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은 국내 산업을 떠받치는 기둥이자 뿌리다. 그러나 이런 위상에도 불구하고 다른 업종에 비해 관심을 덜 받는다. 왜 그럴까. 아무래도 철강이 주는 '딱딱하고 어렵다'는 이미지 때문이 아닐까. 쉬운 설명이 필요하다. 철강은 영어로 스틸(STEEL)이다. 그런데 영화판에서 스틸(STILL)은 한 장면이란 의미로 쓰인다. 스틸(철강) 업계의 주요 이슈를 하나하나 짚어보며 스틸(영화의 한 장면)처럼 쉽게 보여주고자 한다.〈편집자 주〉

[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국내 철강업계의 앞날이 온통 먹구름이다. 글로벌 수요 둔화에 이어 국내 철강 수급도 좋지 않다. 철강업계는 내년에도 제품 수출과 생산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제조업 부진으로 내수는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29일 한국철강협회와 포스코는 서울 강남구 포스코타워에서 ‘2020 철강산업 전망 세미나'를 개최했다. 업체간 효율적인 정보 교환과 지속 가능한 발전 등을 공유하기 위한 자리다.

이 자리에는 현대제철과 동국제강 등 철강업계 동료업체들도 참여했다. 포스코경영연구원 장윤종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4차산업 시대에서 철강업계가 발전 가능한 부분을 모색해야 한다"며 "세미나를 지속적으로 개최해 여러 의견을 수렴하고 싶다고 말했다.

29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타워에서 '2020 철강산업 전망 세미나'가 개최됐다. (사진=고정훈)
29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타워에서 '2020 철강산업 전망 세미나'가 개최됐다. (사진=고정훈)

이날 철강업계는 내년 철강 업황에 대해 "매우 어렵다"고 진단했다.

국내 철강 경기 둔화 배경에는 건설업과 제조업의 동반 부진이 꼽힌다. 철강 내수시장에서 건설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48%다. 자동차와 조선은 각각 19%와 16%다.

이중 건설업은 민간 주택부문 부진으로 감소세가 예상되고 있다. 자동차업 역시 내수와 수출 회복 지연으로 생산량이 연간 400만톤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은 친환경 선박 교체로 수주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나, 선박 건조는 소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자동차와 조선업의 부진은 철강업종 간접수출 감소로 이어진다. 간접수출은 자동차와 선박 등 완제품을 수출되면서 유발되는 철강 수요를 뜻한다. 2017년 기준 철강업계의 직접수출과 간접수출은 각각 3100만톤, 2200만톤 규모였다.

해외 사정도 좋지 않다. 2010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덤핑(생산가보다 싸게 파는 행위) 상품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반덤핑과 수입 상품의 관세와 수량 등을 제한하는 세이프가드 등 무역 규제 조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철강 수출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여기에는 국내 철강을 수입하는 주요국들의 사정도 포함된다. '큰 손'으로 평가받는 중국은 성장에 브레이크가 걸린지 오래다. 오히려 미국과 오랜 무역분쟁을 겪으면서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을 불러왔다. 신흥국들도 수요 부진이 시작된 상황이다. 세계철강협회는 내년 철강업 성장률을 1.7%로 예상했다. 국내 철강협회는 신흥국 수출이 예상보다 적을 것으로 판단, 성장률이 1%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장윤종 원장은 "2020년부터 환경 관련 규제가 강화될 것 같다. 최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는 탄소 국경세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EU(유럽연합)는 신규 철강분야 설비 투자에 환경관리 비용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며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이 계속되면서 글로벌 경기는 위축될 것이다. 패권 싸움인만큼 이 무역분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 철강수급 전망' 발제를 맡은 포스코경영연구원 공문기 연구위원은 “국내 철강 시장을 키워놓더라도, 글로벌 경기가 얼어붙으면 철강업계가 살아나기 어려운 구조"라며 "글로벌 경기와 국내 시장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디지털투데이 (Digital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