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업계 종사자들은 오픈 소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아니,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간단하게는 홈페이지를 만드는 것부터, 포인트 솔루션 개발,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까지 오픈 소스의 사용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다. 오픈 소스가 이처럼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데에는 대체로 무료가 많다는 것이 주요 이유다. 하지만 가만히 들여다 보면 기업들의 사업 전략에서 오픈 소스가 그들의 플랫폼을 토대로 경쟁 우위를 높이는 요소로 쓰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IT 산업 발전에 있어 오픈 소스는 그야말로 가장 역동적인 동력원이다.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오픈 소스 기반의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개방을 통한 발전이 비즈니스 방식으로 자리잡으면서 새로운 현상이 눈에 띄고 있다. 오픈 소스 커뮤니티의 일원 중 플랫폼 영역에서 주도권을 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느끼는 온도차가 바로 그것이다. 

오픈 소스를 통해 바라본 새로운 현상  

권희웅 펌킨네트웍스 대표
권희웅 펌킨네트웍스 대표

 

흔히 플랫폼을 만든 사업자가 해당 분야를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는 경우를 우리는 심심찮게 본다. 오픈 소스 분야도 마찬가지다. 플랫폼이 지속해서 발전할 수 있도록 주도적으로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공개하는 사업자가 해당 프로젝트의 맏형 노릇을 한다. 프로젝트 리더 그룹에 속한 이들은 플랫폼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이를 참여자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네트워크 업계도 ‘소프트웨어 정의’라는 큰 틀 안에서 오픈 소스의 꼭지점을 차지하기 위한 물밑 경쟁이 한창이다. 그리고 네트워크 업체들은 어느 쪽에 줄을 설 것인가? 이런 고민에 빠져 있다. 빠른 속도로 중요 상용 기술이 오픈 소스화 되면서 나만의 우위, 우리만의 기술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점점 적어지고 있고, 이제는 오픈 소스란 큰 물결을 어떻게 잘 올라탈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골목 식당까지 번지는 오픈 열기

이는 비단 IT 업계에서만 목격되는 현상이 아니다. 오라인 오프라인 할 것없이 세상은 이미 누군가의 사업 아이디어와 비결을 오픈 소스와 같이 모두에게 대가 없이 공개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모으는 거대 플랫폼의 지배력 하에 놓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소규모 시장 참여자들은 나만의 비결을 만들어 봐야 소용 없다는 자괴감에 빠진다.

예를 들어 보자. 어디 내놓아도 자신있는 김치찌게 레시피를 알고 있는 식당 주인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유명한 요리사가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나와 더 훌륭한 김치 찌게 끓이는 방법을 공개했다. 그리고 이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거의 퍼질 데로 다 퍼졌다. 대박집 신화를 만들 수 있을까? 

일반인 입장에서 보면 누군가의 노하우가 더 많이 공개될 수록 나쁠 것 없다. 더 좋은 상품, 더 맛있는 요리를 접할 기회가 늘어 난다. 상업적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가 공개되면 관련 상품이나 서비스가 상향평준화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하지만, 나만 아는 비밀이 없다 보니 스스로의 경쟁력은 줄어든다. 차라리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는 것 보단 프렌차이즈에 줄을 서는 편이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오픈이 낳은 또 다른 형태의 독점 

스타트업의 필독서 ‘제로투원(Zero to One)’을 읽어 보면 성공하는 오픈의 시대 창업하고 경영하는 방식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어 보면 기업이나 자영업자나 모두 독점적 위치를 가지거나, 그 아래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거나의 선택 앞에 높여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분야를 대표하는 기업은 독특한 시각으로 시장의 문제를 해결해 후발 주자가 따라오기 어려운 진입 장벽을 둘러치고 독점적 위치에 오른다. 반면에 확실한 차별성으로 시장을 선점한 선도 기업 외에 다른 시장 참여자는 치열한 경쟁을 벗어나지 못한다. 

실제로 IT와 같은 첨단 산업은 물론이고 자영업 1번지라 할 수 있는 골목 식당에 이르기까지 오픈 소스로 대변되는 지식의 공유와 확산 열풍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면서 나만 알고 있는 것, 우리 회사만의 지적 자산만 가지고는 지속 가능한 성장과 이윤 창출이 어려워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선도 기업은 플랫폼을 재빨리 구축하여 선점과 독점의 효과를 누리고 다른 이들은 끝없는 경쟁의 연속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주제를 컨텐츠로 바꾸어도 사정은 비슷하다. 과거 각자 브랜드와 채널을 통해 컨텐츠 소비자와 마주하던 기업들은 이제 유튜브, 네이버 등 거대 플랫폼 사업자만 바라보고 살고 있다. 이들이 각자 알아서 생존하고 번영할 확률은 공짜를 무기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플랫폼이 커질 수록 낮아진다. 

공개를 통한 정보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이를 통해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끄는 오픈 소스 스타일의 플랫폼과 생태계 조성은 양날의 검과 같다. 이미 IT 산업에서 그 혜택과 위험을 보았고 이제는 디지털 컨텐츠, 커머스, O2O 서비스 등 우리 일상에 밀접한 분야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과거 비밀로 간진하던 독점 기술이나 노하우를 공개하며 개방의 시대를 앞서가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플랫폼 사업자로 변모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만든 플랫폼의 진입 장벽을 낮춰 더 많은 이들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하며 참여자 수를 늘린다. 해당 플랫폼에서 성공을 맛본 이들이 하나둘 나오면 신화처럼 퍼저나가기 시작하고 더 많은 이들이 플랫폼의 일원이 되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경쟁이 치열해 진다. 우리는 이를 사회 현상으로도 목격하고 있다. O2O 사업이 대중화 되면서 등장한 신조어 ‘앱 노동자’의 현실을 보면, 플랫폼 사업자는 커져만 가는데 이 플랫폼에서 수익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져만 간다. 

오픈 소스, 지식의 개방과 공유 같은 키워드는 우리 모두가 잘 될 것이란 환상을 심어 준다. 이런 흐름이 과연 모두를 위한 것인지는 다양한 관점을 가진 이들이 모여 논의를 해야 할 주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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