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과 SAP는 그동안 엔터프라이즈 고객들을 상대로 소프트웨어를 공급해왔지만 최근에는 스타트업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오라클과 SAP는 그동안 엔터프라이즈 고객들을 상대로 소프트웨어를 공급해왔지만 최근에는 스타트업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대형 엔터프라이즈 고객들을 주로 상대해온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SAP와 오라클이 스타트업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업들 사이에서 클라우드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코로나19 상황으로 고가 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가 축소되면서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성장 잠재력을 찾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오라클과 SAP 정도 회사가 엔터프라이즈급 소프트웨어 투자와 거리가 있는 스타트업들 공략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예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장면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달라졌다. 오라클과 SAP가 고가 온프레미스(직접 구축) 소프트웨어에 이어 월정액을 내고 쓰는 클라우드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키우고 나서면서 스타트업 경영자들이 창업 초기부터 전사적자원관리(ERP)와 같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 따른 가치를 확신하도록 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고 해외 IT미디어 프로토콜은 전했다.

오라클과 SAP는 이미 스타트업 시장에서 나름 인상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오라클은 스타트업 비즈니스로 연간 400% 이상 성장율을 기록하고 있고 SAP는 지난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만 773개 신규 고객을 확보했다.

제이슨 윌리엄슨 오라클 스타트업 담당 부사장은 "지난 몇년 간 스타트업들에게 오라클이 여기 있음을 알리기 위해 꾸준한 발걸음을 보였다"면서 "이제 우리는 약속을 전달하기 위한 플라이휠(flywheel) 단계에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만 해도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오라클이나 SAP가 제공하는 비싼 소프트웨어를 쓰는 것을 꺼렸다. 이들은 아쿠매티카(Acumatica), 인택트(Intact), 파이낸셜포스(FinancialForce) 같은 중소기업에 적합한 솔루션들을 선호했다. 하지만 이제 분위기는 달라졌다. 비용이 좀더 들어가는 솔루션을 보다 일찍 도입하면 나중에 좀더 힘든 작업을 줄일 수 있다는 인식이 스타트업들 사이에서 있다고 프로토콜은 전했다.

ERP 같은 주요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들이 점점 클라우드 중심으로 돌아가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도 스타트업들에게 오라클이나 SAP 소프트웨어 도입에 따른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요인으로 부상했다. 클라우드 기반 애플리케이션을 쓰면  내부에서 관리할 부담 없이, 회사 성장에 맞춰 규모를 확장할 수 있다.

SAP와 오라클 입장에서 스타트업들은 기존 핵심 기반인 엔터프라이즈 고객들에서 나오는 라이선스 매출을 대체할 수 있는 시장은 아니다. 양사 모두 스타트업들에게 할인된 가격에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고, 스타트업들 숫자는 많지만 성공하는 곳들은 일부에 불과하다. 스타트업들 대부분은 실패한다. 

그럼에도 SAP와 오라클이 스타트업들을 주목하는 것은 향후 잠재력 때문이다. 일찌감치 관계를 맺은 스타트업 중 일부가 성공하면 두 회사는 매출을 많이 일으키는 우량 고객을 확보하게 된다. ERP 같은 소프트웨어는 한번 쓰면 바꾸기가 어렵다.

전기자동차 회사인 리비안이 이같은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리비안은 2019년 SAP ERP 소프트웨어인 SAP S/4 HANA를 도입했다. 이후 리비안은 수십억달러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완성차를 아직 내놓지 못했음에도 회사 가치가 250억달러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라클의 경우 초기 창업자들을 잡기 위해 대학교까지 파고드는 모습이다. 아직 회사들을 만들지 않은 창업가들과 일찌감치 인연을 맺는 것에 적극적이다. 제이슨 윌리엄슨  부사장은 "다음의 유니콘을 잡으려면 초기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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