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과 국내 금융 생태계의 혁신적 변화를 위해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심재철 국회부의장과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은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은산분리 완화 없이는 인터넷전문은행 안된다’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란 일반적인 은행과 달리 모든 금융 서비스가 스마트폰을 통한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은행을 말한다. 별도의 오프라인 점포가 없어 365일 운영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의 혁신적인 성장을 위해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은산분리 규제는 일반 기업이 은행 지분 소유를 제한한 것으로, 최대 10%의 지분만 소유하되 의결권 있는 지분은 4%로 한정한다. 이는 대기업이 은행을 사금고화하지 못하도록 한 조치다.

심재철 국회부의장(사진 중앙)이 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은산분리 완화 없이는 인터넷전문은행 안된다' 세미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그러나 비대면,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은 그 특성상 자금 여력이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주도, 경영 전반에 참여하는데 걸림돌로 지적돼 왔다.

정부는 당초 인터넷전문은행을 출범하는 동시에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는 투트랙 전략을 계획했으나 진보 정당과 시민단체, 일부 학계의 반대에 부딪치면서 은행법 개정안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등 5개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들 법안은 일반 기업이 소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율을 최소 34%에서 최대 50%까지 늘린 것이 특징이다.

발제를 맡은 이수영 카카오뱅크 전략파트장은 “기존 은행 고객은 은행 서비스를 받으면서 답답하고 불만족을 느끼고 있다. 기존 금융과 ICT의 시너지를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라며 “은행법이 개정되거나 특례법이 발의돼 인터넷전문은행의 혁신 속도가 저하되지 않았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 반대론자들이 대기업의 사금고화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담은 은행법 개정안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이같은 우려를 막는 대안들이 이미 담겨있다는 것이다.

문종진 명지대 교수는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되면 대기업이 은행을 사금고화할 것이란 주장은 아직 일어나지 않는 일에 대한 지나친 걱정”이라고 말했다.

양희동 이화여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외환은행 사태 이후 은행의 건전한 관리에 대해선 연습이 이미 돼 있다”라며 “이제 무엇을 하든 데이터가 남아 필요 시 법적으로 여러 수치들을 열람할 수 있다. 우리는 지배구조에 대해 필요 이상의 걱정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발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서도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국내 은행이 안전자산에만 의존하는 특성상 스스로 혁신하긴 어려운 구조다. 이에 파괴적인 혁신으로 기존 생태계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성숙도는 74위로,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라는 이름이 무색한 상황이다.

문 교수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디지털뱅킹 플랫폼이 금융산업에 계속 진출할 경우 국내 시중은행은 수익성이 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고객을 지키려는 기존 은행업과 핀테크 기업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금융개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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