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올해 하반기 통신 업계의 최대 이슈는 단말기 완전 자급제이다. 최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감에서도 단말기 완전 자급제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황창규 KT 회장이나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찬성도 반대도 아닌 입장을 나타냈다.

그동안 단말기 자급제에 대해 반대 의견을 피력했던 삼성전자의 경우, 국정감사에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이 참석해 기회의 장이 마련되면 '적극적으로 참석하겠다'는 입장으로 그 방향을 선회했다.

이들이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에는 단말기 자급제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은데다가 이번 달 초, 통신비 인하에 대한 사회적 논의 기구가 출범하기 때문이다. 그 전에 찬성이나 반대 등 확실한 의견을 내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들었을 것이라고 업계는 평가한다. 또한 반대 의견을 갖고 있더라도 단말기 자급제 법안을 발의한 의원에게 솔직한 입장을 표현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이달 초 통신비 인하에 대한 사회적 논의기구가 새롭게 출범한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와 소비자단체, 관련 협회, 전문가 15명이 사회적 논의 기구에 참여해 100일 간 가계 통신비 인하 방안을 논의한다. 단말기 완전 자급제나 보편요금제 등이 논의될 예정이며, 이후 논의 결과를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입법 참고자료로 보고하게 된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단말기 자급제의 경우 이동통신 시장의 구조를 한번에 바꾸는 제도이기 때문에 신중한 논의나 검토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긴 호흡을 갖고 사회적 논의 기구에서 많은 토의가 이뤄질 예정인데, 사회적 논의 기구 출범을 앞둔 상황에서 이통사 CEO 들이 굳이 국정감사에서 찬성 또는 반대의 의견을 내는 것이 유리하지는 않다. 여러 해석이 가능한 발언을 했다고 평가한다”이라고 말했다.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황창규 KT 회장이 과방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국회의원들 단말기 자급제 대체로 찬성 분위기로 '압박'

지난달 30일, 과방위의 국정감사에서 단말기 자급제에 대해 질의를 던진 국회의원들은 이 법안을 이미 발의했거나, 찬성하는 의견을 가진 상태였다. 또한 단말기 자급제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정부를 질타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기정통부의 단말기 자급제에 대한 국회 보고 내용은 얼마 전 있었던 토론회에서 완전자급제 도입을 반대하는 교수의 의견을 짜깁기 한 것”이라며 “그것도 표현을 강하게 해서 (과기정통부가) 통신시장이 망할 것이란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언론에서도 김용수 과기정통부 차관이 단말기 완전자급제를 도입해 통신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보다 반대 논리에만 골몰하고 있다”고 몰아 부쳤다.

이에 대해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완전자급제에 대해 원론적으로는 동의를 한다”며 “파급효과가 상당히 크고 특히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다양하기 때문에 정밀하게 검토를 해보자는 입장”이라고 답변했다. 또한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검토를 하고 국회와도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전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황창규 KT회장이나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모두 과방위 국회의원들이 정부에게 질의와 질타를 하는 모습을 봤을 것”이라며 “이들 CEO가 단말기 자급제에 반대 의견을 갖고 있어도, 현장에서는 반대하는 의견을 표현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황창규 회장이나 권영수 부회장 모두 단말기 자급제의 취지에 동의하지만 유통망에 미치는 변화, 피해를 최소화해야한다고 언급했다”며 “단말기 자급제에 대해 찬성의 의미는 아닌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절대 반대' 였던 입장 선회한 삼성전자..."그렇다고 찬성도 아니다" 

삼성전자는 국정감사장에서 입장을 선회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SK텔레콤 등 다른 이통사와 달리 단말기 자급제에 대해 분명한 반대의견을 표출해왔다. 지난 9월, 갤럭시노트8 국내 미디어데이에서 김진해 삼성전자 한국영업총괄 전무는 “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도입될 경우 단말기 출고가가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는데 실제와 온도차가 분명히 있다”며 “단말기 완전 자급제는 유통시장 전체 구조가 바뀌는데 유통이 붕괴되기 때문에 대리점 판매점 등 유통점의 고통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는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도 함께 있었기 때문에 김진해 전무가 삼성전자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30일 국감장에서는 고동진 사장이 참석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입장을 선회했다.

이날 고동진 사장은 “지금 이 자리에서 완전자급제를 동의하느냐 반대하느냐 말하는 것 보다는 관련자들이 모여서 토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생각한다”며 “기회의 장이 주어지면 (사회적 논의 기구 등에서) 삼성전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우리 의견을 내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줄기차게 단말기 자급제에 대해 반대의 뜻을 표현해온 삼성전자가 이에 대한 입장을 유보한 것도 단말기 자급제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을 가진 국회의원 앞에서 솔직한 의견을 내비칠 수는 없다는 것으로 업계는 평가한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단말기 자급제 도입시 삼성전자의 경우 유통망을 구축해야 하는 단점이 있고, 지금까지 이통사가 담당해왔던 단말기의 물량이나 재고 관리 등을 이제는 자신들이 해야 해 비용이 발생해 반대할 수 밖에 없다”며 “국정감사장에서 삼성전자가 입장을 선회한 것은 생각이 바뀐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과 맞서기를 피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파워가 앞서는 SK텔레콤과 달리 KT나, LG유플러스의 경우 단말기 자급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부적으로 가져왔다”며 “반대의 뜻을 가져도 반대한다고 분명히 말할 수 없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정감사 현장에서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도 단말기 자급제에 대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뜻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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