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논할 때, 빈번하게 등장하는 용어들 중에 '창조적 파괴'라는 것이 있다. 본래 창조적 파괴는 마르크스 이론에서 자본주의 체제에서 부의 축적과 소멸이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였다. 그러나 조세프 슘페터는 이러한 용어를 자신의 관점에 맞게 재해석했고, 1942년에 발간된 그의 저서 <자본주의, 사회주의와 민주주의>를 통해 오늘날 혁신을 논할 때 상기하게 되는 보편적인 개념으로서의 '창조적 파괴'를 전파시켰다.
 
슘페터가 '창조적 파괴'라는 용어를 통해 설명하고자 했던 포인트는 경제혁신과 경기변동에 관한 것이었다. 슘페터는 이러한 변동의 대표적인 원인을 기술혁신이라고 판단했다. 이러한 기술혁신에 의해 기존의 기술과 제품, 시장관행 등 낡은 것이 파괴되고, 새로운 혁신이 탄생함으로써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변화 과정을 경기변동이라고 본 것이다.

정의룡 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조교수.
정의룡 한국교통대학교 행정학과 조교수.

슘페터가 직접적으로 언급한 '창조적 파괴'의 사례로는 미국 일리노이주 중앙역 건설로부터 파생된 미국 중서부 지역의 철도화가 있다. 그는 이 사례를 설명하면서 철도화 사업에 따른 새로운 사업기회가 생겨남과 동시에 이러한 흐름으로 인해 기존 농업은 위축될 수 있음을 동시에 지적했다.
 
오늘날 경제혁신과 관련한 '창조적 파괴'의 주창자였던 슘페터는 '창조적 파괴'로 나타날 수 있는 기회와 문제점이라는 양면성을 동시에 주목했다. 하지만 오늘날 '혁신과 창조적 파괴'의 구호 속에는 기술발전과 이로 인한 경제혁신의 밝은 면만 보려는 관점도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가령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에 힘입은 카풀 사업의 부각은 기존 택시업계와의 마찰과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은 제시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의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은 참고할 만한 정책적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이들 국가들은 흔히 복지국가 강국으로 많이 알려져 있으나 산업발전 측면에서도 제조업과 첨단 제조업을 발전시킨 국가들이기도 하다.

본래 이들 국가들의 주력산업은 농업이었기에 새로운 시대적 흐름과 이에 저항하는 이들의 갈등이 극심했다. 그러다 결국 사회적 합의를 통해 문제해결의 단초를 마련했다. 제조업 역시 첨단 기술로 산업의 흐름이 바뀜에 따라 구조조정과 대량해고가 불가피했지만 강력한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뒷받침을 통해 해당 직원들에 대한 실질적인 직업훈련 및 고용알선 등의 구체화된 사업들을 통해 결국 노동시장에서 제기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은 1997년말 IMF 경제적 외환위기를 통해 강화돼 왔다. 사회적 합의 또한 노사정 위원회를 통해 그 단초가 마련된 바 있다.

그러나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의 내용적 측면에서 보면 그간 우리나라는 '혁신'이라는 미명 하에 소규모 창업에 많은 비중을 둬 오면서, 정작 내실있는 교육훈련과 고용알선적 측면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성을 취해 왔다. 사회적 합의도 첨예하게 대립하기 쉬운 노사 간의 간극을 정부가 공평한 중재자로서의 조정 기능을 수행했어야 했지만 그 부분 또한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

작금의 한국은 다시 한번 새로운 도약과 위기의 순간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이러한 문제인식과 위기의식은 대통령의 신년정책 발표에서도 '혁신'이 중요한 키워드로 반영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러한 '혁신'의 빛과 그림자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적 준비 또한 보다 충실히 고려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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