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운동 확산으로 일본 맥주 판매가 주춤하면서, 국내 맥주 업계는 '반사이익' 기대감이 가득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맥주 성수기인 8월을 앞두고 국내 1위 오비맥주 '카스'와 신흥강자인 하이트진로 '테라'가 맞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건 오비맥주다. 일시적으로 카스와 필굿 가격을 내리기로 한 것. 그러자 하이트진로는 테라 생맥주를 내놓으며 맞불을 놨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카스와 필굿 등을 다음달 31일까지 일시적 가격 할인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에 카스는 병맥주 500㎖ 기준 출고가가 1203.22원에서 1147원으로 4.7% 내려간다.

필굿도 355ml, 500ml 캔이 각각 10%, 41% 인하한다. 발포주가 저렴한 맥주를 표방한만큼, 대형마트를 비롯한 가정용 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겠다는 각오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경기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맥주가 가장 많이 팔리는 여름 성수기에 소비자와 소상공인이 직접적인 혜택을 누리도록 행사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오비맥주가 카스와 필굿의 가격을 한시적으로 인하했다. (사진=오비맥주)

그러나 이번 가격 인하 결정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했다. 카스 인하 소식이 전해지면서 다시 ‘매각설’이 수면 위로 떠올라서다. 사실 카스 매각설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AB인베브가 오비맥주를 인수한 직후 매각설은 꾸준히 불거졌다. 매각 이유로는 AB인베브의 채무 상환 등이 꼽힌다.

소문이 확산되자 오비맥주는 사태 수습에 나섰다. AB인베브 카를로스 브리토 회장의 인터뷰까지 언급, "호주 사업 부문을 일본의 아사히 맥주에 113억달러(약 13조3000억원)에 매각해 더이상 자산 매각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현재 오비맥주의 적극적인 해명에 매각설은 수그러든 상태다. 

그러자 이번에는 주류도매상들이 반발했다. 이번 출고가 인하 결정이 오비맥주가 출고가를 인상한지 3개월만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 기간동안 카스 재고를 마련한 도매상들은 졸지에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할 위기에 처했다. 현재 "카스를 안받겠다"는 도매상까지 있어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하이트진로는 순항 중이다. 발포주 필라이트와 청정맥주 테라가 연타석 홈런을 치며 그동안 부진했던 맥주부문이 새롭게 떠올랐다. 실제로 필라이트는 출시 1년10개월만에 5억캔을 팔아치웠다. 테라도 101일동안 1억병 판매 기록을 세웠다.

이에 하이트진로는 맥주 성수기를 맞아 다양한 경로로 소비자들과 만난다는 계획이다. 먼저 밀을 원료로 한 신개념 발포주 '필라이트 바이젠(Filite WEIZEN)'을 출시, 기존 필라이트의 제품군을 강화한다.

또 테라는 여름 시장을 겨냥한 생맥주를 출시한다. 하이트진로는 테라 생맥주 1년 판매 목표로 1600만 상자를 계획했다. 이외에도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갈 예정이다.

물론 하이트진로도 '변수'는 있다. 현재 테라의 성공에 대해 자가시장 잠식을 우려하는 목소도 나온다. 한마디로 테라가 경쟁사의 점유율을 뺏어오는 것이 아니라 기존 하이트 고객에게만 팔리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최근 테라는 디자인 특허를 침해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현재 하이트진로는 이 특허에 대해 소극적 권리법위확인 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이에 특허 보유자인 정모 씨는 법정 싸움을 선언하기도 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현재 테라가 불러온 돌풍은 주류업계에서도 주요 관심사 중 하나“라며 ”테라가 카스의 고정 소비자들을 얼마나 뺏어올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스의 경우 국내 맥주 1위 제품에 걸맞는 유통망을 가지고 있다. 유통망이 단단하기 때문에 쉽게 점유율을 뺏기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이트진로 필라이트. 출시 1년10개월만에 5억캔 판매를 달성했다. (사진=하이트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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