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유림 기자]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가 인터넷 은행 케이뱅크를 통해 신규 이용자에게도 실명인증 가상계좌를 발급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자 은행들로부터 실명 인증 계좌를 지원받지 못하는 거래소들은 이를 긍정적인 시그널로 바라보는 모습이다.

다른 거래소들에도 기회가 확대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동안 국내 은행들로부터 실명 인증 가상계좌를 발급받고 가상자산 거래소를 운영해온 곳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이 유일했다. 이중 업비트만 신규 가입자들에게 가장계좌를 발급할 수 없었다. 파트너 은행인 IBK기업은행이 국책은행이라 발급을 꺼린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투기 광풍 당시 국책은행으로서 당국 조치 사항을 지켜보고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은행 입장에서도 열어놓은 계좌가 벌집계좌로 악용될 소지가 있었던 데 대해 간과할 수 없기 때문에 실명인증 가상계좌를 신규로 발급하는 것을 막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4개 거래소 외 다른 회사들은 법인계좌 아래 여러 명의 거래자 개인 계좌를 두는, 이른바 벌집계좌 방식으로 원화 입금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개인 사용자들에게 개별 가상계좌를 제공하려면 은행들의 지원이 필요한데, 지금까지는 4개 거래소 외에 추가로 실명 인증 가상 계좌를 발급받은 곳은 없었다. 여러 거래소들이 가상 계좌 발급을 위해 은행의 문을 두드렸지만 시도에 그치는 상황이 반복됐다.

이런 가운데 업비트가 케이뱅크와의 새로운 파트너십을 통해 가상 자산 계좌 발급을 시작한다고 발표하자 벌집 계좌 기반 거래소들 사이에서 앞으로 가상 계좌 발급이 다른 거래소들로도 확대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엿보인다.

물론 아직 낙관론은 금물이라는 시각이 여전하지만 3월 통과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 제정을 앞둔 시점에서 업비트가 케이뱅크와 협력하는 것에 대해 가상 계좌 발급을 기다리는 다른 거래소들은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모습이다.

하반기 시행령이 나올 것으로 보이는 특금법은 자격 요건을 갖춘 거래소들에겐 가상 계좌를 발급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이 적용될지는 아직은 베일 속이다.

한국블록체인협회 관계자는 “가상자산 사업자 범위나 실명인증 가상계좌 개설 기준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과 관련해서 금융 당국과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며 “업계 의견을 수렴한 정책 제언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 만큼 실명 인증 가상계좌가 없는 거래소들은 시행령이 나오고 나서 가상계좌 발급을 위한 행보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업체 한 관계자는 “현재는 가상자산 소득과 관련한 세제 문제도 있어 무리하게 계좌 발급을 추진해 은행과 금융당국으로부터 긁어 부스럼을 만들기보다는 시행령이 나올 때까지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우세하다”고 전했다.

가상계좌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자금세탁방지(AML) 인프라를 갖춰야 하는데, 금융당국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태에서 업비트를 따라 케이뱅크의 문을 두드리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AML 솔루션을 도입하는데는 비용이 드는 만큼 특금법 시행령에서 구체적인 기준이 나와야 은행과 본격적으로 논의를 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업비트는 핀테크 기업 보난자팩토리와 실명계좌 기반 자금세탁방지(AML),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솔 관련해 협력하고 있다. 보난자팩토리 사이트에 따르면 업비트는 제휴 협력사로 이름이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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