(인수합병) 시 어떤 기업을 인수할 것인지, 민감한 사안까지 요구하는데 이와 비교해선 규제 강도를 낮춘 모델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김 부위원장은 “플랫폼 서비스 특성을 고려해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법안을 마련했다”며 “이 법으로 많게는 30여 개 사업자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산되는데 범위는 넓지만 규제 강도는 낮다”고 했다.

2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 국회의사중계시스템]
22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발표하고 있다. [사진: 국회의사중계시스템]

하지만 업계에선 EU 등에서 입법을 하게 된 배경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U에선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을 견제하기 위한 일환으로 규제 강도를 높였다는 것이다. 반면 국내 인터넷 생태계는 해외 거대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 공생하고 있는 점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픈마켓, 음식 배달 주문 중개(배달앱), 승차 호출 등 다양한 서비스들이 개인 사업자 등 입점 업체와의 관계를 형성하게 되기도 하지만 앱마켓처럼 기업들이 입점 업체가 되는 경우도 있다.

아울러 EU가 4년, 일본이 2년 등 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됐던 만큼 실태 조사 등 충분한 시간을 거쳐 입법 절차를 밟아야함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 부위원장은 “기존 갑을관계법, 하도급법 등이 처음 제정됐을 때는 규제 강도를 낮게 시작해 지금의 수준에 이른 것”이라며 “디지털 경제에서의 거래 질서가 잡히면 규제는 더 강화할 필요 없다고 보기 때문에 공정 거래 질서 확립과 혁신을 같이 잡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입법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무위원회에는 공정위가 마련한 정부안 외에도 여러 의원들이 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이 법과 관련해 우려를 표하는 가운데, 타 상임위인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도 비슷한 내용의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 보호법(전혜숙 의원)’이 발의돼 소관 논의도 겹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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