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박근모 기자] 정부가 가상화폐 규제 법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지난 9월 발표됐던 가상화폐 규제안과 내용은 동일하지만, 이낙연 국무총리와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 정부와 금융 규제 당국의 수장이 직접 의지를 표명하면서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가상화폐 업계는 우리나라 정부가 미국과 일본 등 금융 선진국과 반대로 가상화폐 규제에 방점이 찍힌 것에 대해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단, 해당 세부 법안 내용이 공개되지 않은 만큼 가상화폐 규제를 주도하고 있는 금융위원회를 비롯해 관련 태스크포스(TF)와 문제 해결을 위해 협의를 지속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정부, 가상화폐 거래소는 유사수신업에 해당

금융위는 지난 29일 가상화폐 규제를 위해 '유사수신행위 등 규제법(유사수신행위법)' 개정안을 '정부 입법'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세부적인 내용으로는 가상통화 거래업(가상화폐 거래소)을 유사수신업으로 규정하고, 가상화폐공개(ICO)의 전면 금지를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이는 지난 9월 금융위 주도의 TF에서 마련한 가상화폐 규제안과 동일한 것으로, 차이점은 정부 입법으로 추진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정부는 가상화폐 규제안을 의원 입법 형태로 추진했다. 하지만 최근 비트코인의 가격이 1300만원을 넘나들며 국내 가상화폐 시장의 과열 및 투기 조짐이 보인다는 진단에 따라 직접적인 '정부 입법'에 힘이 쏠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낙연 국무총리와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 정부와 금융 규제 당국의 수장이 각각 28일과 29일, 가상화폐 규제 필요성을 시사함에 따라 정부의 규제 발걸음이 빨라졌다.

정부가 추진 중인 가상화폐 규제안의 핵심은 가상화폐 거래소를 유사수신행위법 개정을 통해 유사수신업자로 규정하고 모든 ICO를 금지하는 것에 집중돼 있다.

금융위가 마련한 유사수신행위법 개정안에 따르면 '가상통화 거래 또는 가상통화를 가장한 거래'라는 문구를 명시해 가상화폐 거래에 대한 처벌 근거가 마련된다. 즉 가상화폐 거래소의 운영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한다는 의미다. 단, 고객 자산을 제3의 금융 기관에 예치하는 등 소비자보호 수단을 마련했을 경우 예외 규정으로 가상화폐 거래소 운영을 허용할 방침이다.

유사수신행위법 개정안을 통한 정부의 가상화폐 거래소의 유사수신업자 규정은 법률적으로 무리수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만큼 향후 정부 입법까지 많은 논쟁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법리적으로 가상화폐 거래소는 유사수신업자 아냐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 변호사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유사수신업자로 규정한다는 것은 법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라며 "가상화폐 거래소는 투자자들에게 원금 지급을 약정하고 자금을 조달하는 곳이 아니라 가상화폐라는 상품을 판매·중개를 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유사수신행위법 내용 중 일부 (자료=국가법령정보센터)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유사수신행위법)' 제 2조 정의 부분을 살펴보면, 유사수신행위란 인허가를 받지 않고 불특정 다수인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해당 행위에는 ▲장래에 출자금의 전액 또는 초과 금액을 지급할 것 ▲원금 전액을 추후 지급할 것 ▲매출가액 이상으로 재매입 하거나 ▲장래 경제적 손실을 금전이나 유가증권으로 보전해 줄 것 등을 약정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구태언 변호사의 설명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소는 가상화폐 거래에 있어서 투자자들에게 원금 보장이나 투자금의 반환, 손실 보전 등을 약정하지 않고 있으며 약정할 수도 없는 만큼 정부가 유사수신행위법을 개정한다고 하더라도 유사수신행위에 적용될 수 없다. 따라서 정부가 추진하는 가상화폐 거래소의 유사수신업자 지위는 무리수라는 입장이다.

구태언 변호사는 "최근 미국과 일본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가상화폐를 적극적으로 제도권 안으로 품을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라며 "우리나라만 글로벌 추세를 역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향후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에 대한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경우 시카고선물거래소(CME)를 필두로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나스닥선물거래소(NFX) 등이 비트코인 선물거래 상품을 출시 준비 중에 있으며,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도 긍정적인 반응에 따라 곧 승인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경우 지난 4월 금융청이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가상화폐를 법적 결제수단으로 인정했으며, 지난 9월에는 일본 내 11개 가상화폐 거래소를 공식 승인하며 금융 제도권으로 포함 시켰다.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 규제안을 통해 금융 당국과 협의해 나갈 것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연합체인 한국블록체인협회 김진화 공동대표는 "지난 9월 금융위 TF에서 발표된 가상화폐 관련 자율 규제안에서 바뀐 내용은 전혀 없다"라며 "한국블록체인협회가 만들고 있는 가상화폐 거래소 자율 규제안이 완성되면 은행연합회와 함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는 12월 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금융위, 한국은행, 한국블록체인협회 등 TF 관계 기관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공청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해당 정무위를 통해서 가상화폐 규제에 대한 세부 윤곽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김진화 공동대표는 "금융위는 가상화폐 거래소를 유사수신업자로 규정하자고 하겠지만, 가상화폐 거래소는 유사수신행위를 전혀 하지 않는 만큼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라며 "협회 측은 지속적으로 금융 당국과 이야기를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블록체인협회가 마련 중인 가상화폐 거래소 자율 규제안은 오는 12월 둘째주에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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