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고정훈 기자] 하이트진로가 '연타석 홈런'에도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맥주 '테라'와 소주 '진로'의 잇단 흥행이 오히려 골칫거리를 낳는 형국이다. 새롭게 도입한 병 디자인 때문이다.

24일 주류 업계 등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현재 경쟁사인 롯데주류와 진로 공병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 또다른 히트작 테라도 기존 하이트 맥주와는 다른 병 디자인을 채택해 새롭게 생산하면서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지난 4월 하이트진로는 40년만에 진로 소주를 재출시했다. 당시 '진로 이즈 백'이라는 광고 카피를 내세우며 병 모양과 병 색깔, 라벨 사이즈까지 과거 디자인을 그대로 복원했다.

하이트진로 '진로이즈백'은 출시 이후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 '진로이즈백'은 출시 이후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사진=하이트진로)

이 병(甁)이 병(病)이 됐다. 지난 2009년 주류업체들은 한데 모여 소주 병의 모양과 디자인 등을 똑같이 하기로 합의했다. 공병 재사용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그동안 소주와 맥주 제품에서 사용되는 공병은 여러차례 재사용이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그 횟수는 높지 않았다. 독일과 일본 등 일부 선진국과 비교하면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이는 공병을 회수하는 방식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소매상들이 일괄적으로 공병을 수거한다. 유흥채널과 가정채널 동일한 방식으로 판매와 수거까지 책임지는 셈이다. 소매상은 수거한 공병을 한꺼번에 주류업체 공장으로 넘긴다. 주류업체마다 선별해서 옮기는 것이 아닌 계약된 공장으로 한번에 넘기는 방식이다. 때문에 참이슬(하이트진로) 공병이 롯데주류로 가거나, 반대로 처음처럼(롯데주류) 공병이 하이트진로 공장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이유로 주류업체들은 소주 병에 한해서는 똑같은 크기와 디자인으로 만들자고 합의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병 자체가 동일하기 때문에 다른 회사의 공병도 세척 후 라벨만 바꾸면 재사용이 가능하다. 강제가 아닌 업체가 자율적으로 시행하는 규칙이긴 해도 그동안 전반적으로 잘 지켜졌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소주 업계 1위 하이트진로가 소주 병을 바꾸면서 롯데주류가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10년동안 지켜온 업체간 협의를 하이트진로가 일방적으로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진로 제품 출시 초기, 하이트진로는 우리에게 한정판 제품이라고 소개하더니 이제는 판매량이 올라오니까 공장을 증설하는 등 생산 확대에 나섰다"며 "가져가라고 할 때는 가져가지 않더니 이제와서 일방적으로 우리탓이라며 언론 플레이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반응에 정작 하이트진로는 "왜 문제를 삼는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당사는 월 1억5000병 이상 판매되는 메인브랜드 '참이슬'을 통해 업체간 협약을 최대 수준으로 준수하고 있다"면서 "빈용기 재사용 생산자는 다른 생산자의 제품 빈용기가 회수된 경우 이를 사용하거나 파쇄하지 말고 해당 생산자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러나 롯데주류가 진로 공병을 방치한 탓에 병이 훼손되고 있다"며 "반 년동안 롯데주류 측에 돌려 받은 진로 공병은 1개도 없는 반면 롯데주류에서 생산하는 '청하'는 올해만 800만병을 돌려줬다. 이 과정에서 일종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롯데주류 관계자는 "'청하'는 업체간 협의한 소주 제품이 아닌 '청주' 제품이다. 왜 다른 종류의 제품을 꺼내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협약을 앞으로도 유지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이제는 진로 공병이 너무 쌓여 자사 제품 출고에도 악영향을 끼칠 정도로 불어났다"고 했다.

현재 주류업계에서는 양측 입장차가 커 당분간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현재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가 대화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지만,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다만 현재 양측이 모두 피해가 있는 만큼 대화가 잘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핵심은 이형병(모양이 다른 병)을 어떻게 할 것인지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의 또다른 히트작 '테라'도 공병 재사용률이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맥주는 소주와 달리 각 회사마다 모양이 달라 병 디지인 때문에 신경전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테라가 기존 하이트 맥주와는 다른 디자인을 채택, 병을 새롭게 생산하면서 수익성에 악영향이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류 제품에 사용되는 병은 재사용률이 높아질 수록 수익성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주류업계에서는 신제품이 출시된 직후에는 수익이 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병 생산과 마케팅 등 초기에 투자해야 하는 비용이 높기 때문"이라며 "테라가 공병을 재사용 하기 시작할 때 수익성도 극대화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테라 공병 회수율이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며 "다른 제품과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날수록 공병 회수율은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이트진로 테라, 기존 갈색 맥주병과 다른 초록색 병에 다른 디자인을 적용했다. (사진=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 테라, 기존 갈색 맥주병과 다른 초록색 병에 다른 디자인을 적용했다. (사진=하이트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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