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셔터스톡]

[디지털투데이 정유림 기자]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등에도 기존 금융기관과 같이 자금세탁방지 의무가 부과됨에 따라 이들 업체도 이용자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업자가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이용자 정보를 수집해야 한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지만 사업자가 실제 이용자 주민등록번호까지 수집해도 되는지는 법적으로 명쾌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개정 특금법이 시행되는 내년 3월부터 가상자산 사업자도 자금세탁방지 및 고객확인(Know Your Customer, KYC) 등의 의무를 지게 된다. 특금법 시행령 제10조 4항에는 사업자는 고객 실지명의를 확인해야 한다고 돼 있다. 금융당국은 이 조항을 근거로 가상자산 사업자 역시 이용자 실지명의를 확인할 의무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일단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3조에 따르면 실지명의는 신분증(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 상의 성명 및 주민등록번호로 정하고 있다. 다만 가상자산 사업자가 앞으로 수집해야 하는 실지명의가 이용자 주민등록번호인지는 공식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하지만 그간 금융정보분석원(FIU)에서는 업계 간담회 등을 통해 가상자산 사업자가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현재  거래소 대부분이 신규 가입시 이용자를 대상으로 이름과 휴대폰 번호, 메일주소 등의 개인정보를 받고 있다. 이후 이용자는 개별 가상자산 지갑 주소를 발급받아 자금을 주고 받는다.

금융당국은 이 자금이 자금세탁에 활용이 되는지 추적하고 이상거래가 발생했을시 이용자를 신속하게 특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업자가 개별 이용자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해야 한다고 보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개인정보보호법은 사업자가 이용자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단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서는 수집이 허용된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신용정보법, 은행법, 보험업법 등 소관 금융법령을 개정해 금융기관들이 주민등록번호를 처리하는데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거래소 등 가상자산을 취급하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명확한 정의가 없어 기존 법과 충돌할 소지가 높다는 지적이다. 가상자산 거래소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서비스하기 때문에 인터넷 쇼핑몰과 같이 통신판매업자 신고를 하고 영업을 하고 있어 엄밀히 따지면 금융기관은 아니다. 금융정보분석원도 최근 “개정 특금법 시행을 통해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해 금융 사업자 지위를 부여하거나 제도권 금융회사로 편입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가상자산 사업자 지위나 정의가 모호한 상황에서 이용자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면 기존 법체계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만큼, 가이드라인을 좀 더 명확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당장 개정 특금법 시행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만큼 시행령을 통해 애매한 부분을 해소하자는 것이 대안으로 언급되기도 했지만 실제로 반영될 지는 미지수다. 가상자산 업권법도 이제 막 논의 물꼬가 트였기 때문에 업권법에 이런 내용을 담는다 해도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기관의 경우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가능하고 이상거래가 발생했을시 금융당국에 이를 자동으로 보고하는 시스템까지 마련이 됐지만 사업권 여부도 아직 명확치 않은 가상자산 사업자가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한다고 해도 이를 당국에 보고하는 것이 일정 기간 동안은 수작업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앞서 거래소 업계에서 자발적으로 블랙리스트를 공유해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이행하려 했지만 의견 통일이 잘되지 않아 흐지부지됐던 적이 있다. 이런 사례들로 보면 관련 의무가 부과되는 만큼 사업자가 이를 시행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당국 차원에서 좀 더 명확하게 마련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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