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유다정 기자] "인간이 갖고 있는 '시간'도 자원으로서 활용될 가치가 있다."(박재욱 VCNC 대표) 

대한민국 최고의 자원은 사람이라는 말이 있었다. 모든 비즈니스가 플랫폼을 통해 온오프라인으로 빠르게 연결되는 지금 시대엔 더욱 그렇다. 이른바 긱 이코노미가 성행하면서, 플랫폼 노동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법적 보호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긱 이코노미는 빠른 시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비정규 프리랜서 근로 형태가 확산되는 경제 현상을 말한다. 최근 떠오르는 대표적인 예가 호출형 이동 서비스 '타다'다. 

타다 운영사 VCNC에 따르면 ‘자유로운 업무시간과 일자리 선택권’이 타다 드라이버를 선택하는 주된 이유였다. 수입이 적거나 불안정한 직종인 문화예술계나 종교계 등에서 자신의 꿈을 중도에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경제적인 필요에 따라 타다 드라이버를 선택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직업 전환기나 투잡·N잡을 하는 경우들도 많았다. 복수의 타다 드라이버들은 사회적 인식이 높아 이른바 '진상' 손님이 많이 없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았다.

이에 타다 관계자는 "9월 말 기준 타다 차량을 1회 이상 운전한 드라이버 수는 9000여명에 이른다"며 "드라이버들의 직업 만족도는 굉장히 높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 플랫폼 노동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플랫폼 노동이 저급 일자리라는 것에 대한 시선 자체가 바뀌어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플랫폼 시대(이미지=픽사베이)
플랫폼 시대(이미지=픽사베이)

타다 이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호황기를 누리는 플랫폼 노동이 있다. 바로 음식 배달이다. 1인 가구의 확대와 배달앱들의 성장으로 시장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배달앱을 통한 월거래액은 6000~7000억 규모로 추산된다. 이에 배달대행 플랫폼도 확산되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음식배달노동자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엔 '배민커넥트', '바로고플렉스' 등 일반인들까지 배달업에 뛰어들고 있다. 꽤나 긴 역사를 가진 배달 노동자지만, 법적인 안전장치나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떨어진다.

플랫폼 노동, 노동자로 인정 못받아

26일, 장진희 한국노총중앙연구원 연구위원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실태 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이 근로계약이 아닌 자영업자 또는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대행업체와 계약을 맺는다. 음식배달노동자 중 자영업자 또는 개인사업자 신분으로 대행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는 비중이 64.0%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노동 행태를 보면 배달노동자는 임금노동자에 가깝다. 이들은 대행업체로부터의 지시와 감독을 받으며, 수수료 또한 일방적으로 결정된다. 음식배달노동자 10명 중 8명은 근무시간을 미준수 시 대행업체로부터 구두경고 , 급여/수당 삭감과 같은 제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 특히 근로자는 85.0%에 달하고 있었으며 자영업자 또는 개인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근로계약을 맺은 근로자와 비슷한 수준의 대행업체 통제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근로자 신분으로 대행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는 비중은 33.3%를 차지했다. 이는 배민라이더스 등 대규모 대행업체들이 음식배달노동자를 고용한 것이 주된 이유로 보인다. 이륜차를 소유한 지입기사뿐만 아니라 기존 비정규직으로 고용되어 있던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이륜차 리스를 통한 직접고용(시급제 등)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근로자 신분을 가지고 있더라도 실질적인 처우와 사회보험 등에서는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청은 12월 1일(일)부터 이륜차 운행에 대한 집중 단속을 추진한다고 밝혔다.(이미지=고용노동부)
고용노동부와 경찰청은 12월 1일(일)부터 이륜차 운행에 대한 집중 단속을 추진한다고 밝혔다.(이미지=고용노동부)

초기비용 200만원↑ 배달노동자에게 시간은 '돈'

음식배달노동자 일평균 소득은 '(배달수수료-중개수수료)×배달건수'지만, 여기에 각종 비용이 추가된다.

배달하는 데 필요한 장비도 자비 부담이 크다. 이륜차 외에 보호장비, 스마트폰, 카드리더기, 배달가방 등 부수적인 장비가 요구된다. 장진희 한국노총중앙연구원 연구위원에 따르면 주로 대행업체가 제공이 36.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으나, 다음으로 자비로 부담이 30.3%에 달했다. 대행업체 리스, 혹은 대행업체와 본인이 반반 부담하거나, 본인이 리스하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 

가장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 ‘대행업체 리스’의 경우 대행업체로부터 리스를 받은 168명 중 134명에 해당하는 80%의 음식배달노동자가 이륜차 마련을 위해 222만5000원을 지출하고 있었으며 다음으로 높은 비중을 보인 ‘자비로 부담’한 경우의 마련비용은 319만9000원이었다. 음식배달산업에 진입하기 위한 초기비용은 최대 283만1000원 정도다.  

여기에 보험료 부담이 더해진다. 이륜차 보험료는 대부분 음식배달노동자가 부담한다. 이륜차 리스료와  이륜차 보험료를 본인이 부담하는 경우 연평균 117.4만원의 보험료를 납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료와 함께 연간 단위로 산출한 정비·수리비는 연평균 73만3000원으로, 월 단위로 환산 시 약 6만1000원 수준이다.

물론 여기에 유류비, 프로그램 사용료, 통신비, 식비 등도 더해진다.

배달업계 보는 눈은 여전히 차가워..."근로자성 인정이 답"

각종 비용으로 벌 수 있는 돈이 적어지면서 노동자들은 시간 내 더 많은 콜을 수행하려고 한다. 이는 결국 난폭운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와중에 고용노동부와 경찰청은 12월 1일부터 이륜차 운행에 대한 집중 단속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많은 시민들도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이에 대해 한 라이더는 "업소나 고객들의 과한 신속 요구는 뒤로하고, 배달노동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할 뿐"이라며 "경찰청은 그렇다 치더라도, 노동자를 보호하고 지원해야할 고용노동부가 앞서 단속에 나선 것은 너무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라이더도 "배달앱에서는 배달비가 3000원이 훌쩍 넘다보니 라이더들이 엄청난 돈을 벌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는데, 수수료 떼고 보험료 유류비 내고 나면 별로 남는 것도 없다"며 "재밌어서 라이더들이 난폭운전을 하겠느냐.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라고 전했다. 그는 특히 "그럼 '그냥 그만두고 딴 일 찾으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겠으나, 이 일만 해오던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쉽게 일을 바꾸겠냐. 그런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최여울 이산노동법률사무소 공인노무사는 "현재 플랫폼들은 이익은 가져가면서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지지는 않고, 라이더들은 모든 손해와 책임을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구조"라며 "시민들이 드라이버들에 대해서 느끼는 부정적인 것들(난폭운전, 불친절 등)도 다 노동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부분에서 기인한다. 4대보험 가입(특히나 산재처리), 최저임금 보장 등 근로자성 인정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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