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은행장(왼쪽부터), 허인 KB국민은행장,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지성규 하나은행장, 권광석 우리은행장. [사진: 각사]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주요 시중은행들이 연말 조직개편과 임원 인사를 속속 마무리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 속에 대부분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다. 수장들도 자리를 지켰다. 진옥동 신한은행장, 허인 KB국민은행장이 연임을 확정지었으며, 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임된 손병환 전 NH농협은행장을 제외한 나머지 행장들도 연임 쪽에 무게가 쏠린다. 올 한해 주요 행보를 짚어본다.

진옥동 신한은행장 다양한 시도 눈길...혁신 시험은 계속

지난 17일 신한금융지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는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연임을 발표했다. 진 행장은 그룹의 ‘2+1’이라는 관례를 깨고 2022년 말까지 신한은행을 이끌게 됐다. 코로나19 악재 속에서 안정적인 경영 성과와 디지털 전환, 글로벌 진출 등에서 활발한 행보가 연임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진 행장의 다양한 시도도 빛난 한해였다. 신한은행은 올 초 새로운 성과평가체계인 ‘같이성장 평가제도’를 도입, 영업점 평가 체계를 다시 설계했다. 실적 위주의 성과평가가 다양한 부작용을 낳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또 고객보호를 위해 소비자보호그룹을 신설하고 각 지역본부에 금융소비자 오피서를 투입했다. 여기에 생산적·포용적 금융을 지원하는 9조원 규모의 신한 두드림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디지털 전환에도 적극적이었다. 우선 오픈뱅킹 시대에 맞춰 자사 앱 쏠(SOL)에서 실시간으로 은행, 카드, 증권, 부동산, 자동차 등 모든 자산을 조회, 관리할 수 있는 MY자산 관리 서비스를 개설했다. 특히 공을 쏟은 부분은 AI 생태계 구축이다. 올 초 삼성전자와 AI 기술 활용을 위해 업무협약을 진행했고, 최근에는 넥슨과 AI 기술 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다. 내부적으로 디지털영업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AI 연구개발을 전담하는 AI통합센터를 구축해 개발인력을 대거 채용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실시간 상담이 가능한 인공지능 챗봇 '쏠메이트', 디지털자산관리가 가능한 로보어드바이저 '쏠리치' 등을 출시했다.   

내년 최대 과제로는 KB국민은행에 빼앗긴 '1위 은행' 자리 탈환이 꼽힌다. 이를 위해 최근 신한은행은 내년 순이익 목표를 10% 증가한 2조4000억원으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위 지킨 허인 KB국민은행장...디지털 전환·해외 사업 박차  

KB국민은행은 최근 몇년간 치열하게 펼쳐진 신한은행과 1위 싸움에서 다소 우위를 점한 분위기다. 지난해 국민은행은 은행권 당기순이익 1위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도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 1조8824억원을 시현해 신한은행(1조7650억원)을 약 1100억원 차이로 따돌렸다. 아직 올해 실적이 발표되지 않았으나, 누적 순이익으로 기준 국민은행이 1등 자리를 수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인 행장의 연임에는 이같은 성과가 밑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11일 KB금융지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허 행장의 3연임을 확정했다.

허 행장도 올해 디지털 경쟁력 확보에 심혈을 기울였다. 허 행장 주도 하에 KB국민은행은 뱅킹 앱을 고도화하고 비대면으로 가능한 디지털창구 전환 등을 추진하고 있다. 공인인증서가 폐지된 가운데 KB모바일인증서는 초반 두각을 나타내는 모습이다. 최근에는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혁신 IT인프라를 구축한 차세대 전산시스템 '더 케이 프로젝트'를 완료했다. 이 프로젝트는 코어뱅킹은 그대로 유지하되 정보계 시스템을 중심으로 차세대 환경을 도입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미래 신기술을 주 전산에 적용, 각종 마케팅 프로세스와 시스템 고도화에 초점이 맞춰 진행된다. 국민은행의 디지털 관련 사업에서 핵심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해외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동남아와 선진국 시장에 대한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말 캄보디아 프라삭을 인수하고 올해 3월에는 미얀마현지법인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 획득에 성공했다. 올해 8월에는 인도네시아 부코핀은행의 추가 지분 인수을 성공적으로 끝냈다.  

지성규 하나은행장·권광석 우리은행장 연임 가능성↑ 

지성규 하나은행장과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아직 연임 여부가 정해지지 않았다. 지성규 하나은행장의 경우 내년 3월이면 임기 2년을 모두 채우게 된다. 지난해 1년 임기로 취임한 권 행장 역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은행권에서 두 사람 모두 무난하게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 행장의 경우 올해 디지털 사업과 해외 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중국 법인인 하나은행 중국유한공사는 지난 8월 중국 온라인 여행플랫폼인 '씨트립'과 제휴해 디지털 모바일 대출을 출시했다. 11월에는 글로벌 전자상거래기업 알리바바의 앤트그룹과 협약해 전용 모바일 지점을 개점했다. 이에 힙입어 하나은행중국유한공사의 올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80% 급증한 868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디지털전담 조직인 미래금융그룹을 중심으로 전사적으로 디지털 사업에 집중했다. 최근 출시한 전 계열사의 서비스를 별도 앱 다운없이 이용 가능한 '뉴하나원큐'는 그 일환이다.

권광석 우리은행장은 취임 이후 외부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체질개선에 주력했다. 디지털 혁신 선도, 조직 활력 제고, 소비자 신뢰 회복 등을 주요 과제로 삼았다. 제로제이스 혁신에 따라 부서와 팀의 중간 형태인 ACT(Agile Core Team) 조직체계를 도입하고 '투자상품전략단'을 비롯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추진단, AI사업부, 증권운용부, 글로벌IB심사부 등을 신설했다. 내부적으로는 은행 복장 자율화를 추진하는 등 내부 문화 개선에 앞장섰다. 

권 행장이 특히 공들인 분야는 마이데이터 사업이다. 금융위원회가 예비허가를 하기 전부터 우리은행은 200억원을 시스템 구축에 투입하는 등 공을 들여왔다. 이런 노력 끝에 지난 22일 마이데이터사업자 예비허가를 받았다. 우리은행은 내년 2월부터 본격적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을 시행할 수 있게 된다. 또한 권 행장은 새로운 자산관리 채널인 'PCIB 점포'를 신설해 비이자수익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손병환 전 NH농협은행장은 예상을 깨고 차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선출됐다. 손 회장은 NH농협금융의 대표적인 디지털 전문가로 꼽힌다. 손 회장은 2015년 디지털금융부장을 지낼 당시 국내 최초로 오픈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도입했다. 또한 핀테크 기업과 사업제휴, 창업지원 등을 위해 'NH핀테크혁신센터'를 개설했다. 현재 이 센터는 'NH디지털혁신캠퍼스'로 변경, 디지털 연구·개발(R&D) 겸 핀테크 육성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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