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신민경 기자] 최근들어 유통업계에선 기업 분할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경영 효율을 높이고 일감 몰아주기를 해소할 수 있는 데다 빠른 의사결정을 유도할 수 있어서다. 다만 분할 목적이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인 경우도 더러 있어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휠라코리아는 다음달 1일 의류사업 부문을 물적 분할한다. 분할 뒤 피에몬테(옛 휠라홀딩스)는 지주회사로 바뀌고 신설법인인 휠라코리아가 비상장사로서 국내 의류사업을 전개하게 된다. 휠라코리아의 지분 100%를 가지는 피에몬테는 자회사 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한다. 

이랜드월드 사옥. (사진=신민경 기자)
서울 가산동 소재 이랜드월드 사옥. (사진=신민경 기자)

이번 분할 결정은 휠라코리아가 기업의 중장기 청사진을 고민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력 사업을 확대할 발판을 만들기 위해서다. 경영 효율이 높아지면 수익성도 함께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사업부가 담당하던 해외 사업을 앞으로는 지주사가 관할한다.

이랜드는 호실적을 견인 중인 외식사업부만 따로 떼내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앞서 7월 이랜드는 애슐리와 자연별곡, 로운 등 브랜드 16개를 갖고 있는 이랜드파크 외식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해 화제를 모았다. 외식전문회사로서 신설된 이랜드이츠는 최근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에스지프라이빗에쿼티(SG PE)로부터 1000억원 가량을 조달했다.

지난 7월 초 이전한 휠라코리아 강동 사옥(이스트센트럴타워) 내부. (사진=휠라코리아 제공)
지난 7월 초 이전한 휠라코리아 강동 사옥(이스트센트럴타워) 내부. (사진=휠라코리아 제공)

이같은 독립 분사 행보는 우량 자회사를 활용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랜드 외식사업부는 업계의 영업난 가운데서도 지난해 매출 4759억원을 내며 가파른 실적 개선을 이뤄 냈다. 총 500여개 매장을 운영하며 영업이익 80억원을 내 60억원 적자를 낸 전년과 달리 흑자로 돌아섰다. 에비따(EBITDA·현금창출능력)는 300억으로 전년보다 43% 올랐다. 

이랜드는 향후 이 계열사의 투자가치를 높이는 데 열중할 것으로 보인다. 유치 자금으로 금융기관 차입금 전액을 치러 금융 부채비율을 0%로 낮출 방침이다. 그밖의 여유 자금은 중앙키친시스템에 투입돼 품질 개선과 신메뉴 개발에 쓰인다.

앞선 4월 CJ올리브네트웍스는 H&B부문(올리브영)과 IT부문 등 둘로 인적 분할됐다. (사진=신민경 기자)
앞선 4월 CJ올리브네트웍스는 H&B부문(올리브영)과 IT부문 등 둘로 인적 분할됐다. (사진=신민경 기자)

하지만 일부에서는 사업부 분할을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도 나타난다. 

올해 4월 CJ는 비상장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를 H&B부문(올리브영)과 IT부문 등 둘로 인적 분할했다. 그런 다음 IT부문만 지주사에 100% 자회사로 편입했다. 

분할 합병 당시 이재현 회장의 자녀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17.97%)과 이경후 CJ ENM 상무(6.91%) 등을 포함한 회장 일가가 CJ올리브네트웍스 지분 45% 가량을 보유 중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 부장은 주식교환(교환비율 1대 0.5444487)을 통해 지주 지분 2.8% 가량을 처음 갖게 됐다.

재계의 일감 몰아주기 양상은 통상 정보기술 서비스를 담당하는 시스템통합(SI)사에서 나타난다. CJ 일가의 경영 승계 과정이 편법적인 재계 관행을 그대로 따랐단 시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CJ도 오너 자녀가 지분을 다수 갖고 있는 계열사인 CJ올리브네트웍스에 일감을 몰아주고 기업을 성장시킨 뒤 지주사에 편입시키는 방식을 차용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인적 분할로 비상장사의 상장을 쉽게 하는 우회상장을 꾀하거나 경영 승계를 도모하는 곳들이 관행적으로 참 많았다"며 "기업 조직과 이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를 위해 사업부 분할과 편입을 결정하는 건 옳지만 오너 일가의 필요에 의해 쪼개고 붙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행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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