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봄날은 갔다고 생각하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좋은 시절은 다 갔습니다." 산업경쟁력포럼 주최로 21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철강산업의 미래와 대응'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이 내놓은 철강업의 미래는 온통 잿빛이었다. 향후 성장률을 1% 이하로 점치는 의견까지 나왔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포스코경영연구원 장윤종 원장은 저성장과 공급과잉, 중국 철강산업 재편, 환경규제 강화 등을 국내 철강업 부진의 이유로 꼽았다. 실제로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서 세계 철강 수요는 정체되는 모습을 보였다. 2000년대 초반 고성장을 이뤄낸 중국이 저성장 국면에 빠진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중국이 불러온 글로벌 철강 공급과잉도 국내 철강업계를 힘들게 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자국 내 철강업 구조조정에 돌입했지만, 공급과잉 문제는 언제든 불거질 수 있다는 게 장 원장의 설명이다. 향후 2019~2021년 아시아는 5300만톤, 중동 2500만톤 등 조강생산능력이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언제든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21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철강산업의 미래와 대응’ 토론회가 열렸다.(사진=고정훈)

4차 산업혁명도 철강업 부진의 이유로 거론된다. 4차 산업혁명의 이기인 자율주행차와 공유경제 등은 자동차 생산량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산업별 철강 소비비중이 건설 48%, 자동차 19%, 조선 16% 등인 만큼, 자동차 생산량 감소는 철강 업계에 치명적일 수 밖에 없다.

산업연구원 김주한 명예연구위원은 "최근 국내 철강산업을 둘러싼 주변 환경은 녹록하지 않다. 국내 경제성장률은 2% 초반으로 떨어지고, 주력 수요산업은 성장성이 둔화,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며 "우리나라의 철강 소비는 2020년 들어서 증가하기가 쉽지 않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2% 중반으로 지속된다면 철강소비는 지난 10년간의 하락 추이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연세대학교 민동준 부총장은 "국내 철강업계가 지금은 8000만톤 생산에 4000만톤 수출이 가능하지만, 앞으로는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며 "향후 철강산업의 성장률은 1% 이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철강업계의 위기 극복 방안으로는 특수강 제품 개발이 제시됐다. 특수강은 탄소강(철과 탄소의 합금)에 다른 원소를 첨가해 특수한 성질을 띠게 한 강철이다. 현재 국내 철강업체들이 생산하는 제품은 대부분 탄소강이다. 특수강이 차지하는 비율은 적다. 향후 산업 발전과 함께 특수강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관련 제품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민동준 부총장은 "우리나라의 특수강은 스테인리스(STS)를 제외하면 없다"면서 "가장 대표적으로 기계공업에서 많이 쓰이는 금형강은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자동차에 쓰는 판재는 모두 일본산이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이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반도체에 쓰이는 특수한 스테인레스 역시 우리가 만들지 못한다"며 "그동안 우리나라는 탄소강을 통해 생산성 중심으로 생산해 왔다. 이는 기술적으로 쉽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산업통상자원부 김현철 철강세라믹과장은 "이번 한·일 무역전쟁으로 철강업이 처한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면서 "화학반도체 공정에서 화학물질을 전달하는 STS 강관은 100% 일본 수입 의존 품목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이 기존 탄소강 중심에서 특수강 중심으로 가야하는 과제의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며 "품목이 1개라고 하지만 자동차와 기계 산업 등이 변하는 상황에서 이에 필요한 특수강 품목들도 변하고 있다. 결국 철강업은 이런 특수강 분야를 통한 고부가가치제품으로 나아가야 된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한국철강협회 이민철 부회장도 "저성장 기조와 환경변화에 대응해 철강산업이 친환경·고부가 제품 개발에 매진하는 것은 필연적 방향"이라며 "이외에도 철강제품 생산 시 생기는 부산물의 재활용 방안을 고민하고 이산화탄소 발생 저감 등을 위한 친환경 제철 프로세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수강 분야에만 집중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산업연구원 김주한 명예연구위원은 "특수강은 정교한 기술이 요구되는 분야다. 반면 (탄소강보다) 수요는 적어 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며 "전기면도기 칼날 등 특수강 분야에서 일본이 강세를 보이는 와중에 국내 철강업체가 지금 개발에 착수한다고 해도 일본 이상으로 기술력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은 또 "앞으로도 수급 안정을 저해하는 요인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안정적인 수급구조 구축을 위해 구조조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설비효율성 제고와 수익률 향상에 의한 경쟁력 확보가 철강업계의 중요한 과제로 대두될 것"이라고 했다.

21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철강산업의 미래와 대응’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고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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