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효정 기자]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는 것이 목표다" "사실상 도박, 투기다" "가상화폐 거래로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간다" "우리나라 경제와 산업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해악이 너무나 클 것이다"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가상화폐 거래소를 폐쇄하겠다며 밝힌 내용들이다. 정부가 가상화폐 투기에 대한 규제가 아닌, 가상화폐 자체에 대한 규제를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국민의 반응은 정부의 투기 근절에 대한 강경한 입장에 대해 박수를 치거나, 혹은 지나친 시장개입이라는 의견으로 갈린다. 어떤 것이 맞는 이야기일까.

가상화폐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단순한 흑백논리로 재단할 수 없는 문제다. 시각에 따라 양측 의견 모두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정부가 산업에 대한 몰이해로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4차산업혁명의 근간이 될 블록체인 기술 도입기에는 블록체인과 가상화폐를 분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쉬운 예로, 블록체인을 인트라넷망에 비유한다면 가상화폐는 이러한 블록체인 기술을 확산시켜줄 핵심 인터넷 서비스와도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거래소 폐쇄 등 정부의 과도한 규제안은 기술개발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상태에서 나온 극약처방이다. (이미지=CCN)

현재의 가상화폐 투기 열풍은 분명히 문제가 심각하다. 정부 차원의 특단의 조치가 반드시 필요했다. 그렇지만 그 조치는 민주주의적이어야 하고, 미래지향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드러낸 가상화폐 규제 방침에는 사행성 조장 및 국민 보호를 내세운 '규제를 위한 규제'가 보인다. 이러한 논리라면 강원랜드 도박장과 경마, 경륜은 어떻게 해야 할까. 로또와 같은 복권은, 그리고 수많은 개미투자자를 울리는 주식시장은 어떻게 규제하고 폐쇄해야 할까.

특히 기자가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현 정부의 정책에서 엿보이는 선민의식적 행태다. 이는 지난해 이동통신 업계 최대 이슈였던 가계통신비 절감 정책 논란에서도 발견된다. 가계통신비 절감 정책은 정부가 짧은 시간에 국민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만 했던 일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때도 추진했던 정책이고 대다수 대선후보자들의 단골 공약이었다.

통신비 인하는 시장논리에 따른 자율적인 경쟁에서 비롯돼야 했음에도, 정부는 과도한 시장개입을 했고 강압적으로 민간기업(이통사)에게 정책을 강요하고 있다. 정부가 공익을 위한 정책을 세웠으니 따르라는 것이다.

가상화폐 규제를 다루는 정부의 정책 방향도 크게 다를 바 없다. 명확한 법적 근거도 없이, 정부가 투기판을 막기 위한 공익적 정책을 세울테니 잔말 말고 따라오면 된다는 논리다. 투기에 빠진 우매한 국민들을 계몽하겠다는 강한 의지만 돋보인다.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간사인 신용현(국민의당)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 가상화폐 시장에 대해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아예 거래를 금지시키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술 발전의 싹을 완전히 자르는, 4차산업혁명시대에 역행하는 규제"라고 비판했다.

과거 '바다이야기' 사태 처럼 국민 대다수가 객관적으로 인정하는 도박판과 가상화폐는 그 성질이 다르다. 이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투기가 성행한다면 이를 막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그러나 가상화폐 투자라는 새로운 형태의 시장 형성, 혹은 가상화폐의 금융제도권 편입은 정부가 아닌 4차산업혁명이라는 시대가 결정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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