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일본간 갈등이 악화일로다. 우리 대법원이 과거 강제징용 피해에 있어 일본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자 일본 정부는 지난 4일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 관련 핵심소재 3종의 대(對)한국 수출규제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일본은 우리나라를 '백색 국가(화이트 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하려고도 하고 있다. 오는 24일까지 의견수렴을 마친 아베 내각은 26~30일 최종 결정을 한 뒤 이달말이나 다음달 1일 이를 공식화할 것으로 점쳐진다.

우리 대법원의 판결을 이유로 경제 제재를 가하는 일본 정부의 처사는 분명 치졸하다. 이에 대한 항의의 표현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로 보인다.

우리 국민들은 스스로가 일본산 맥주를 마시지 않고, 예약했던 일본 여행도 취소하고 있다. 의약품마저 일본산은 쓰지 않겠다고 한다. 이제 불매운동 열기는 우리나라를 넘어 미국 뉴욕으로까지 번지는 모양새다.

이런 불매운동이 장기화하면 일본 정부에도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그런만큼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큰 힘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갈등을 풀 근본적인 해법은 못된다. 감정싸움이 꼬인 실타래를 풀어주진 않는다. 오히려 더 얽히고설키게 만들 수 있다.

정치보복은 또 다른 정치보복을 낳고, 원한은 또 다른 원한을 낳는다. '자유무역 선봉장'을 자처했던 미국이 앞장서 보호무역주의를 퍼뜨리는 현 시점에선 더욱 그렇다. 

"불매운동으로 세계 경제 3위의 대국과의 무역분쟁을 보다 격화시킨다면 우리 경제가 입는 손실은 막대할 것이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의 경고를 절대 그냥 지나치면 안된다.

중국 최고의 병법서로 평가받는 손자병법에서도 전쟁에서 백번 싸워 백번 이기는 것을 최고라 하지 않는다. 싸우지 않고 굴복시키는 것이 최고라고 했다.

불매운동도 좋지만 외교적인 노력을 통해 양국 모두 피해를 보지 않는 방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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