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홍하나 기자] 국내 대표 IT 기업인 네이버, 카카오는 어느때보다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특히 포털 규제, 역차별, 망중립성 등 각종 규제와 정책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았다.

지난 10월에는 포털을 통신사, 언론사처럼 규제해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됐다. 포털 규제의 대표적인 근거로는 영향력 커진 포털이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못하다는 점과 사회적인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의 포털 규제를 두고 아직까지 찬반이 팽팽하게 나뉘고 있다.

또한 '글로벌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로 두 기업은 정부에 경쟁환경을 공평하게 만들어줄 것을 당부했다. 글로벌 기업의 조세회피로 인해 기술력의 간극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밖에도 네이버는 올해 다양한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 지난 3월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취임하면서 ‘투명 경영’을 강조했으나 이후 뉴스 재배치 청탁 사건, 법조계 고위 인사 자녀 특혜 제공 등의 불미스러운 일로 한 대표는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최근에는 내년 진행되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포털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한다면 뉴스 서비스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비판까지 이어지고 있어, 사실상 아직까지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는 상황이다.

포털의 뉴스 서비스, ‘공공재’ 혹은 ‘사기업의 서비스’

올해는 유독 정치권에서 포털에 주목했다. 바로 ‘뉴스 서비스’ 때문이다. 네이버가 정치적 색을 띄우고 있어 특정 정당을 옹호하며 뉴스를 배치하고 제목까지 편집한다는 것. 이에 네이버가 언론사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면서 포털도 언론, 방송, 통신과 같이 규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0월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포털 규제법인 ‘뉴노멀법’을 발의했다. 뉴노멀법에는 포털에 사회적책임 일환인 방송통신발전기금 분담 의무 부과, 통신사처럼 경쟁상황 평가, 이용자 권리 규정 신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처럼 포털 규제의 필요성을 더욱 불 지피게 한 것은 지난해 10월 발생한 네이버의 뉴스 재배치 사건이다. 당시 한국프로축구연맹 홍보팀장은 네이버 스포츠를 총괄하는 이사에게 연맹에 불리한 기사 재배치를 요청하는 뉘앙스의 문자를 보냈다. 지난 10월 이러한 내용의 기사가 보도되자 한성숙 대표는 사과와 함께 의혹이 사실임을 인정했다.

이에 네이버는 최근 내년부터 언론사들의 뉴스 배열을 하는데 있어 사람 개입 최소화, 100% 알고리즘으로 배열하겠다고 밝혔다. 유봉석 네이버 뉴스부문 리더는 “현재 모바일 메인 뉴스판에 올라오는 기사 중 자체 기사 배열 비중이 20%인데 향후 외부 전문가 편집과 알고리즘만으로 뉴스가 서비스 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울어진 운동장"...글로벌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외쳐

유럽연합(EU)은 글로벌 기업들의 조세회피의 문제를 뿌리뽑기 위해 해당 기업들에게 압박을 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은 유럽 회원국에서 낸 매출을 법인세율이 낮은 국가로 이전해 적은 세금을 내고 있었다.

이에 EU에서는 이른바 '구글세'를 압박, 결국 글로벌 기업들은 이에 굴복해 이익을 낸 곳에 세금을 내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다. 구글, 아마존은 이탈리아 과세당국에 합의된 금액으로 세금을 납부하기로, 페이스북은 국내를 포함한 30여개국에 현지 발생 광고매출에 대한 세금을 납부하기로 했다. 애플도 내년초부터 아일랜드 정부에 추가 세금을 납부하기로 결정했다.

EU의 이러한 추세를 파악한 국내 포털사들도 정부에 글로벌 기업과의 역차별 문제를 해결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미 앞서나가고 있는 해외 사업자들과 경쟁하기에는 국내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것이다. 

국정감사에 참석한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은 “국경이 없는 인터넷 시장은 글로벌로 봐야한다”면서 “현재 페이스북, 구글이 어마어마하게 벌고 있으나 세금도 안내고 트래픽에 대한 비용도 안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행히 우리 정부에서도 국내외 IT기업의 역차별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조만간 인터넷기업 상생을 위한 공론화 기구를 구성, 쉽진 않지만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상황이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국내외 인터넷 기업간 역차별 등 인터넷 규제 정책을 둘러싼 논란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은 30일 진행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정감사에 참석했다.

美 망중립성 폐지..."국내영향 미칠까 우려"

이번달 중순, 미국이 인터넷에서 특정 트래픽을 임의로 차별하거나 차단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의 망중립성을 폐지했다. 인터넷 업계에서는 미국의 망중립성 폐지가 국내에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당장 우리의 망중립성 정책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이나 혹시 모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

국내에서는 지난 2011년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 지금까지 시행중이다. 현 정부에서는 망중립성 원칙을 고수하자는 입장이나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가능성이 아예 없지 않다. 이들이 우려하는 점은 망사업자가 특정 콘텐츠에 대해 차별할 수 있다는 것.

이에 인터넷기업협회는 “미국의 망중립성 폐지는 자칫 미국을 넘어서 망 중립성 원칙을 지지하는 전 세계 다른 국가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망중립성 원칙 폐지라는 FCC의 결정은 그간 이뤄온 인터넷기업들의 혁신과 향후 산업을 주도할 스타트업의 의지를 꺾어 인터넷 생태계 전반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행히 우리 정부에서는 망중립성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당장 국내 가이드라인을 변경할 생각이 없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가이드 라인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사후 규제를 통해 망중립성이 지켜지고 있는데, 미국의 상황에 대해 예의주시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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