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결국 백기를 들었다.

저커버그는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각) CNN 방송인터뷰 사과에 이어 25일 미국과 영국 주요신문 일요판에 이른바 ‘페이스북 고객 데이터 침해 사태’에 대한 사과 신문광고를 냈다. 자신들은 페이스북용 제3자 앱(써드파티앱)을 승인해 주었을 뿐이어서 이른바 써드파티의 퀴즈앱이 페이스북 사용자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도출해 냈고, 이것이 이것이 미국 대선캠프 핵심참모(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고문)에게 건너간 것 등은 알 바 아니라는 입장에서 크게 선회했다. 이는 이번 사태에 관여했던 써드파티앱 회사의 딥스로트 폭로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는 캐나다 데이터과학자인 크리스토퍼 와일리(28)였다.

와일리가 폭로한 핵심 내용은 이른바 ‘케임브리지 파일’의 존재에서부터 시작된다.

그의 폭로내용은 ▲페이스북이 케임브리지 대학의 알렉산드르 코간 연구원이 개발한 ‘디스이즈유어디지털라이프(thisisyourdigitallife)’라는 성향분석 애플리케이션(이른 바 ‘퀴즈’앱)을 통한 정보수집을 허용했다는 사실 ▲이 앱을 통해 모아진 미국 페이스북 이용자 5000만명의 빅데이터성 개인정보가 자신이 일하는 데이터분석업체인 케임브리지 애럴리티카(CA)로 넘어갔다는 사실 ▲CA와 코간교수의 글로벌리서치사이언스(GSR)가 제휴, 미국 유권자 5000만명의 개인 정보를 바탕으로 분석한 이들의 정치 및 개인 성향 데이터를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대선 후보 핵심참모에게 제공했다는 사실 ▲이같은 사실을 페이스북에 알렸지만 페이스북이 이를 묵살했다는 내용 등이다. 이로써 페이스북 가입자 데이터 유출 및 침해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물론 CA가 도출한 미국인 5000만명의 정보가 미 대선에 활용됐는지, 또 선거 결과에 실제로 영향을 끼쳤는지 등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를 둘러싼 페이스북의 책임 논란은 뜨겁다. CNN이 “(비록 페이스북이 아닌) 제삼자가 개발한 앱으로 인한 데이터 유출이라고 하지만 페이스북이 이용자 보호를 위한 충분한 조치를 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한 것은 이를 대변한다.

전세계 페이스북 회원을 21억명까지 늘리며 소셜미디어 혁명의 대명사가 된 페이스북은 창립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사태를 들춰낸 크리스토퍼 와일리의 행적을 통해 사건 전모를 살펴본다.

페이스북에 앱을 설치해 사용자의 성향정보를 빼내 트럼프 진영을 위해 일하는 회사에 제공했다는 회사에 대해 폭로한 크리스토퍼 와일리 (사진=CNN캡처)

이를 폭로한 신문은 영국의 옵저버지다. 이 신문은 지난 12일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준 내부 고발자인 크리스토퍼 와일리의 폭로를 바탕으로 도널드 트럼프의 미 대선승리를 도왔던 데이터 분석회사 관련 정보까지 얻었다고 보도했다.

페이스북과 CA는 현재 미국과 영국 양국 정부의 조사대상이 되고 있는데다 회원들의 비난에 이어 탈퇴분위기까지 이어지는 등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알렉산더 닉스 CA CEO는 영국 채널4의 잠입취재에서 뇌물과 성접대를 이용한 비즈니스 사실을 밝혔다가 지난 20일 이사회에서 직무정지를 당했다. 영국선거위원회는 EU탈퇴(브렉시트)국민투표시 CA의 역할에 의혹의 시선을 던지고 있고, 영국 정보위원실은 CA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끌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미국과 영국의회는 저커버그 소환을 벼르고 있다.)

와일리는 결과적으로 개인정보가 유출돼 오남용 될 때 민주주의 정치 유권자들의 표심이 조작될 가능성과 그 위험성을 새삼 일깨운 최대 공신으로 꼽힌다.

크리스토퍼 와일리가 페이스북 파문을 몰고 오기까지

크리스토퍼 와일리는 캐나다 출신 청년으로서 아무런 학위도 없이 다니던 학교를 그만뒀다. 하지만 그의 인터넷 경력은 그가 정치세계에서 급속히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는 영국 케임브리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에서 자신이 말하는 ‘스티브 배넌의 심리조종용 심리전 툴(Steve Bannon's psychological warfare mindf**k tool)’ 제작을 도왔다. (*스티브 배넌은 트럼프 미 대통령 대선후보 시절 핵심 선거참모이자 트럼프정부 백악관 초대 고문을 맡다가 지난해 사퇴했다.)

와일리는 영국 옵저버지의 기자에게 1년간 이 얘기를 해오다가 이를 공식화했다. 그는 캐드월라더 기자의 소식통으로서 1년 이상 활동했다. 기자는 그를 밀리니얼 세대(1980~2000년 사이에 태어난 컴퓨터 및 인터넷에 능한 세대) 최초의 거대한 폭로자라고 불렀다.

28세된 이 캐나다 데이터 과학자 크리스토퍼 와일리는 지난 17일트위터에 “우리가 간다...”라고 올린 후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됐다.

그는 데이터회사 CA가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선거팀을 위해 진행한 일은 물론 EU탈퇴 국민투표기간 중 영국에서 한 일에 대한 이야기를 기자에게 들려 주었다.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고문도 페이스북 사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진=위키피디아)

그러나 캐드월라더 기자는 몇 달 간의 오프더레코드(비 기사화)를 전제로 한 대화 끝에 와일리를 납득시켜 결국 이를 터뜨렸다. 그는 CA가 미국 유권자 5000만명의 페이스북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사용한 개인화된 정치광고를 통해 유권자를 타기팅하는 데 도움이 되는 SW를 사용하는데 힘을 실어주었다고 밝혔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사장, 와일리에게 “모든 미친 아이디어 경험할 기회 제공하겠다”

캐드월라더 기자는 지난 18일 그에 대한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기서 그는 어떻게 자신이 학위없이 학교를 떠났는지부터 페이스북의 사상 최대 데이터 침해 사건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옵저버지에 따르면 와일리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에서 자랐고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와 난독증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16세 때 단하나의 학위도 없이 학교공부를 관뒀다. 하지만 그는 인터넷을 이해함으로써 어느새 정치세계에 들어와 있는 자신을 재빨리 발견하게 됐다.

이후 와일리는 17세가 될 때까지 캐나다 야당 지도자 사무실에서 일했다. 하지만 1년후 “데이터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우라”는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의 타기팅 담당 국장으로부터 ‘데이터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우기 위해’ 떠났다고 밝혔다. 그는 19세때 스스로 컴퓨터 코딩(프로그래밍)을 배웠고 이어 영국으로 가 런던경제스쿨에서 법률을 공부했다.

와일리는 틴에이저때 이미 인터넷을 능숙하게 조작하면서 영국 야당등에서 일했다. 사진은 영국 야당 리버럴 데모크래츠 로고

그는 “공부기간 동안 영국 자유민주주의자당(Liberal Democrats Party) 소속으로 일하면서 이들의 ‘데이터베이스 및 투표자 타기팅 업그레이드 작업’을 도왔다. 지난 2013년 그의 자유민주주의자당(립뎀·Lib Dem)커넥션을 통해 SCL(Strategic Communication Laboratories)그룹에 소개됐다. 이 회사는 결국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를 설립해 모회사가 된다.

와일리는 립뎀을 위해 일하면서 “어떻게 성격 특성이 정치적 성향의 전조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이런 그에게 알렉산더 닉스 CA CEO가 다가와 일자리와 함께 “그의 모든 미친 아이디어를 테스트해 볼” 기회를 제안했다.

와일리는 SCL그룹이 정보전쟁의 최전선에 있는 미국과 영국 방위부서를 위해 일하는 세계로 들어섰다. 이 회사또한 전세계 선거 기간 중 심리 작전용 툴을 배치하는 데이터분석 회사였다

스티브 배넌 커넥션...심리학교수의 ‘퀴즈’앱을 사용하기로 작당하다

와일리는 당시 우파 보수지 브레이바트 뉴스 편집자 출신이자 트럼프 미 대선후보 선거캠페인을 이끌던 스티브 배넌을 기억한다. 와일리는 그가 사이버전 전문가들의 옆자리에 앉아서 SCL그룹의 선거활동 참여에 대해 듣고 있었다고 기억했다. (*SCL은 데이터마이닝 및 데이터 분석기반의 대중행동과 정치소통을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지난 2012년 미국 정치시장에 진출했고 2014년에는 미국 44개 주 단위 중간선거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에 따르면 배넌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가 퀴즈앱으로 빼낸 페이스북 가입자들 개개인의 정치적 성향 데이터를 선거에 이용하자’는 아이디어를 헤지펀드 억만장자 로버트 머서에게 가져갔다. (*로버트 머서는 공화당에 정치자금을 지원하는 큰손으로서 인공지능 과학자이자 헤지펀드인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를 공동 창업한 억만장자다. 그는 나이젤 패라지 전 영국독립당 당수에게 데이터분석 서비스를 지원하는 바익으로 영국의 EU탈퇴(브렉시트)국민투표에도 관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대선시 자사의 데이터과학 성과를 트럼프진영에 제공한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의 알렉산더 닉스 전 CEO. 그는 지난 20일 영국 언론의 위장 취재시 불법행위를 털어놓았다가 직무정지됐다. (사진=유튜브)

공화당의 큰 손 머서는 와일리와 닉스를 만나보고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에 자금을 대는 것을 도왔다.

마침내 트럼프 미대선 후보진영의 핵심참모였던 스티브 배넌은 와일리의 보스가 됐고 케임브리지대 심리학교수 알렉산드르 코간의 회사 ‘글로벌 사이언스 리서치(GSR)’사와 팀을 이뤘다. 이들은 이 협력을 통해 ‘개인 성격 테스트 앱’-이른 바 ‘퀴즈’앱을 사용해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미국 대선기간 중 미국 투표자들을 타기팅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와일리는 “우리는 수백만 명의 프로필을 수집하기 위해 페이스북을 이용했다. 그리고 우리가 그들에 대해 알고 있는 것들을 악용하고 그들의 내부에 있는 악마를 타깃으로 삼기 위한 모델을 만들었다. 그것이 이 회사 전체가 만들어진 기반이었다”고 털어 놓았다.

와일리 2년 전인 2016년 페이스북에 대규모 데이터침해 사실 알렸지만...

와일리는 지난 2014년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를 떠났고 2016년 페이스북에 CA가 페이스북 고객 데이터를 대규모로 침해한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그는 회사 변호사로부터 받은 편지에 대해 “내가 할 수 있었던 것은 메일박스를 확인하고, 서명하고, 되돌려 보내는 것 뿐이었다. 페이스북이 데이터를 되찾기 위해 전혀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zero effort)”고 말했다.

옵저버지가 코멘트를 받기 위해 연락하자 페이스북은 CA의 페이스북 계정을 닫아버렸다. 게다가 페이스북은 사건 폭로자 와일리가 자신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계정에 접속할 수 없도록 막아버렸다.

CA는 사태가 불거지자 “페이스북의 서비스 이용 약관을 완전히 준수한다”며 페이스북과 협력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페이스북은 지난 16일 장문의 발표문을 통해 “사람들의 정보를 보호하는 것이 우리가 하는 일의 핵심이며, 우리는 페이스북에서 앱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도 정보를 요구한다”며 사태에 대해 무덤덤한 입장을 보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페이스북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에드워드 스노든, 페이스북은 희생자가 아니라 공범자

옵저버지의 캐드월라더 기자는 와일리를 “영리하고 우스꽝스럽고, 바보 같고, 심오하며, 지적으로 게걸스럽고, 강렬하고, 마스터 스토리텔러, 정치인, 데이터 과학에 빠진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그녀는 와일리가 스스로를 “스티브 배넌의 심리전 툴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끝난 캐나다 동성애주의자이자 채식주의자”로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밀레니얼세대 최초의 대단한 고발자가 될지는 더 두고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어쨌든 그의 폭로는 또다른 유명한 내부 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의 인정을 받았다.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미국 국가안보국(NSA)에서 일했던 미국의 컴퓨터 기술자였다. 그역시 지난 2013년 영국 가디언지를 통해 미국 정보기관이 ‘PRISM’이란 감시 프로그램을 통해 민간인 감찰을 하고 있다며 여러건의 기밀문서를 폭로해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은 바 있다.

스노든은 와일리의 고발에 대한 뉴욕타임스 이야기를 트위터로 링크해 보이면서 “페이스북은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올리는 불충분한 정보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친밀한 사생활 관련 세부정보를 이용하고 팔아먹으면서 돈을 벌고 있다. 그들은 희생자가 아니다. 이들은 공범이다”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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