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마이데이터 포럼에서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
지난 29일 마이데이터 포럼에서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

올해 들어 정부는 데이터 3법을 제정하면서 데이터 기반 경제를 위한 테스트베드로 금융을 전진배치했다. 이를 위한 다양한 후속 조치도 쏟아내고 있다. 8월부터는 마이데이터 사업 제도가 금융 분야에서 본격 시행한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공급자에서 소비자 중심 구도로 금융 시장 무게중심이 넘어가는 기폭제 역할을 하는 것을 넘어 금융 시장 역학 관계를 뒤바꿀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과 IT업계 전반에 걸쳐 중량급 변수로 떠올랐다. 150개 가까운 회사들이 출사표를 던지는 등 마이데이터를 둘러싼 열기는 벌써부터 뜨겁다. 디지털투데이는 5회에 걸쳐 마이데이터 사업이 몰고올 금융 시장의 변화와 주요 업체들의 전략, 그리고 향후 풀어야할 과제들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오는 8월 마이데이터 시행을 앞두고 초반 레이스를 주도하기 위한 금융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조직 개편과 아이디어 공모 등 물밑 경쟁이 벌써부터 치열하다.

금융회사들은 마이데이터 사업이 시행되면 테크기업 등 비금융 회사들에게 받는 것보다 줘야할 고객정보가 더 많은 상황이다. 어설프게 대응하면 데이터 기반 금융의 주도권이 테크기업들로 넘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마이데이터 사업과 관련한 구체적인 실행 파일을 만드는데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신규 사업을 확보하라"...금융권 행보 급물살

현재 금융권에서는 은행, 카드사 등이 마이데이터 사업 방향을 정하고 본격적인 준비 태세에 돌입했다. 특히 마이데이터 사업 태스크포스(TFT) 팀을 신설하고 내부에서 아이디어 공모전을 진행하는 등 마이데이터를 통한 신규 사업 진출에 적극적이다. 또 대부분의 금융회사들이 마이데이터 사업자 자격을 획득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신한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금융보안원의 금융 데이터거래소에서 데이터 판매를 시작했고, KB국민은행도 금융과 통신의 융합서비스를 강조하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NH농협은행은 금융과 비금융 데이터를 스마트폰 안 개인정보 저장소에서 통합 관리하고 이를 기업에 공유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 등도 마이데이터 사업에서 핵심으로 평가받는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강화에 나섰다.

금융권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시행된 이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며 “은행은 개별 소비자 정보를 기반으로 상품을 추천하는 것뿐만 아니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과거에 없던 혁신적인 금융 상품을 만들어내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는 금융과 다른 업종 간 벽이 허물어지는 것으로, 이 자체가 대단한 혁신"이라고 말했다.

마이데이터. [사진:금융결제원]
마이데이터. [사진:금융결제원]

다만, 금융회사들의 본격적인 마이데이터 사업은 시행 이후부터 구체화될 전망이다. 시행까지 한달여를 앞둔 현재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회사들은 금융당국과 세세한 부분을 조율하기보다는 큰 틀에서 '혁신'을 구상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금융권에서 나올만한 혁신 중 잠재력을 높게 평가받는 것 중 하나는 금융과 통신의 결합 등 이종산업 간 협력이다. 이같은 흐름은 향후 금융과 의료 또는 유통 등으로 번지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설명이다.

신한은행처럼 개별정보를 빅데이터로 가공해 금융 데이터거래소에서 거래하는 사례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데이터를 통해 개방되는 정보 양이 늘어나면서 이를 가공하는 방법도 정교해질 전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업자가 선정되고 마이데이터 사업이 시행된다고 해도 곧바로 극적인 변화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시행 이후부터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공지되면 고객 편의를 중심으로 빠르게 서비스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며 “결국 어떤 기업이 고객에게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지가 가장 큰 관건이다”고 말했다.

서비스 마인드 키워야 혁신 가능...회의론도 여전

이런 발빠른 행보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의 혁신 역량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도 꽤 엿보인다.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이를 사용자들에게 편리하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마인드 측면에서 국내 금융회사들이 데이터 서비스에 익숙한 테크 기반 회사들을 상대하기는 버거울 것이란 관측이다.

네이버가 자회사인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금융 시장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키워 나가는 것에 대해 금융권에서 우려와 경계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네이버는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마이데이터 사업에 참여할 예정인데, 금융권 일각에선 네이버파이낸셜 뿐만 아니라 네이버 고객 정보도 마이데이터 사업의 정보 공유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네이버파이낸셜이 마이데이터 사업에 진출하더라도 네이버 정보는 개방 대상이 아아니라고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개정 신용정보보호법에 해당하는 개인 신용정보만 개방 대상인 만큼, 일반 기업이 가진 정보는 내놓을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금융위는 “금융회사, 정보기술(ICT) 핀테크 기업 모두 소비자 편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상호주의 관점으로 보유하고 있는 정보를 최대한 개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데이터 도입에 따른 향후 전망. [사진:금융결제원]
마이데이터 도입에 따른 향후 전망. [사진:금융결제원]

이미 금융권 내부에서도 불균형 문제는 존재한다. 예를 들면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고객을 보유한 은행은 다른 은행과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불합리하게 여길 수 있다. 양자 간 데이터 양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불균형 문제를 정확하게 따지기 시작하면 걸리지 않는 곳이 없다. 내부적으로 이런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마이데이터 사업에 투자해 미래 손님을 확보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경우 정보 제공으로 잃는 손해보다 얻는 이득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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