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①] 불매운동 확산에 '웃고 우는' 기업들
[日 수출규제①] 불매운동 확산에 '웃고 우는' 기업들
  • 고정훈 기자
  • 승인 2019.07.2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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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아사히 등 '불매기업' 발동동
잇따른 여행 취소에 항공-여행社 매출↓
'토종기업' 신상통운-이랜드-BYC '好好'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 조치로 일본산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하면서 산업 곳곳에서 곡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불매운동의 피해가 일본만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일본산 맥주는 불매운동 바람을 직접 몸으로 느끼고 있다. 아사히맥주와 삿포로맥주 등은 불매 리스트에 오르면서 매출이 20% 넘게 쪼그라들었다.

일본산 맥주를 수입해 판매하는 한 업계관계자는 "정확한 판매량이 집계되지는 않았으나, 불매운동 움직임을 체감하고 있다"며 "수입맥주 특성상 종류가 많아 대체하기 쉬워 불매운동이 끝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던 유니클로도 국내 소비자들의 '살생부'에 올라간 상태다. 지난 1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결산 설명서에서 임원의 말 실수가 불매운동에 '기름'을 부었다.

당시 오카자키 다케시 최고 재무책임자는 "(불매운동이) 이미 매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매출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내에서는 "한국 소비자를 우습게 알고 있다"는 여론과 함께 불매운동이 확산됐다. 결국 한국 유니클로는 5일 만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현재 온라인을 중심으로 일본 관련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현재 온라인을 중심으로 일본 관련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항공업계와 여행업계도 갑자기 떨어진 '날벼락'에 긴장하고 있다. 최근 일본 여행 취소율은 60%에 달한다. 여기에 국내 최대 일본여행 사이트가 일시폐쇄를 결정하기도 했다. 이미 국민들 사이에는 "일본 관광을 막아 본때를 보여주자"는 여론이 형성된 상태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일본행 항공권을 취소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그동안 효자 노릇을 했던 일본 노선이 힘들어지기 시작하면서 항공사별로 대책을 고심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불매운동 취지는 이해하지만, 이 여파로 국내 관련 종사자들이 받는 피해도 많다"면서 "특히 일본여행을 위주로 하는 영세 여행사들은 줄도산할 위기에 처했다"고 덧붙였다. 

반일 감정에 전전긍긍하는 일본계 기업들과 달리, 경쟁 중인 국내 토종 기업들은 남몰래 웃고 있다. 유니클로를 찾는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국내 SPA 브랜드인 스파오, 탑텐 등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들 브랜드들은 최근 '애국 마케팅'을 강화하며 소비자들 사이에서 지지를 얻고 있다.

신성통상이 운영하는 탑텐은 지난 2월 '대한민국 100주년 기념 티셔츠'를 기획·제작해 완판한 데 이어 광복절을 앞두고 '탑텐 리멤버 프로젝트 네 번째'를 기획했다. 이 제품은 지난 5일 출시돼 현재까지 1만장 넘게 팔려 나갔다.

이랜드월드의 스파오도 광복절을 앞두고 토종 캐릭터 로봇 태권브이와 협업한 광복절 기념 티셔츠를 내놓기로 했다. '73년 토종기업'인 BYC도 보디드라이 판매량이 늘고 있다.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판매량은 전년대비 쇼핑몰은 220%, 직영점은 45% 증가했다.

한편, 일본이 수출 허가 대상에서 제외한 품목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리지스트, 애칭가스 등 3가지다. 이 품목들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에 사용되는 주요 소재다. 주로 기판제작이나 반도체 세정 등에 사용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리지스트 중 일본산 비율은 각각 84.5%, 93.2%이다. 현재는 일본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만 한국에 수출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 절차를 통과하기까지 약 90일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뼈 아픈 곳을 찔린 셈이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번 규제 원인으로 ‘한일 간 신뢰가 심각하게 손상됐다’면서 ‘수출 관리를 둘러싼 부적절한 사안 발생’ 등을 이유로 들었다. 그러나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일본강점기 강제 노역자에 대한 손해배상 판결'의 보복 조치라고 지적한다. 지난해 한국 대법원은 강제노역 피해자 4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자들의 청구권을 인정했다. 이에 1인당 1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이 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있다. 최근 일본은 한국의 대북제재에 대해 비난 수위를 높여왔다. 이는 불안감 조성을 통해 지지율을 상승시키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이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결국 사태는 양국간 혐오 감정으로 이어졌다. 양국 네티즌들이 온라인 상에서 서로를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국내에서는 의류, 전자, 식품, 숙박 등 국내 일본기업 리스트가 작성돼 유포되기도 했다. 이를 작성한 익명의 네티즌은 "일본 제품을 더이상 사지 않았으면 한다"며 작성 배경을 밝혔다.

메모리 반도체(사진=SK하이닉스)
일본이 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주요 물품을 수출제한했다. (사진=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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