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지난 8일 열렸던 통신비 정책 협의회 3차 회의에서는 단말기 자급제 활성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습니다. 지난 2차 회의 때 법제화를 통한 단말기 완전 자급제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기 때문에, 현행 체제에서 단말기 자급제를 활성화하는 방안에 대한 다양한 대안이 제기됐습니다.

이날 회의에서는 단말기 자급제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무약정 스마트폰(공단말기)의 가격이 인하돼야 하며, 이통3사가 유심 요금제를 출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고 정책 협의회 대변인인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기자들에게 전했습니다.

현재 무약정형 스마트폰은 이통사향 스마트폰(약정형 스마트폰)에 비해 약 10% 비쌉니다. 예를 들어 갤럭시노트8(64GB)의 이통사향 스마트폰 출고가는 109만4500원이지만 무약정형 갤럭시노트8(64GB)의 경우 120만4000원입니다. 무약정형 스마트폰이 비싸기 때문에 이용자들은 이통사 대리점에서 이통사향 스마트폰 구매와 동시에 통신 서비스에 가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결국 이런 결합 판매(단말기 구매+통신 서비스 가입) 방식이 고착화 됐습니다.

결합 판매 방식은 이통사와 제조사간 담합을 통해 불법 보조금 지급 등을 미끼로 이통사가 고객에게 고가 요금제 가입을 계속 유도하고, 리베이트의 일부를 부담하는 제조사는 스마트폰의 출고가를 계속 올린다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예전부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삼성전자에게 무약정형 스마트폰의 가격을 내리라고 주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통사와 달리 과기정통부의 규제에서 자유로운(?)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무약정형 스마트폰의 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가 지적된 적 있습니다.

삼성 디지털 프라자에서 무약정형 스마트폰을 살 경우 이통사 대리점 스마트폰 보다 약 10% 더 비싸다 (사진=삼성전자)

박병대 삼성전자 한국총괄 부사장은 국감에 증인으로 출석해 “무약정형 스마트폰을 판매할 때는 이통사에서 지원금이나 판매장려금(리베이트)를 지급하지 않는다”며 “삼성전자 자회사나 유통회사에서 코스트(비용)를 붙여 출고가의 110%선에서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삼성전자가) 이통사나 (자회사인) 유통업체에 단말기를 공급하는 가격은 동일하다”며 “소비자 가격은 이통사와 유통업체의 몫이라 관여할 수 없으니 소비자 차별이 아니다”고 주장했습니다.

즉, 이통사향 스마트폰의 경우 출고가 그대로 휴대폰을 팔아도 이통사 리베이트를 받기 때문에 이익을 챙길 수 있지만, 무약정형 스마트폰은 이통사 장려금을 전혀 받지 않으니, 영업점이 이익을 남기기 위해 출고가의 10%를 붙여 판매한다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이통사가 유통점에게 지급하는 리베이트의 경우 삼성전자 등 제조사도 이통사에게 리베이트의 일부를 부담하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합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등 제조사가 무약정형 스마트폰 출고가를 일부러 높게 잡아 이통사와의 담합을 지속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 소속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전자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약 60~70%에 달한다”며 “이 같은 시장 지배력을 활용해 이통사와 담합하고 공단말기의 가격을 높게 잡은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법제화를 통한 단말기 완전 자급제 도입 대신 현행 법 안에서 단말기 자급제를 실현시키기 위한 현실적이고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무약정형 스마트폰의 가격을 약정형 스마트폰의 가격과 같게 하는 것입니다. 삼성디지털프라자에서 공단말기인 갤럭시노트8을 구매한 후 이용자가 SK텔레콤이나 KT, LG유플러스 등 이통사를 선택해 통신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이 곧 단말기 자급제이기 때문입니다.

무약정형 스마트폰의 가격 인하를 통해 결합 판매 방식과 단말기 자급제 방식이 공존할 수 있게 한 뒤, 어떤 방법이 좋은 지 이용자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단말기 자급제 비율이 8%에 불과한 것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무약정형 스마트폰의 가격을 높게 형성한 점이 이유 중의 하나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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