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팔이 가상자산 시장 진출을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 디지털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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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거물급 온라인 결제 업체인 페이팔은 최근 온라인에서 가상자산(암호화폐)을 이용한 결제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대규모 상인 네트워크를 가맹점으로 보유한 페이팔이 지원 사격을 하고 나선 만큼, 암호화폐 결제가 실질적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페이팔측은  결제 기능과 관련해 암호화폐가  사람들이 사고 팔고 보유하는 자산 클래스에서 전세계 수백만 상인들과 거래 하는 데 쓸 수 있는 교환수단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암호화폐가 의미가 있는 결제 수단이 될지에 대해서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코인데스크의 마크 호흐스테인도 3일(현지시간) 이와 관련한 칼럼을 올렸는데, 큰틀에서 보면 암호화폐 결제가 당장 대중성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암호화폐 초창기인 2013년에만 해도 결제가 비트코인에 의미있는 활용 사례가 될 것으로 봤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입장을 바꾼 상황이다.

2003년 쯤만 해도 그는 비트코인이 비자나 마스터카드, 또는 페이팔 같은 결제 서비스에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에 따르면 20분이라는 비트코인 거래 확정(confirmations) 시간이 매장내 구매에 어색해 보일 수 있지만 당시에도 상인들은 신용카드를 쓴 고객이 거래가 확정되기전 매장을 나가는 리스크를 받아들였다.

상인 입장에선 신용카드를 받는다고 해서 거래가 진짜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 물건 값이 계좌에 들어와야 거래가 완료되는 건데, 신용카드를 받은 상인들이 물건값을 계좌로 받기 까지는 2~3일이 걸릴 수도 있다.

호흐스타인이 비트코인이 이같은 상황을 파고들 수 있다고 본 것은 상인들은 수수료를 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보내는 사람이 수수료를 내는데, 네트워크 트래픽이 많지 않은 당시만 해도 소액이었다. 상인들 입장에선 암호화폐 가격 변동에 따른 리스크도 질 필요가 없다. 이들은 가맹점을 대신해 비트코인을 즉시 소유하고 이에 상응하는 돈을 법정 화폐로 보내주는 결제 처리 업체(프로세서)를 이용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한 수수료는 1% 정도다. 2~3% 수준인 신용카드 결제에 비해 저렴하다. 

그런만큼, 호흐스타인은 상인들이 비트코인 가격을 걱정하지 않고 비트코인이 주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비트코인 트래픽이 늘면서 현실은 다르게 돌아갔다. 2017년 비트코인 가격이 상승하면서 네트워크엔 부하가 걸렸고, 수수료는 몇센트에서 몇달러로 뛰었다. 거래 정산 시간도 몇분이 아니라 몇시간이 소요됐다.

다시 상승장인 요즘 비트코인 평균 확정 시간은 다시 뛰고 있다. 수수료는 달러 기준으로 두자리수로 치솟았다.

이런 가운데 다른 블록체인 개발자들은 높은 스루풋(처리량을 의미)과 낮은 수수료를 제공하는 플랫폼을 제공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비트코인 수준의 보안, 네트워크 효과 또는 인지도를 보여주는 이들은 아무도 없다고 호흐스테인은 지적했다. 비트코인에 가장 근접한 경쟁자인 이더리움도 자체적인 확장성 이슈에 직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확장성 이슈 말고도 암호화폐 결제 대중화를 가로막는 장애물들은 여럿이다. 암호화폐 가격은 여전히 변동성이 크고 미국 정부는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보고 있다. 이것은 도지코인으로 도그푸드(dogfood) 한 캔을 사는 것은 보고될 의무가 있고 세금도 내야 하는 행위라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결제 인프라가 발달하지 않은 곳에선 암호화폐가 교환 수단이 될 잠재력은 있다. 온체인(on-chain: 블록체인 메인 네트워크 상에서) 전송이 소액 암호화폐를 전송하는 유일한 방법인 것도 아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 같은 레이어2 기술을 활용하면 비트코인 결제를 보다 빠르고 저렴하게 진행할 수 있다.

페이팔 역시 암호화폐 결제 편의성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페이팔 사용자가 암호화폐로 결제를 하려면 갖고 있는 암호화폐를 팔아야 한다. 상인들 입장에선 법정 화폐만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페이팔 사용자들은 온체인 수수료나 확정 시간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복잡한 일들은 페이팔과 파트너인 팍소스가 뒤에서 처리한다. 세금와 관련한 번거러운 일들도 페이팔이 많이 처리해준다.

이쯤되면 소비자들이 암호화폐를 결제에 사용하려고 할까? 호흐스타인은 회의적이다. 그렇게 됐으면 하는 바람은 있지만 현실은 암호화폐 결제가 대중화되는데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는게 그의 생각이다. 페이팔이 전세계적으로 2900만 상인들에 연결돼 있다고 해도 사용자들이 커피 한잔 사려고 세금을 내고 내일 가치가 더 있을 수 있는 코인을 오늘 쓰지 않으려 하는 걸 극복하는데 충분하다 보기는 무리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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