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백연식 기자] 30일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가장 많은 질의가 나온 것은 단말기 완전 자급제이다. 정부가 선택약정할인 25% 상향이나 보편 요금제 등 가계 통신비 인하를 추진하고 있지만 국회에서 단말기 구매와 통신 서비스 가입을 완전히 분리하는 단말기 자급제 법안이 발의되면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2일 열렸던 과방위의 국감에서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증인으로 나와 단말기 완전 자급제에 대해 “긍정적인 검토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과기정통부 등 정부와 KT, LG유플러스 등 이통사, 삼성전자는 단말기 자급제에 대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설명했다. 

단말기 자급제의 경우 이통시장의 구조를 한 번에 바꾸기 때문에 다음 달에 설립될 예정인 사회적 논의 기구 등을 통해 많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가계 통신비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스마트폰 출고가에 대한 논의도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국내 시장만 고려해서 스마트폰 출고가를 글로벌 가격에 비해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국회는 완전 자급제 찬성 또는 발의, 정부는 “신중해야”

20대 국회에서는 국정 감사 전에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의 박홍근 의원이 단말기 자급제 법안을 발의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신경민 의원과 김성수 의원도 단말기 자급제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은 “정부가 지난 주 여야 의원실을 찾아 단말기 자급제 법안의 검토 내용을 보고 했다”며 “정부의 결론을 파악하면 완전 자급제 도입에 대한 부작용은 즉각적으로 나타나고 소비자 혼란이 가중된다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단말기 완전 자급제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고 반대 논리 개발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보고서 내용이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라며 “지난 국감 때도 언급했지만 (단말기 자급제의) 원론적인 점은 동의하지만 제조사, 이통사, 유통망, 소비자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에 곧이어 발족될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정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국회의원들은 여러번 단말기 자급제에 대한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며 정부에 질의를 던졌다. 김정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완전자급제에 대해 국회가 논의를 하고 있는데 (정부가 보고서를 제출한대로) 이용자 부담이 증가하고 사업자의 영업이익이 급증 할 수 있다는 것이 공식입장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유 장관은 “통신비 부담 경감 차원에서 그동안 통신 서비스 비용에 맞춰져 있던 것이 단말기 쪽으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며 “이런 이유에서 단말기 완전 자급제도 정밀히 검토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 단말기 자급제나 스마트폰 출고가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모두 신중

국감에 증인으로 나온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나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모두 단말기 자급제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단말기 자급제 도입 취지는 공감하나 여러 당사자의 입장을 고려해 선의의 피해자는 없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강조했기 때문이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이동통신시장이 5대 3대 2로 고착화됐음을 인정하며 “단말기 완전자급제가 시장의 공정경쟁을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 같아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안이 안나와서 막연한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세부적인 안이 나오면 세심하게 살펴보겠다”며 “다만 해당 법안을 추진할 때 이해관계자가 많은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황창규 KT 회장 역시 “단말기 완전 자급제의 취지를 보면 좋은 발상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통신비 절감을 할 수 있다는 긍정적 부분에 대해선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 부회장이 말한 것처럼 유통망에 미치는 갑작스러운 변화, 피해는 최소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폰 제조사 대표로 참석한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역시 단말기 완전자급제 도입 논의에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고동진 사장은 “지금 이 자리에서 완전자급제를 동의하느냐 반대하느냐 말하는 것 보다는 관련자들이 모여서 토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생각한다”며 “기회의 장이 주어지면 (사회적 논의 기구 등에서) 삼성전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우리 의견을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해진 네이버 전 의장,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황창규 KT 회장이 과방의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스마트폰 출고가 논의 이어져, 삼성 “글로벌 기업이라 국내 시장만 생각할 수 없다”

국내 스마트폰 출고가에 대한 논의도 국정감사에서 이뤄졌다. 매월 납부하는 가계 통신비의 50% 이상은 스마트폰 분할 금액이 차지한다. 갤럭시노트8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출고가가 100만원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비싼 스마트폰 출고가는 가계 통신비를 소비자가 비싸다고 생각하는 것의 주범이다.

단말기의 출고가는 제조사가 결정한다. 황창규 KT 회장은 “대리점까지는 제조사가 제공하는 단말기의 가격이 동일하다”며 “대리점 이후 판매점이 판매할 때는 일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대리점까지는 모두 제조사가 출고가 등 가격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이기 때문에 국내 시장만 고려해서 가격을 결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고동진 사장은 “한국이든 해외든 대부분 동일 제품에 대해서는 거의 동일한 가격으로 운영을 하고 있고 우리가 어떻게 컨트롤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한국시장만 보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다 상대한다. 갤럭시노트8의 출고가는 유럽보다 한국이 낮았다. 많이 노력한 것도 사실이고 갤럭시노트7 사태로 소비자에게 죄송한 마음도 있었다”며 “가격을 국가별로 차이를 두고, 사업자별로 차이를 두는 등 (우리 마음대로) 그렇게 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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