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총 310㎒에 이르는 통신 주파수 재할당을 앞두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이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12월까지 재할당 대가 산정, 이용기간, 기술방식 등 세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인데, 벌써부터 논쟁이 뜨겁다. 이번 주파수 재할당은 이동통신 3사가 사용 중인 5G를 제외한 2G·3G·LTE 전체 주파수(총 400㎒)의 약 80%에 이르는 310㎒가 2021년 만료되면서 다시 할당되기 때문에 역대급 물량이다.

한꺼번에 이 정도 규모로 주파수 재할당이 이뤄진 적이 없는데다 주파수 사용 대가 규모도 최대 4조원대(5년 사용 기준)로 예측되기 때문에 정부와 통신사들에겐 예민할 수밖에 없는 이슈다. 통신사들은 경매로 인한 업체 간 과도한 경쟁이 반영된 예전 가격이 기준이 돼서는 안된다는 쪽이고 정부는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지만 통신사 측 입장을 그대로 받아줄 생각이 없어 보인다. 당분간은 저마다의 논리를 앞세워 밀당과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통신사들은 재할당은 현실적인 가격 산정 기준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건은 주파수 재할당인 만큼 신규 할당 당시 적용된 기준이 아니라 현재 및 미래 상황을 고려해 재할당 가격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5G 활성화 사업자 투자계획 등을 반영해 달라는 주장이다. 

이통사가 주장하는 적정대가는 1조5000억원 수준이다. 통신사업자연합회 측은 “재할당 대가를 완화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전파법에 나온 기준 ‘별표3(예상 매출액 1.4%+실제 매출액 1.6%)’에 따라 산정을 요청하는 것”이라며 “‘별표3’은 지난 15년간 할당대가 산정에 근간이 된 것으로 이를 기준으로 할 경우 이번 재할당 주파수 310㎒폭의 대가는 1조5000억원 수준(연평균 성장률 3% 적용 시)”이다. 과거 경매대가는 할당 당시 해당 주파수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 결정되기 때문에 2021년에 할당될 주파수 가치와는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주파수 재할당은 법적 성질에 있어 신규 할당과 본질적인 차이가 없고, 할당대가의 법적 성격에 비춰 볼 때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방식을 신규 할당과 구분해 달리 적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아직 구체적인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다. 이르면 10월, 늦어도 11월이면 정부의 계획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이는데, 4조원 수준에서 정부재량에 따라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해서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4조원이라는 가격은 기존 주파수 경매에 따라 산출된 금액이다. 

주파수는 대역이 낮을수록 회절이 뛰어나다. 다시 말하면 2.1㎓ 대역 이하 저(로우) 대역 주파수는 회절이 뛰어나기 때문에 5G 시대에도 가치가 높다. SK텔레콤의 경우 2G 서비스를 종료했는데 해당 주파수(10㎒폭)는 이번 재할당에서 제외된다. 정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5G 플러스 스펙트럼 플랜에 따르면 2G 서비스가 종료될 경우 해당 주파수는 5G용으로 활용된다. LTE 가입자가 줄어들고 5G가 보편화될 경우 총 310㎒에 이르는 재할당 주파수는 5G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회절이 뛰어난 2.1㎓ 대역 이하 저대역은 이통사 입장에서 전략적 가치가 있는 주파수 대역이다. 5G 주파수 대역인 3.5㎓ 중간(미드) 대역이나 28㎓ 고(High) 대역은 회절성이 떨어진다. 현재 상용화된 5G는 2.6㎓ 이하 대역을 사용하는 LTE(4G)와 연동하는 비단독모드(논 스탠드 얼론)다. 즉, 지금 5G 역시 주파수 재할당 대상인 2.6㎓ 이하 LTE 대역을 사용한다.

재할당 가격 산정은 결국 과기정통부의 재량인 것은 맞다. 일각에선 재할당 대가 산정 시 과거경매대가를 반영하는 것이 위법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행 법은 이와 관련 정부의 재량권을 일정 부분 인정하고 있다.

주파수할당 대가 산정기준 및 부과절차 등을 규정한 전파법 시행령 제14조에 따르면 “주파수할당 대가 산정기준은 별표3(예상 매출액 1.4%+실제 매출액1.6%)과 같다”며 “다만, 할당 대상 주파수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용도 주파수가 가격 경쟁 주파수 할당 방식에 따라 할당된 적이 있는 경우에는 다른 기준으로도 주파수 할당 대가를 산정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다른 기준이라면 ▲동일하거나 유사한 용도 주파수에 대한 주파수 할당 대가 ▲할당대상 주파수 특성 및 대역폭 ▲할당대상 주파수 이용기간·용도 및 기술방식 ▲ 할당대상 주파수 수요전망 등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 등을 말한다. 다시 말해 주파수 신규 할당(경매)은 별표3으로 대가(최저 경쟁가격)를 정할 수도 있지만, 재할당의 경우 상황에 따라 정부가 대가를 재량껏 산정할 수 있다는 뜻이다.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를 적정하게 기준가격으로 산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과거 사례(최근 경매가)를 아예 배제하고 산정하는 것도 정부 입장에선 만만치 않을 수 있다. 주파수 대역별 차이가 있는 본질적가치(사업의 현금흐름 할인)를 정부가 산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다만, 정부 재량은 최소화해서 사업자별 또는 주파수별 고려 요소를 충분히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5G 활성화라는 정책목표도 중요하고 사업자투자계획(주파수대가 지불의지와 반비례)등을 반영하는 것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현명한 판단으로 보다 합리적인 주파수 재할당대가가 결정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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