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유림 기자] 카카오 자회사 그라운드X가 클레이튼 블록체인 플랫폼 운영을 위해 발행한 가상자산(암호화폐) 클레이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판에 묘한(?) 변수로 등장했다.

피어 산하 지닥과 체인파트너스가 운영하는 데이빗에 이어 실명 가상 계좌를 지원하는 국내 4대  거래소 중 하나인 코인원까지 클레이 상장 레이스에 가세하면서 다른 회사들의 행보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됐다. 특히 코인원과 함께 빅4로 꼽히는 빗썸, 업비트, 코빗이 앞으로 클레이에 대해 어떤 스탠스를 취할지 주목된다.

이들 거래소는 현재 클레이 상장과 관련해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는 수준이다.

빗썸은 “상장은 심의위원회에서 독립적으로 관리하고 있어 내부 직원이라고 해도 상장 당일까지 관련 사항을 알 수 없다”는 입장이고 업비트도 “가상자산 상장이나 거래, 종료 지원 등에 관한 내용은 거래소 사이트 공지사항을 통해서만 알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빗의 경우 “현재로선 상장 계획은 없다”는 좀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놨다. 앞으로 달라질 수 있겠지만 지금은 내부 논의 자체가 없다는 얘기다.

거래소 업계는 코인원의 클레이 상장에 대해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로 보는 모습이다. 클레이 상장에 앞서 코인원이 클레이가 운영되는 블록체인 플 클레이튼에서 발행된 KCT 토큰을 다수 상장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에 탑재된 가상자산 클립에서 지원하는 KCT 토큰 10종 중 인슈리움(ISR), 템코(TEMCO), 피블(PIB), 픽셀(PXL), 힌트체인(HINT) 총 5종이 코인원에 상장됐다.

빗썸에는 코스모코인(COSM), 업비트에는 코스모코인(COSM)과 픽셀(PXL)이 원화 마켓에 상장돼 있다. 코빗에는 상장된 KCT 토큰은 아직은 없다. 

지닥, 데이빗, 코인원은 모두 그라운드X와 협의를 거치지 않고 클레이를 상장했다. 그라운드X는 그동안 가상자산에 대한 국내 규제 환경 등을 고려해 클레이 국내 거래소들에 상장하는 것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관련 업계는 그라운드X 모회사인 카카오가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는 시중은행인 카카오뱅크 대주주라는 점도 그라운드X가 클레이 국내 상장에 보수적인 자세를 유지해온 이유 중 하나로 보고 있다.

하지만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발행된 가상자산을 거래소가 허가를 받고 상장해야할 필요는 없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이나 EOS 등과 마찬가지로 클레이 역시 필요하면 거래소 독자적으로 상장하는데 문제는 없다. 그런만큼, 상황에 따라 코인원 외 메이저 거래소들도 클레이 상장에 나설 가능성은 있다.

물론 업비트도 운영사인 두나무의 경우 그라운드X 모회사인 카카오를 투자사로 두고 있어 협의 없이 상장하기는 쉽지 않다. 업비트는 클레이튼 파트너로도 이름이 올라 있다.

그라운드X는 국내 거래소들이 클레이를 상장하는 것에 대해 협의 없이 진행된 것이며, 클레이튼 파트너사들이 협의 없이 상장할 경우 관계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클레이를 상장한 거래소들 중 지닥과 코인원은 클레이튼 파트너로 활동해왔다.

클레이는 국내 거래소 상장 후 가격이 저점 대비 한때 400% 이상 상승하는 등 큰폭의 가격 변동을 보이고 있다. 투기 우려에 코인원은 거래 한도를 제한하기도 했다. 클레이 거래 열기가 과열되는 것은 그라운드X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시나리오다. 그라운드X는 정부 당국의 시선을 신경 쓸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그라운드X 입장에서 클레이 유동성을 고려했을 때 4대 거래소에 상장되는 것이 중요한 이슈겠지만 원하는 시점이 있어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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