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대학 MT(Membership Training), 세미나, 벚꽃놀이 등 여행이나 행사에서 빠지지 않는 제품이 있다. 바로 대용량 맥주다. 이 제품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과 부담스럽지 않은 무게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아왔다. 이런 대용량 맥주가 퇴출 위기에 놓였다. 환경보호 차원에서다.
22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를 중심으로 유색 페트병 교체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주류업계는 대용량 소주·맥주 제품군에 유색 페트병을 사용해왔다. 병이나 캔보다 제조 단가가 낮아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를 유지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유색 페트병은 투명 페트병과 달리 재활용하더라도 가치가 낮다. 가공 도중 착색되거나 이물질이 나오는 등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환경보호를 위해 유색 페트병을 교체해야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환경부가 팔을 걷어 붙였다. 환경부는 올해 12월 25일부터 자원재활용법 개정안을 통해 유색 페트병 사용을 금지키로 했다. 주류를 포함한 음료 제품에서 유색 페트병을 사용할 수 없게 되고, 페트병에 붙는 라벨은 재활용 과정에서 쉽게 떨어지는 접착제를 사용해야 한다.
이미 소주는 투명 페트병으로 탈바꿈했다. 국내 소주 브랜드인 ‘참이슬’(하이트진로)과 ‘처음처럼’(롯데주류) 등은 지난달부터 순차적으로 페트병 교체를 진행 중이다. 소주는 투명 페트병으로 교체하더라도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 재빠른 조치가 가능했다.
하지만 맥주는 얘기가 다르다. 맥주는 맥아에 홉을 첨가한 뒤 발효시켜 만든 술이다. 때문에 햇빛에 과도하게 노출되면 제품이 변질될 수 있다.
이를 의식한 환경부도 대책 수립에 고민 중이다. 맥주용 페트병을 투명색으로 바꾸면 신선도 등에 어떤 변화가 있는 지를 알아보기 위해 외부업체에 관련 연구 용역을 준 상태다.
현재 주류업계는 환경부가 정하는 지침을 최대한 준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관계자는 “그동안 맥주 포장 용기로 갈색 페트병을 사용한 이유는 제품의 변질을 막기 위해서다. 환경보호 취지에 동감하는 만큼 최대한 협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직 연구용역 결과가 발표되기 전이라 뚜렷한 대책은 없다. 일부 업체에서는 페트병 제품 철수 논의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환경부 지침에 주류업계가 반발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전체 맥주 수익 중 피처제품이 15~20%를 차지하는 만큼 포기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주류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퇴출’에만 집중한 나머지 아직까지 별다른 대안이 마련되지 않았다"면서 "만약 퇴출로 결론이 날 경우 이때부터 대책 수립에 나서야 하는데 그때는 이미 너무 늦다”고 밝혔다. 또 "환경부에서 페트병을 캔이나 병으로 대체하라고 말하고 있지만, 제조 단가상 현실적이진 않다. 향후 환경부가 유색 페트병을 폐기하는 결정을 내릴 경우 반발하는 업체도 분명히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