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태림 기자] 금융권부터 시작했던 허가형 블록체인(permissioned blockchain, 혹은 폐쇄형 블록체인) 도입이 산업 전반으로 점차 퍼지고 있다. 허가형 블록체인이 비즈니스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글로벌 IT 공룡은 블록체인 연합을 구성, 해당 허가형 블록체인을 중심으로 표준화 경쟁에 돌입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블록체인 기술로 인해 기존 금융업계의 비용절감 규모는 2022년 약 200억달러(한화 약 21조11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며, 금융권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도입이 빨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블록체인 기술이 이미 플랫폼 안정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허가형 블록체인이 비즈니스에 적합한 이유가 무엇이고, 표준화 경쟁은 어디까지 왔는지 현황을 짚어봤다.

“비즈니스에 적합, 거버닝 주체 역할 확보”

블록체인은 개인 간(P2P) 거래 데이터를 기록한 장부를 여러 개로 모아서(블록) 다른 블록들과 연결한 사슬 형태를 이룬다. 네트워크 참여자들은 이 장부를 공개적으로 분산해 관리한다. 블록체인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과 같이 장부 관리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개형(퍼블릭) 블록체인’과 권한을 가진 이들만 참여할 수 있는 ‘허가형 블록체인’으로 나뉜다. 즉 허가형 블록체인은 운영 규칙에 따라 운영주체 또는 특정 몇몇만 장부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기업이 허가형 블록체인을 도입하는 이유는 ▲거래 처리 시간 단축 ▲중개비용 감소 ▲위‧변조 및 사이버 범죄 감소 ▲위‧변조 불가능한 프로세스 공유로 신뢰 증가 등 네 가지다.

허가형 블록체인을 도입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도 네 가지다. 우선 분산 원장기술이 있다. 블록을 체인으로 연결해 위‧변조하기 어렵게 만드는 기술을 의미한다. 둘째 프라이버시와 보안 기술이다. 참여자를 인증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비즈니스 네트워크의 경우 해당 기업은 누구나 참여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셋째 스마트 컨트랙트(계약) 기술이다. 비즈니스 네트워크 안에서 자산과 거래 유형은 제각각이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일정한 조건이 갖춰지면 계약을 자동으로 성사하도록 지원하는 기술이다. 마지막으로 합의 매커니즘이다. 블록체인 상에서는 중개자(신뢰담보)가 없다. 하지만 비즈니스 네트워크 안에서 신뢰는 필수다. 합의 매커니즘은 신뢰를 형성해 주는 기술이다.

최근 글로벌 IT 공룡을 필두로 기업들은 허가형 블록체인을 앞다퉈 도입 중이다. IBM 기업가치연구소가 지난해 초 20개 산업 분야 및 90개국 이상의 기업 임원 3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블록체인 도입을 고려 중이거나 활발히 사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33%에 달했다. 실제 블록체인 도입을 준비 중인 분야로는 은행‧금융시장(33%), 의료서비스(31%), 정부와 공공서비스(21%), 전자(19%) 순으로 나타났다.

박세열 한국IBM 실장은 “허가형 블록체인은 거래 처리 시간 단축, 위‧변조 불가능 등의 이유로 비즈니스 모델에 적합하다”며 “기업들은 금융, 유통, 의료 등 산업 전반에서 허가형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버닝 주체 역할 확보’도 글로벌 기업들이 블록체인 플랫폼 도입에 앞장서는 이유다. 허가형 블록체인 상에서는 거버닝 주체가 필요하다. 거버닝 주체의 역할은 비즈니스 네트워크 규칙, 수수료 정책 등을 정하는 것이다. 예컨대 A기업과 B기업이 허가형 블록체인 기반으로 조인트벤처를 창립하면 거버닝 주체가 될 수 있다.

(자료=IBM)

블록체인 표준 경쟁 돌입

글로벌 블록체인 생태계가 하이퍼레저와 EEA의 양강 구도로 점차 굳어지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글로벌 블록체인 생태계는 ▲리눅스 재단, IBM, VM웨어, 레드햇, 오라클 등이 모여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진행 중인 ‘하이퍼레저’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을 블록체인 표준 기술로 삼기 위해 인텔, MS 등이 참여한 ‘EEA’ ▲씨티그룹, 웰스 파고 등 금융권이 주도하고 있는 ‘R3 CEV’ 등이 있다.

박세열 한국IBM 실장은 “R3 CEV는 초기 참여자인 골드만삭스 등 대형 금융사 이탈로 추진력이 약해졌다”며 “현재 하이퍼레저와 EEA에서 나오는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경쟁이 증가하고 있지만, 향후 기업들이 가장 많이 쓰는 기술이 표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이퍼레저는 모든 산업에서 이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 만들어진 오픈소스 커뮤니티다. 분산원장에 대한 산업 표준에 중요한 기능들을 확인하고 적용해 블록체인을 발전하기 위한 협력 프로젝트다. 지난 2015년 리눅스 재단 주도로 시작됐으며, 현재 200개 이상의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코스콤 등이 해당된다.

하이퍼레저 프로젝트 중 패브릭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59명의 개발자, IBM과 인텔을 포함한 28개의 기업에서 패브릭 플랫폼을 지원하고 있다. 패브릭 다운로드 수는 1만 건 이상이다.

EEA는 이더리움 기반 허가형 블록체인 컨소시엄이다. 150개 이상의 회원을 확보했고, 국내에서는 삼성SDS, SK텔레콤, 더루프, 코인플러그 등이 참여하고 있다. EEA는 이더리움을 엔터프라이즈급 기술로 발전, 개인정보‧기밀성‧확장성‧보안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연구 및 개발을 제공한다. EEA는 실시간 트랜잭션(거래) 처리 등 다양한 플랫폼 프로젝트들이 있다.

R3 CEV는 글로벌 은행 컨소시엄이다. 100개 이상의 회원을 확보했고, 국내에서는 하나, 신한, 우리, 국민, 농협은행 등이 회원사다. 결제, 보험, 송금 등 금융 서비스 기술을 개발한다. 박 실장은 “최근 R3 CEV의 일부 회원사는 투자대비효과(ROI)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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