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정명섭 기자] 국내 2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가 7월 오픈을 앞두고 270여명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실거래 점검이 한창입니다. 지난 4월 5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은행업 본인가를 받고 카카오뱅크의 정식 출범을 위해 신중한 모습입니다.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격차를 줄이기 위해 상반기 내에 오픈을 할 예정이었으나, 시스템 안정화에 우선을 둔다는 방침입니다.

최근 야근에 주말 근무까지 한다는 한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어린 딸의 얼굴도 보기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7월에 은행 문을 열고 최소 3개월까지는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만전을 기해야 하는 탓에 올해 여름휴가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합니다. 카카오뱅크 임직원들의 노고가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첫 번째 사업자로서 얼마나 많은 부담을 안고 있었을 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떠오른 지금, 정보통신기술(ICT) 종사자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금융업계에 어떤 혁신을 불러올지 기대됩니다.

그러나 이들이 아무리 고군분투해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은산분리 규제입니다. 현행 은행법은 산업자본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은행 지분을 4%만 가질 수 있고,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 조건으로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최대 10%까지만 지분을 소유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케이뱅크 본사 (사진=케이뱅크)

대기업 등이 은행을 사금고화 하지 못하게 막고, 은행업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 1982년 만들어진 제도적 장치입니다. 이에 산업자본의 보유 지분 한도를 높이는 내용을 담은 은행법 개정안 2건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3건이 발의됐으나 힘겨루기로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측은 의외로 느긋합니다. 아니, 두 손을 놓고 관망하고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새로 들어선 정부에 강하게 요구해도 모자라는 형국에 대관팀의 운영도 최소화하고 있습니다. 조기 대선으로 전 정부의 업무를 이어받고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이행하기 바쁜 현 정부에 압박해봤자 역효과만 불러올 것이란 분석입니다.

그나마 여‧야를 막론하고 국내 핀테크 산업의 발전,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 등에 공감대가 형성된 것을 위안으로 삼고 있습니다. 양 사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금융업은 한 번 사고가 터지면 걷잡을 수 없고 지난 2011년 저축은행 파산, 2013년 동양증권 사태 등의 사례를 들며 대기업의 일탈을 방지하는 은산분리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나 현재 발의된 은행법 개정안과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은 산업자본의 지분율은 높이면서도 대주주에게 은행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원천 봉쇄하고 금융기관이 대주주에 업무 및 재산 상황 등을 감독할 수 있도록 합니다. 현 은행법보다 더 높은 수준의 규제인 셈입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IT 기술을 바탕으로 금융서비스의 비용을 최대한 낮추고, 소비자의 편익은 증가시키는 혁신적인 금융생태계입니다. KT와 다음카카오 등 ICT 기업이 주도적인 운영에 나서지 못하면 그 의미가 퇴색됩니다. 이미 미국과 유럽 등의 선진국은 1990년대 말, 2000년대 초부터 인터넷전문은행을 설립해 운영해왔습니다.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중국 조차도 인터넷전문은행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만 과거의 낡은 규제에 잡혀 한참 뒤쳐졌습니다.

1980년대, 1990년대에 제정된 은행법으로 모든 은행을 뭉뚱그려 하나의 범주에 넣어 소유규제를 할 것이 아니라 유형화하여 혁신을 유도해야 한다는 한국법제연구원의 제언은 그래서 더 공감이 갑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정권과 국회만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지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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