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브로드컴의 인수 제안을 계속 거절해 온 칩셋(AP) 제조업체 퀄컴 이사회는 인수가격이 올라간다면 인수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으로 바꿨다. 퀄컴 이사회는 브로드컴이 현재 인수 가격으로 제안한 주당 79달러(한화 약 8만4000원)를 주당 90달러(한화 9만6000원) 이상으로 최소 15% 인상하면 매각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퀄컴 이사회는 브로드컴이 부채 250억달러(한화 약 26조7500억원)를 포함해 총 1600억달러(171조2000억원)를 제시한다면 인수합병(M&A)에 동의한다고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퀄컴 이사회는 회계장부도 브로드컴에 공개하기로 했다.

이날 브로드컴은 성명을 통해 “퀄컴이 제시한 프로세스가 신속한 합의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양측 모두에게 현실적인 조건으로 협상할 준비는 돼 있다”는 입장을 냈다.

FT는 “그동안 인수 시도를 부정적으로 바라봤던 경영진들에게는 커다란 입장 변화”라며 “양사는 이 문제에 대해 이제 인수가 논의에 다다를 만큼 충분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최근, 브로드컴은 퀄컴 인수 가액을 주당 82달러(한화 약 8만8000원)에서 79달러(한화 약 8만5000원)로 4% 낮춰서 제시한 적 있다. 브로드컴은 퀄컴 인수에 대한 의지가 여전하지만 퀄컴이 NXP 인수 가격을 전격 인상하기로 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브로드컴은 퀄컴이 NXP를 인수하지 않을 경우 원래 제안했던 수준으로 가격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브로드컴은 현재 현금을 확보해 퀄컴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준비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그룹과 씨티, 도이체방크, JP모건체이스, 모건스탠리 등 월가 은행들이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를 지원하기 위해 최대 1000억 달러(108조4000억 원)를 신용 대출해주기로 합의한 상태다.

1000억 달러에는 브릿지 파이낸싱 등을 통한 50억 달러(5조4000억 원)도 포함된다. 브릿지 파이낸싱이란 기업이 적대적 M&A를 시도할 때 빠른 자금 조달을 목표로 차후 채권 발행을 약속하고, 인수자금을 빌려주는 것을 말한다.

한편, 브로드컴과 퀄컴의 합병이 이뤄질 경우 매출액 기준으로 인텔과 삼성전자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큰 반도체 회사가 탄생하게 된다.

퀄컴 사옥 (사진=GSM아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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