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인증서.
올해 12월 10일 전자서명법 개정안 발효를 앞두고 다양한 인증서 서비스가 출시되는 가운데 소비자 피로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공인인증서 선택 화면.

[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다음달 전자서명법 개정안의 발효를 앞두고 새로운 인증서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 인증서는 발급기관만 다른 게 아니다. 저장위치와 유효기간 등 인증서마다 천차만별이다. 결국 비교 선택은 소비자의 몫인데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피로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결제원은 은행 22곳과 공동으로 작업한 '금융인증서 서비스'를 우리은행에 먼저 적용했다. 고객의 인증서를 PC와 모바일이 아닌 클라우드에 보관한다는 점이 은행권의 사설인증서와 비교되는 특징이다. 비밀번호도 복잡한 10자리 문자 대신 패턴과 지문으로 대체된다. 유효기간은 3년이다.

우리은행에 선제 도입된 것은 논의 초기부터 우리은행이 관련 프로그램 개발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이어 개발과 시범 테스트가 끝난 은행들도 금융인증서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인데, 다음달 10일 일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괄 적용이 끝나면 소비자들은 은행 1곳에서 발급받은 금융인증서를 타행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다만 이미 자사 이름을 내걸고 사설인증서 서비스를 운영 중인 시중은행들은 입장이 다소 난처해졌다. 대다수 은행이 참여해서 합류는 했지만 결국 자체 인증 서비스와 경쟁을 붙여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결제원. [사진: 신민경 기자]
금융결제원이 은행 22곳과 공동으로 작업한 '금융인증서 서비스'를 최근 우리은행에 먼저 적용했다. 금융결제원 표지석. [사진: 신민경 기자]

앞서 여러 은행이 사설인증서 시장에 발을 들여놨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 'KB모바일인증서'를 내놨다. 현재 KB국민카드와 KB손해보험 등 계열사 5곳과의 연동을 마친 상태다. 보안 매체가 필수인 금융인증서 서비스와 달리 보안카드와 OTP 없이 간편 비밀번호만으로 이체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유효기간이 없어서 주기적으로 갱신할 필요가 없는 것도 다른 점이다.

IBK기업은행은 아톤의 보안매체 솔루션을 적용한 'IBK모바일인증서'를 구축했다. 지난해 5월 모바일뱅킹 앱인 아이원뱅크를 개편하면서 기존 공인인증서와 추가 인증수단을 대체할 서비스로 도입한 것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도 2017년 7월 출범 당시 자체 개발한 인증 서비스를 내놓고 간편 로그인과 이체 기능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은행들이 힘을 겨뤄야 할 대상은 금융인증서만이 아니다. 은행연합회와 회원사 16곳이 2018년 만든 블록체인 기반 인증서 서비스 '뱅크사인'도 있다. 뱅크사인의 운영기관은 내년 1월부터 은행연합회에서 금융결제원으로 바뀐다. 인증 업무의 전문성 등이 고려된 결과다.

여기에 기존의 공인인증서도 이름만 '공동인증서'로 바뀔 뿐 당분간은 그대로 남는다. 계속해서 신규 발급받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벌써부터 각종 인증서가 난립하면서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의 피로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증서마다 발급기관과 저장위치, 유효기간, 보안매체 필요 여부, 비밀번호 대체 수단 등이 달라 소비자들은 개별로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증서는 늦게 출시하는 곳이 유리하다. 기존 서비스의 장점은 취하되 차별점을 더하기 때문"이라며 "유효기간이나 저장위치 등 여러 조건이 계속해서 개선될 것이어서 당분간의 소비자가 특정 인증서 서비스에 정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소비자들이 인증서를 갈아타가며 자신에게 적합한 인증서를 찾아야 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도 전자서명법 개정안 발효 이후 일정 기간 과도기를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기혁 중앙대 융합보안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편리성과 혁신성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데 인증서가 난립하고 있는 만큼 비교 선택의 과정에서 피로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2년의 과도기가 지나야 살아남은 인증서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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