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투데이 김동규 기자] “한국콘텐츠진흥원 내 게임분야를 본부로 격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게임산업 진흥원 부활에 대해서도 문화체육관광부가 계속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강만석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 직무대행)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민관합동 게임제도개선협의체에서 우리가 추천한 위원은 2명 정도밖에 없는데 규제와 관련된 핵심적인 얘기가 우리와 상관없이 세팅되는 상황이 있다”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국정감사에서 나온 말입니다. 게임 관련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콘텐츠진흥원과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수장이 한 말인데 자세히 보면 한 쪽은 진흥에 방점을 찍고 있고, 다른 한쪽은 규제에 방점을 찍고 있습니다. 게임산업 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에서 진흥과 규제는 언제나 함께 움직여 왔습니다. 하지만 진흥과 규제 중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느냐에 따라 관련 정책은 달라졌습니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게임관련 정책은 구체적으로 나온 것은 없지만 규제보다는 ‘진흥’에 더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게임사들이 몰려 있는 판교를 직접 찾아 게임업계의 애로사항을 듣고, 문체부도 지난 8월부터 규제 개선을 위한 ‘민관합동 게임제도개선협의체’를 설립하는 등 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회서도 여야의원들이 ‘대한민국게임포럼’을 발족하는 등 정치권의 게임 관련 움직임도 이전보다는 활발해졌습니다.

하지만 국정감사에서 나온 강만석 콘텐츠진흥원장 직무대행과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을 보면 정부 부처간 게임관련 정책에서 엇박자가 나고 있지 않느냐는 의심이 강하게 듭니다. 새 정부의 첫 국정감사장에서 게임관련 주무부처의 수장들 간 게임산업을 보는 시선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명숙 위원장은 문체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민관합동 게임제도개선협의체에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의견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점에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강만석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 직무대행(가운데)이 국정감사에 참석한 모습

게임업계는 이같은 정부 부처간 엇박자를 보며 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좋은 분위기가 사그러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근 10년 만에 조성된 좋은 분위기를 살리지 못하고 이전 정부와 다를 것 없이 실질적인 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 등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를 중심으로 게임산업 진흥을 위한 분위기가 조성된 것에는 대부분 동의하지만 현재 국감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부정적으로 보는 기류가 여명숙 위원장과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등 우려가 많다”며 “진흥과 규제는 모두 다 필요한 것이지만 정부부처에서 손발이 안맞는 모습이 보이고 또다시 게임 관련 이슈가 부정적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로 변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을 그 자체로 문제시하려는 최근의 분위기가 매우 우려스럽다”며 “확률형 아이템은 기본적으로 게임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로 필수 요소인데 일부 게임회사의 확률 조작, 관련내용 공개 거부 등과 같은 문제만 지적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게임의 필수 요소인 확률을 도박처럼 보는 발상은 게임업계의 위축과 더불어 이미지마저 더 나쁘게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여명숙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이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슈 중심에 선 게임물관리위원회

게임물관리위원회는 현재 게임업계 이슈의 중심에 있습니다. 19일 국정감사에서 위원회와 관련한 여러 문제제기성 질의가 쏟아졌기 때문입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물 등급 분류가 주요 업무이고 이런 일을 하기 위해서는 사무국장은 게임에 대해 잘 아는 분이 들어와야 할텐데 사무국장을 공보에서 선임했다”며 “최충경 사무국장의 경력에 맞춰 채용을 한 의심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나 의원은 “게임 등급분류를 제대로 하려면 게임에 대해 잘 하는 사람이 해야 하는데 특정인이 사무국장이 되도록 한 것에 대해 지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아케이드 게임기에 의무로 탑재돼야 하는 운영정보표시장치 메모리 탑재에서 문제가 있었는데 이를 들여다보는 과정에서 게임물관리위원회가 특정 시점에 생산된 것만 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한 지적을 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게임물관리위원회 노동조합은 현재 여명숙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노동조합은 여 위원장이 취임한 2015년 이후부터 인사원칙에 어긋나는 인사발령, 직원 평가시 공정성 붕괴, 막말 등을 문제 삼아 사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와 관련된 논란이 언제 어떤 식으로 잠잠해 질 지는 알 수 없지만 게임 관련 정책과 관련된 정부 부처들간의 엇박자는 시급히 해결돼야 할 문제로 보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를 포함한 정부 부처의 보다 적극적인 움직임과 게임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도 필요해 보이는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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