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근모 기자] 국내 주식 시장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있다면 가상화폐 시장에는 '김치 프리미엄'이 존재한다. 국내 기업 가치가 저평가돼 글로벌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된다는 코리아 디스카운터와 달리 김치 프리미엄은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 거래가보다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 이상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 시장에서 김치 프리미엄의 원인은 크게 ▲국내 가상화폐 공급·수요 불균형 ▲외환 순환 거래 어려움 ▲정부 가상화폐 시장 규제에 앞선 투자 집중 ▲중국 자본 침투에 따른 시장 혼란 등이 주로 꼽히고 있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측은 외화 거래 입·출금 규제 완화로 국내외 가상화폐 시장의 차익거래(아비트리지, arbitrage) 활성화가 이뤄진다면 '김치 프리미엄'이 3% 내외로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익거래, 즉 아비트리지는 동일 가치, 동일 품질인 제품이 글로벌 동일하게 거래가 이뤄질때 특정 지역에 가격차가 발생한다면, 다른 지역에서 해당 지역에 제품을 매수 혹은 매도 행위를 통해 가격 균형이 맞춰지는 현상을 말한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의 경우에도 글로벌 전역에서 동일한 상품을 동일한 시간에 매수, 매도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별 가격차가 발생하면 아비트리지가 이뤄지며 지역별 가격이 균형을 이루게 된다.

국내외 가상화폐의 가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자료=scolkg)

글로벌 가상화폐 통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의 자료에 따르면 10일 오후 10시 기준 일본의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플라이어(BitFlyer), 유럽의 가상화폐 거래소 크라켄(Kraken), 미국의 가상화폐 거래소 비트렉스(Bittrex)의 비트코인 가격은 각각 1만5765달러(한화 약 1726만원), 1만5177달러(한화 약 1662만원), 1만5194달러(한화 약 1664만원) 등을 기록 중이다. 대부분 1만5100달러(한화 약 1653만원)에서 작게는 1%, 최대 3% 내외의 가격차에 불과하다. 반면 동일 시간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은 1만6468달러(한화 약 1803만원), 코인원은 1만6370달러(한화 약 1793만원) 등으로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와는 8.5%에 달하는 김치 프리미엄이 작용하고 있다.

현재는 국내외 가상화폐 거래소간의 가격차는 상당 부분 좁혀진 상황으로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했던 지난 6일 국내외 가격은 각각 1460만원, 1300만원으로 가격차는 약 160만원(12% 격차)에 달했으며, 7일 국내외 가격은 각각 1827만원, 1524만원으로 가격차는 약 303만원(19.9% 격차), 8일 국내외 가격은 각각 2238만원, 1849만원으로 가격차는 약 389만원(21% 격차)으로 김치 프리미엄이 강하게 작용했다.

윤호성 코인플러그 COO(최고운영책임자) "비트코인 하드포크로 인해 비트코인골드를 비롯해 다양한 비트코인 파생 코인이 출시 예정된 만큼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자금이 빠르게 모이고 있다"라며 "단기간에 가상화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에 비해 가격이 급등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국 정부의 가상화폐 거래소 규제 이후 중국 세력과 자금이 대규모로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 유입된 것으로 짐작된다"라며 "이런 세력들이 국내 가상화폐 시장에서 펌핑(가격을 강제로 끌어올리는 행위) 작업을 진행하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고 덧붙였다.

국내 가상화폐 가격이 해외보다 높은 경우 일반적으로는 해외 가상화폐 시장에서 구입한 가상화폐를 국내에 매도 하면 공급·수요가 균형을 찾으며, 가격이 비슷해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국내를 제외한 일본, 미국, 유럽, 러시아 등 글로벌 각지에 위치한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아비트리지로 인해 가격차 3% 내외로 유지된다.

국내에서는 외국환거래법 제8조 외국환업무의 등록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기획재정부 장관의 등록 절차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외국환을 취급할 수 있는 취급 기관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탓에, 외국통화의 매입 또는 매도, 외국환 업무 등이 불가능하다. 국내에서 아비트리지가 제대로 동작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컨대, 국내 비트코인 가격이 1500만원일 때 김치 프리미엄 30%가 발생해 글로벌 비트코인 가격은 1050을 유지한다면 1050만원에 해외 거래소를 통해 비트코인을 구입 후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에 매각해 한번 거래시 차익으로 450만원을 얻을 수 있다. 현재 공식적으로는 이러한 아비트리지가 외국환거래법으로 막혀있는 상황이지만,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에 따르면 일부 개인은 이미 아비트리지로 부가 이익을 올리고 있다.

조원선 코인네스트 COO는 "가상화폐 순환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국가간, 지역간 가격 프리미엄이 줄어든다"라며 "현재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주요 가상화폐의 트랜젝션 과부하로 아비트리지가 어렵다"고 전했다.

코인네스트에 따르면 1MB에 불과한 비트코인 블록사이즈 용량의 한계로 현재 비트코인 트랜젝션 처리가 지연되면서 기존 몇십분이면 송급되는 것에서 현재 수일 이상이 걸리는 경우도 비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신원희 코인원 COO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글로벌 전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한쪽 지역의 가격이 급등하거나 급락 하더라도 아비트리지가 작동해 가격 균형을 이루는 것이 당연하다"라며 "현재 국내 가상화폐 시장의 경우 국내외 가상화폐 가격 균형을 이루는 속도보다 국내 가상화폐 시장의 성장 속도가 이를 넘어서면서 미쳐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의 비트코인 시장 점유율 (자료=코인마켓캡)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0일 오후 10시 기점으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코인원, 코빗, 코인네스트의 비트코인 거래 점유율은 각각 17.49%, 4.39%, 2.05%, 1.09% 등 글로벌 비트코인 전체 거래량의 25.02%가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에서 이뤄지고 있다.

신원희 COO는 "국내보다 비트코인 거래가 활발한 일본의 경우 일본내 비트코인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다고 일본과 글로벌 비트코인 가격 사이에 프리미엄이 발생했다고 할 정도로 가격차가 크게 발생한 경우는 없다"라며 "일본은 개인이 해외로 송금을 손쉽게 할 수 있지만, 한국은 외국환거래법 등 규제로 인해 어려움이 크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가상화폐 가격 균형이 맞춰지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가상화폐를 구매하고, 한국에서 구입한 가상화폐를 판매해야 한다. 또한 한국에서 가상화폐 판매에 따른 원화를 해외에 옮겨 원화를 바탕으로 해외의 가상화폐를 구입해야만 '가상화폐-원화-가상화폐' 순환을 통한 가격 균형이 이뤄진다. 하지만 현재 국내 외국환거래법으로 인해 원화를 해외로 옮기는 과정이 가격 한도로 인해 제한적으로 이뤄진다.

신원희 COO의 설명에 따르면 해외의 아비트리지를 주력하는 팀이나 세력들의 경우 이미 가격 프리미엄이 작동한 한국에 가상화폐를 대규모로 매도 했으나, 매도에 따른 원화를 해외로 환수 해야만 다시 아비트리지를 할 수 있지만, 제한으로 인해 현재 거래가 중단된 상황이다.

신원희 COO는 "아비트리지 말고도 지난 4일 가상화폐 입법 공청회를 통해 규제 계획을 밝히면서 본격적인 규제가 시작되기 전에 대규모로 가상화폐에 투자금이 집중된 것도 이유로 꼽을 수 있다"라며 "중국 자본이 대규모로 유입됐다는 점은 사실 무근으로 일부 중국 자본이 들어온 것은 맞지만, 국내 자금을 압도할 정도의 규모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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