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동규 기자] 농단의 의미를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찾아보면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함을 이르는말. 어떤 사람이 시장에서 높은 곳에 올라가 사방을 둘러보고 물건을 사 모아 비싸게 팔아 상업상의 이익을 독점하였다는 데서 유래한다’고 나와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이익이나 권리, 혹은 권력이 독점된 상태에서는 항상 끝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그로 인해 정작 제대로 분배돼야 할 자원들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 들어가 다른 정상적인 일들을 방해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끌어내린 최순실게이트가 ‘국정농단’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농단이라는 말이 게임업계에도 등장했다.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장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게임계를 농단하는 4대 기둥이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 전 정무수석의 비서관, 게임 언론, 특정 교수가 4대 게임농단 주체라며 실명까지 거론했다.

하지만 여 위원장은 지난 10일 국회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의 추가 국정감사에서 “게임판 농단에 대한 의혹 제기와 관련해 일부 내용 중에 사실과 다른 내용이 있어 사과한다”며 “모 정치인이 친인척을 빙자한 윤모씨라는 표현에서 전 수석과 윤 전 비서관에 대한 소문만 듣고 사실확인이 되지 않은 상태서 성급하게 한 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여 위원장은 다른 게임농단 부분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의혹’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게임농단 세력이 구글 등 오픈마켓 게임물 유통을 위해 만든 자체등급분류법안으로 인해 사행성 게임이 청소년이용가능 등급으로 유통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윤 전 비서관에 대해서는 게임물관리위원회를 길들이려는 갑질을 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어 문화체육관광부도 윤 비서관의 갑질에 순응했다고 주장했다.

문체부는 즉각 반발했다. 문체부는 14일 입장자료를 통해 “2011년 시행된 게임물 자체등급분류제는 신산업으로 각광받던 모바일게임을 활성화하기 위해 사전등급분류제도가 적절하지 않은 모바일 오픈 마켓 게임물에 대한 민간 자율심의를 도입한 것”이라며 “국회의 충분한 숙의 과정을 거쳐서 도입됐다”고 밝혔다. 이어 문체부에서 올해 8월 만든 ‘민관합동 게임제도개선협의체’에서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배제됐다는 여 위원장의 주장에도 “협의체 구성에 앞서 게임위에 참여인사 추천을 요청해 20명 추천인사 중 2명을 협의체 구성원에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게임 이미지 (사진=픽사베이)

일련의 과정을 보면 여 위원장은 일부 사실관계 파악 잘못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게임농단 세력이 있다는 점에서는 여전히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여 위원장이 게임농단의 근거로 삼는 것은 '정황'에 의존할 뿐 확실한 근거는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게임업계의 우려가 발생함과 동시에 여 위원장 본인의 신뢰도 역시 내려가고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농단이라는 사전적 의미인 ‘이익이나 권력을 독차지했다’는 것에 부합하는 실체가 나온 것은 현재까지는 없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물증이었던 태블릿PC나 각종 돈흐름 등이 포착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에서 게임업계는 괜히 게임산업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만 형성될 수 있다고 우려를 하고 있다.

물론 여 위원장이 추후 게임농단 관련해 보다 구체적인 물증과 정황 등을 제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선후가 바뀌었다. 먼저 구체적인 증거가 있어야 여 위원장의 주장에 더 힘이 실리게 되고 혹시나 있을수도 있는 농단세력에 대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여 위원장의 속내는 알 수 없지만 게임물을 관리하는 기관의 수장인 만큼 조금 더 신중한 발언이 필요했다. 한국 최대의 게임 축제인 지스타 2017이 코앞에 다가왔다. 대한민국 게임인들의 시선이 부산에 쏠리는 지금 여 위원장이 제기한 의혹만으로 인해 게임판 전체가 흔들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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