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재난'이라는 키워드가 자주 회자되고 있다. 무더위로 '폭염 재난'이 등장한 이후 사회 곳곳에서 울리는 경고음은 공통적으로 '고용 재난'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일자리 문제가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야심차게 시작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 상반된 정책 추진으로 역풍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일자리 문제로 다급해진 현 정부는 대기업에 채용을 늘리라고 압박하는 동시에 공무원 일자리 증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2년까지 공무원 총 17만4000명 늘릴 계획을 세웠고, 2019년에만 3만6000명 채용키로 했다. 1990년 노태우 정부 당시 3만6775명을 증원한 이후 29년 만에 최대 규모다.

김강현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위원(행정학 박사).
김강현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위원
(행정학 박사).

 

과연 정부의 의도대로 공무원 증원의 바람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우리 사회 일자리 문제 해결의 밑거름이 되고, 민간부문의 채용을 독려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까. 대답은 글쎄다.

우리나라의 공무원 조직은 호봉제와 평생고용(정년)이라고 하는 전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인 갈라파고스 임금체계와 고용체계가 남아있는 곳이다. 민간부문은 시장과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비효율적인 구조를 개선하고 있지만 공공부문은 여전히 경직성에 사로잡혀 있다. 이런 현실에서 양질의 안정된 일자리 숫자를 늘리기 위해 공무원 증원을 추진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과거와 달리 우리 사회가 너무도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혁신에 따른 4차 산업혁명의 진행으로 노동 유연성은 높아지고 안정성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첨단 기술을 가진 이들의 고용 기회는 늘어나지만, 컴퓨터에 의해 직무가 대체되는 일자리는 사라질 게 명약관화하다.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15~2020년 고용전망'에 따르면 이 기간동안 일자리 200만여개가 새롭게 생기는 반면, 약 714개가 사라질 전망이다. 파이터치연구원에서도 '제4차 산업혁명의 일자리 충격' 연구보고서에서 향후 20년간 컴퓨터에 의해 대체되는 일자리(반복적 노동자와 비반복적 육체노동자)가 156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하지만 공무원의 직무는 대체로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업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래서 막스 베버는 공무원의 관료조직은 문서제일주의, 형식주의, 과도한 절차, 변화에 대한 저항 등의 특성을 갖고 있으며 정부비효율성을 가져오는 요인이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이미 4차 산업혁명의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공무원 일자리를 확대해 고용재난을 해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수 인재들이 공무원 채용에 몰두하면 민간 고용이 위축되고, 막대한 재정지출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현 시점에서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할 일은 우수 인재들이 산업현장에 나가 경제를 이끌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안정적인 공무원의 숫자를 늘려 일자리 수치의 단기적 성과를 올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우리사회의 체질을 개선하고 준비하는 일이다.
 
손쉽게 일자리를 늘리는 방법은 공무원 증원이다. 하지만 공무원은 일단 늘어나면 줄일 수 없다. 정부는 이제라도 행정 수요와 상관없이 공무원 수가 늘어나는 현상을 의미하는 파킨슨의 법칙을 답습할 것이 아니라, 고용재난의 근원을 살펴보고 4차 산업혁명시대에 맞는 고용정책을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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