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10일 전자서명법의 본격 발효를 하루 앞두고 은행권에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된다. 금융 거래시 고객이 필요로 하는 인증서는 단 1개다.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시작된 가운데, 현재 구도는 금융결제원의 금융인증서를 대표 인증서로 채택한 은행과 자체적으로 인증서 구축에 나선 은행으로 갈린 모습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결원은 은행권과 공동으로 작업한 '금융인증서 서비스'를 10일 KB국민·하나·신한은행 등 16개 은행에 도입한다. 기업·NH농협은행과 산립조합중앙회 등은 IT 관련 추가 협의로 내년 2월 일괄 적용할 예정이다.
이 서비스는 고객 인증서를 PC와 모바일이 아닌 클라우드에 보관한다는 점이 은행권 사설인증서와 비교되는 특징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일부 시중은행들은 직접 사설인증 시스템을 구축하는 대신 금융인증서만 채택했다. 금융인증서의 쓰임이 더 넓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금결원과 은행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금융인증서는 여러 은행과 거래하는 고객에 적합하다. 은행 1곳의 인터넷·모바일뱅킹 인증센터에서만 금융인증서를 발급받으면 타행과 카드사, 보험사 등에서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다른 은행들이 자체 인증시스템을 골몰할 때 우리가 집중한 것은 금융인증서의 고도화 방안"이라며 "금융인증서, 공동인증서 등이 있는데 자체 인증서까지 만들면 고객 혼란만 키우는 셈이다"고 전했다.
정부·공공기관과 관련한 이용 범위가 넓은 점도 다른 사설인증서와 비교되는 특징이다. 금결원에 따르면 금융인증서는 오는 10일 정부24와 국민신문고에, 11일부터는 청약홈에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세청 홈택스와 국민연금 등과는 이달 30일 연동을 목표로 협의를 진행 중이다.
반면 단일 은행과 거래하는 고객들은 해당 시중은행의 자체 인증서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자체 인증서들은 한 은행에서만 쓸 수 있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된다. 반면 장점도 뚜렷하다. 해당 금융그룹 계열에 특화한 업권별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주거래 은행에 거래를 집중시키는 고객이 주된 이용자가 될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자체 사설인증서를 내놓은 곳은 KB국민은행·IBK기업은행·카카오뱅크 등이다.
하지만 공공기관을 통해 민원처리를 해야 하는 경우 사설인증서는 한계가 있다. 은행의 제휴기관 확보 여부에 따라 공동인증서(옛 공인인증서)를 추가로 발급받아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은행들이 금융사·공공기관 위주의 제휴기관 확대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정부 '공공분야 전자서명 확대 도입을 위한 시범사업' 후보사업자에 이름을 올린 KB국민은행은 예외다. 최종 시범사업자 선정 땐 내년 1월부터 연말정산간소화 등 공공 웹사이트에 서비스를 연동할 수 있게 된다.
이기혁 중앙대 교수는 "공인인증서가 폐지된 배경을 고려하면 여러 인증서를 기꺼이 깔 고객은 없을 것"이라며 "사설인증서는 혁신성과 편리성을, 금융권 연합 인증서나 공동인증서는 보안성을 앞세워 모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용도뿐만 아니라 고객 연령대별로도 선택이 나뉠 듯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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