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분야 마이데이터 포럼에서 김영기 금융보안원장이 참석해 마이데이터 서비스 도입 이후 보안 정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신민경 기자]
최근 금융분야 마이데이터 포럼에서 김영기 금융보안원장이 참석해 마이데이터 서비스 도입 이후 보안 정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신민경 기자]

올해 들어 정부는 데이터 3법을 제정하면서 데이터 기반 경제를 위한 테스트베드로 금융을 전진배치했다. 이를 위한 다양한 후속 조치도 쏟아내고 있다. 8월부터는 마이데이터 사업 제도가 금융 분야에서 본격 시행한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공급자에서 소비자 중심 구도로 금융 시장 무게중심이 넘어가는 기폭제 역할을 하는 것을 넘어 금융 시장 역학 관계를 뒤바꿀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과 IT업계 전반에 걸쳐 중량급 변수로 떠올랐다. 150개 가까운 회사들이 출사표를 던지는 등 마이데이터를 둘러싼 열기는 벌써부터 뜨겁다. 디지털투데이는 5회에 걸쳐 마이데이터 사업이 몰고올 금융 시장의 변화와 주요 업체들의 전략, 그리고 향후 풀어야할 과제들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거대한 변화 속에 대형 은행들이 호령해왔던 국내 금융 시장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특히 네이버와 카카오로 대표되는 거대 테크기업들이 금융 시장에 본격 뛰어들면서 금융 시장, 특히 소비자 금융 시장은 기존 금융사와 핀테크기업들이 경쟁과 협력 아래 공진화하는 구조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금융과 유통 등 이종 산업 간 융합도 급물살을 타면서 금융이라는 '업의 본질'이 바뀌는 장면들이 여기저기에서 연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행되는 마이데이터 사업은 금융 시장의 변화를 가속화시킬 촉매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금융, 포털, 이커머스, 핀테크 스타트업 등 다양한 출신 성분의 회사들이 저마다 주판알을 튕기면서 마이데이터 사업을 향한 준비태세에 돌입했다. 

데이터 기반 개인화된 금융으로 무게 이동 가속화

마이데이터 사업은 일정 자격을 갖춘 기업들이 사용자로부터 데이터 활용에 대한 동의를 받아, 이를 다양한 서비스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금융 분야부터 우선 추진된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A씨라는 고객으로부터 동의를 받으면 다른 회사들에 있는 A씨 데이터도 가져와 결합해 사용할 수 있다. 흩어져 있는 데이터를 결합할 수 있기 때문에  A씨에 대한 보다 완성도 높은 데이터를 만들 수 있고, 이를 기반으로 과거에는 힘들었던 보다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금융을 예로 들면 A씨 조건에 최적화된 대출 상품 등을 기획해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마이데이터 사업은 관련 업계에서 금융 서비스가 데이터 중심으로 재편되고 개인화된 금융 서비스가 확대되는 전환점으로 통하고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을 준비 중인 SK플래닛의 조민주 금융사업팀장은 "데이터가 중요해지면서 사용자 신용 정보 기반 대출이 늘어나고, 데이터가 있어야만 가능한 비즈니스들이 늘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마이데이터 자체가 수익성을 갖춘 사업이라기 보다는 마이데이터를 통해 금융 시장에서 신규 사업을 해볼 수 있는 여지를 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결제 서비스 업체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의 고광림 상무는 "예를 들어 정부로부터 스몰 금융 라이선스를 획득해 소액 후불 결제 서비스나 금융 상품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면, 신용평가(CB: Credit Bureau) 모델이 필요하다. 기존 신용 정보 회사들이 제공하는 데이터는 비쌀 뿐더러 정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면서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특화된 CB 사업이 가능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마이데이터 도입 전과 후 기업의 데이터 활용 방식 차이. [자료: 금융위원회]&nbsp;
마이데이터 도입 전과 후 기업의 데이터 활용 방식 차이. [자료: 금융위원회]&nbsp;

익숙한 금융 상품과 유통 질서가 해체되고 있다

소비자가 금융을 소비하는 접점의 다양화도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동안 금융 시장은 금융회사가 상품을 직접 만들어서 온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직접 유통하는 것이 지배적인 게임의 법칙이었다. 생산과 유통이 금융회사에 의해 수직적으로 통합된 구조였다.

하지만 핀테크의 부상 속에 익숙했던 게임의 법칙은 무너지는 추세다. 특히 판매 채널 측변에서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토스 등 금융 상품 비교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회사들이 확산되면서 기존 금융회사 중심의 금융 상품 유통 구조는 해체되기 시작했다. 은행이 아니라 핀테크 서비스를 통해 금융 상품에 가입하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기존 유통 질서의 해체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정 개인에 맞춰서 각종 금융 상품 조건을 비교해주는 서비스의 등장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관련 업계는 금융 유통 질서 해체는 결국 상품 공급 구조의 변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이 확산되면 유통이 공급, 다시 말해 금융회사의 상품 생산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질 것이란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금융 회사가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확보한 사용자 금융 관련 데이터를 분석한 뒤 금융회사에 특정 형태 금융 상품 제작을 의뢰하고 금융회사는 여기에 맞는 상품을 제공하는 이른바 금융판 OEM 제조 패러다임도 현실화될 것이다"고 말했다. 

금융회사냐 아니냐가 아니라 데이터 파워를 가진 곳의 발언권이 금융 시장에서 커질 것이란 의미다. 데이터 역량 측면에서 기존 금융회사들 보다 한참 앞서 있는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거대 테크기업들이 차세대 금융 시장에서 슈퍼파워로 부상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네이버파이낸셜 서래호 금융사업 총괄은 지난달 29일 열린 '금융분야 마이데이터 포럼'에서 "은행·카드·증권·보험·연금·각종 포인트 등 곳곳에 흩어져 있는 개인의 금융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게 마이데이터"라며 네이버가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와 마이데이터를 연계하는데 초점을 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에 따르면 마이데이터와 네이버 부동산을 연결할 경우 본인의 자산 상황에 맞는 적당한 매물을 추천 받거나 대출 상품을 소개받을 수 있게 된다. 자체 신용평가모델(CSS)을 통해  소상공인과 사회초년생에게 낮은 금리의 대출 중개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서래호 총괄은 "기존 신용평가 모형에서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던 대출 상환 능력, 의지 등 긍정적인 데이터를 다룰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잡해지는 이해관계, 정책 디테일에 관심 집중

마이데이터는 8월부터 시행되지만 아직 구체적인 실행 파일이 나온 것은 아니다.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어떤 방식으로 고객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 동의 과정에서 줄 수 있는 보상 수준은 어디까지 인지 등 정책의 디테일이 많이 나와 있지 않다. 세부 내용은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마이데이터를 둘러싼 업체간 물밑 경쟁은 이미 뜨겁다. 기존 금융회사와 네이버로 대표되는 테크기업들 간 보이지 않은 힘겨루기도 본격화됐다.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공유가 가능해지는 정보는 신용 관련 금융 정보다. 기브앤테이크(Give and Take) 측면에서 보면 금융 사 보단 비금융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가져갈게 상대적으로 많다. 그러다 보니 기존 금융회사들 사이에선 네이버 등 자본과 기술을 겸비한 대형 테크 회사들을 신경쓰는 분위기가 적지 않게 감지된다.

신경 전은 금융회사와 테크기업들 사이에서만 펼쳐지는 건 아니다. 마이데이터 사업을 놓고 테크기업들사이서도 입장에 따라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양상이다.

마이데이터는 고객들 동의를 많이 받아낼 수 있는 사업자가 유리해지는 게임이다. 고객 동의를 받은 데이터를 많이 확보해야 사업의 판도 키울 수 있다. 작은 회사보다는 이름이 좀 알려진 큰 회사가, 보상을 포함해 고객들에게 맞은 것을 해줄 수 있는 주머니가 든든한 회사가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보니 일각에선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금융 시장에서 스타트업들의 입지는 좁아지고 거대 기업들의 입김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대칭 규제를 통해 스타트업들도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어느 정도 만들어줄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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