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기태 기자] 시대적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명백한 진리다. 거스를 수 없기에 받아들여야 한다.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무조건이다. 관건은 받아들일 준비가 얼마나 됐느냐다. 준비 정도에 따라 재앙이 될 수도, 축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정보통신기술(ICT)의 융·복합이 대세인 4차 산업혁명 시대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벌써 사물인터넷(IoT), 로봇,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혁신 기술이 우리 실생활에 빠르게 스며들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지금까지도 받아들일 준비가 덜 된 느낌이다. 준비가 안됐기에 2년째 50조원이 넘는 예산을 일자리에 투입하고도 고용 상황은 역대 최악이다. 4차 산업혁명을 일자리 창출의 기회로 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저소득층이 일자리를 잃는 재앙으로 만들고 있다.
 

이마트 셀프 성수점
이마트 셀프 성수점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 7월 취업자 증가 폭은 전년 동기보다 5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0년 1월 이후 8년6개월 내 최저 수준이다. 실업자는 103만9000명 기록하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7개월(1~7월) 연속 100만명을 웃돌았다.

더욱이 올해 2분기 고소득층과 저소득층간 소득 격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로 벌어졌다. 저소득층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현 정부는 주구장창 소득주도 성장을 외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은 소득을 높여 내수를 활성화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대표적으로 최저임금이 꼽힌다. 현 정부는 올해 최저임금을 시간당 7530원으로 전년(6470원) 대비 16.4%(1060원) 올렸다. 역대 최고 인상액이다. 내년 최저임금도 올해보다 10.9%(820원) 인상된 8350원으로 결정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4차 산업혁명시대의 혁명적 변화를 가속화하면서 저소득층 일자리를 빠르게 축소시켰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에 부담을 느낀 점주들은 사람을 채용하는 대신 무인화에 나서고 있다. 편의점과 식당, 식음료 프랜차이즈(가맹점) 매장 등에선 키오스크(무인 종합정보안내시스템) 도입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고, 기존 콜센터 직원 업무는 AI 챗봇(채팅 로봇)으로 대체하고 있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이 안 보인다. 한 민간연구소는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하는 향후 20년간 국내에서 124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만큼 우리 정부는 지금이라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에 제대로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 소득주도 성장은 잠시 뒤로 미뤄두고, 대신 혁신성장에 더욱 치중해야 한다. 혁신성장은 규제개혁 등 기업 혁신을 촉발시켜 경제 발전을 꾀하자는 게 주요 골자다.

혁신 성장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놓은 뒤에 소득주도 성장을 얘기해도 늦지 않다. 그렇게 되면 오히려 저소득층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빈곤의 나락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바둑에서는 무엇보다 수순(手順)을 중시한다. 어떤 순서로 놓느냐에 따라 죽었다고 여겼던 돌이 살아날 수 있고, 살아 있던 돌이 사석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정책 운용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집행 순서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4차 산업혁명시대, 우리 정부가 정책 운용의 묘를 살려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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